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자 IT산업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게임 산업이 빠르게 발전 중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8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7년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13조 1,423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6% 증가했다. 세계 시장 규모는 더욱 크다. 2017년 기준 전년 대비 12.0% 증가한 1,620억 7,9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국내와 세계 시장 모두 한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던 2016년에 비하면 괄목상대한 발전이다.

분야별 비중의 변화도 흥미롭다. 규모는 커졌으나 모든 분야가 성장한 것은 아니다. 국내 모바일게임은 2017년 기준 전년대비 43.4%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PC 게임은 2.9% 하락했다. 여기에 한국콘텐츠진흥원은 향후 시장 구도에 대해 모바일게임의 지속적인 상승세와 PC게임의 하락세를 전망했다. 

PC게임 시장 축소에 힘을 실어주는 근거는 국내 가구 인터넷 보급률 및 컴퓨터 보유율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해당 수치는 2012년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했지만 무선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PC게임을 접할 창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세계 게임 시장 플랫폼 점유율도 모바일게임 상승가도를 전망하는 상황에서 최근 클라우드 게이밍이 PC와 콘솔게임의 새로운 활로로 떠오르고 있다. ‘탈 하드웨어’를 통해, 장소와 장비의 제약을 해결하고 유저 영입 창구도 마련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게이밍의 장점은 최적화와 보안이다. 그중에서도 최적화는 PC와 콘솔을 넘어 모바일로도 확장 가능한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고가의 장비가 필요한 연산과정을 클라우드 서버가 대신 전담하니 기기는 스트리밍 영상을 수신하는 단말기 역할만 수행할 정도의 성능이면 충분하다. 가장 큰 진입장벽이었던 콘솔과 PC의 접근성이 해결되는 셈이다. 

모바일게임의 클라우드 기술 적용은 엔씨소프트가 가장 먼저 진출 의욕을 드러냈다. 리니지2M 간담회에서 공개된 퍼플은 PC와 모바일의 크로스플레이를 지원하는 신규 플랫폼이다. 포트나이트와 마찬가지로 PC와 모바일 유저가 동일한 환경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한다. 

크로스플레이와 함께 퍼플이 지원하는 라이브 스트리밍 기능은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 없이 플레이를 공유할 수 있다. 이처럼 기기의 경계를 허무는 크로스플레이나 실시간 스트리밍 기술은 클라우드 게이밍의 기반과 연결시켜 생각해볼 만한 소재다. 

데이터와 계정 정보 보호 수준도 향상될 전망이다. 기존의 방식은 클라이언트와 서비스를 각각 분리해 개발,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클라우드 게이밍은 플레이에 필요한 모든 소스를 클라우드 서버에서 관리한다. 보안에 필요한 모든 인증서 확인과 암호화 과정이 유저의 기기가 아닌 본사에서 진행되니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운용할 수 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EA, 아마존 등의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면서, 머지않아 핵심 타이틀을 유치하기 위한 기업들의 플랫폼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올해 초 스팀과 에픽스토어 간의 ESD(Electronic Software Distribution) 플랫폼 경쟁 또한 이와 비슷한 구도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국내 게임 업계 역시 신기술을 대비한 준비 작업에 적지 않은 리소스를 투자하고 있다. 넷마블은 빅데이터 기반의 개인 맞춤형 게임 서비스 엔진 콜럼버스를 개발하기 위해 AI센터를 운영 중이다. 넥슨도 스트리밍과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보유한 엠바크 스튜디오에게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뜬구름 같았던 4차 산업이 현실화되면서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많다. 5G 서비스는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며 클라우드 서버 해킹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피해 규모는 개인 계정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는다. 무엇보다 허리가 가늘어진 게임 시장에서 신기술 준비가 여의치 않은 중소 게임사들의 설자리가 이전보다 좁아질 수 있다. 

신기술이 또 다른 진입장벽이 되지 않기 위해, 기대감과 함께 현실적인 이슈들을 짚어볼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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