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다 나오키 P/D'는 파이널판타지14 유저에게 기둥과 같다.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한 게임을 맡아 뿌리부터 다시 기획했고, 전세계에서 인정받는 MMORPG로 재탄생시킨 주인공이다.

5일과 6일, 양일에 걸쳐 '2019 파이널판타지14 팬페스티벌 서울'이 개최됐다. 2017년에 이어 두 번째 열린 한국 팬페스티벌이다. 1회보다 규모를 키워 킨텍스 제2전시장 9홀에 자리를 잡았고, 새 확장팩 '칠흑의 반역자' 등의 콘텐츠를 공개하는 한편 유저들에게 소통과 즐거움의 공간을 마련했다.

요시다 P/D가 신뢰를 받는 이유로, 능력과 더불어 유저를 향한 정성과 진심이 드러난다는 점이다. 팬페스티벌은 그의 마음이 표현된 자리였다. 행사 전날 리허설부터 하루 종일 참여해 철저한 준비를 갖췄고, 5일 팬페스티벌 일정 내내 현장을 지킨 채 소통을 멈추지 않았다.

토요일 밤, 하루 일정을 끝낸 요시다 P/D를 만났다. "유저 여러분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히면서, 한국판 현지화와 칠흑의 반역자 개발에 관한 속사정을 밝혔다. 

특히, 한국판에서 격화된 이슈에 대해 긴 이야기를 전하며, 게임 속에서는 현실의 요소를 넘어 모든 유저가 자유로웠으면 한다는 소망을 밝혔다.

Q: 칠흑의 반역자는 스토리 평가가 매우 좋은 확장팩이다. 소감이 어떤가?

메타크리틱을 포함해 굉장한 호평을 받았고, 스퀘어에닉스를 아울러 의미있는 평가를 받아 담당자로서 기쁘다. 하지만 개발팀 관점에서 특별히 더 한 것은 절대 아니다. 그동안 확장팩과 같이 최고의 체험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온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유저들도 많은 추억을 파판14에서 쌓아 왔고, 개발팀도 오랜 시간 성장해왔다. 추억과 성장이 합쳐져서 중요한 스토리와 카타르시스를 이런 완성도까지 끌어올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개발팀을 칭찬하고 싶다.

글로벌판에서 반응도, 칠흑의 반역자로 오기까지의 모든 스토리가 이번에 연결되면서 온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한국 유저들도 기존 과거 스토리를 복습하며 준비해주시면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Q: 어둠의 전사로 빛에 대항한다는 설정을 어떻게 만들게 됐는지 궁금하다.

한 마디로 '그것이 멋있어 보여서'(웃음). 중2병스럽다고 해도 맞지 않을까. 많은 빛의 전사들이 평화를 찾고 모험을 하는 스토리를 계속해왔다. 그런데 "이것이 지겹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모든 것을 반대로 바꾸어서 어둠의 전사가 어둠을 되찾는 이야기를 만드는 모티프로 흥분을 주려고 의도했다.

한국 유저 중에서도 글로벌판을 플레이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판 업데이트에서 성우들의 열연이 굉장하다. 한국어로 플레이해본다면 지금과 또 다른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신규 유저들 역시 최고의 호평을 받는 이번 스토리를 플레이해보시면 좋을 것 같다.

Q: 흐로스가르 종족 이름을 일본명대로 해도 괜찮지 않았겠냐는 말이 나온다.

발표 후 그런 반응이 있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본사에서 한국어 네이티브 직원이 담당하기 때문에 일본에 돌아가 확인 후 피드백을 드리겠다.

무도가도 그렇지만, 과거 파판 시리즈에 얽매인 작명이 반드시 좋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게임도 이름도 진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별 로컬라이징, 혹은 컬쳐라이징에 맞춰 번역하고 있다. 미래에도 통용될 만한 번역을 하자는 것이 목표다.

첨언하자면, 콘텐츠파인더라는 명칭은 스스로 만든 것이다. 영어판으로 가면 명칭이 뷰티파인더로 바뀐다. 오늘 발표한 트러스트 기능도 일본명은 G페이스인데 영어판에서 바뀐 이름이다. 같은 맥락이다. 어느 쪽에 맞출지는 각각의 문화에 맞게 결정한다. 한국에서 신념이라는 뜻에 더 맞는 단어가 트러스트가 아닐까 싶었다. 일본 원문과 다르기 때문에 틀리다는 개념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Q: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는 게임으로서, 한국 현지화에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사내에서 각국의 현지화를 진행하면서 가장 고민하는 것이, '음역'과 '의역' 중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다. 히라가나, 가타가나, 한자로 나뉘는 것이 일본어다. 3개 글자로 만들어진 원문을 어떻게 현지화하는 것이 맞을지 아주 많이 고민한다.

일본어에서 가타가나로 된 단어를 왜 한국어로 음역하지 않느냐는 질문도 받곤 한다. 다만 우리는 지금 의견이 많이 올라오니 그대로 가자고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향후 파판 시리즈가 계속 나올 텐데, 미래에 16편과 17편을 플레이할 많은 유저들 입장에서도 알기 쉬운 단어를 만들기 위해서다. 미래를 봤을 때 지금의 단어가 맞다고 생각해서 만들게 된다.

Q: 새로운 한국 전용 의상이 주술사와 K-pop 콘셉트인데, 개발 과정 비화가 있나?

디자인은 우리 일본 개발팀 아트워크 디자이너가 한다. 일본인 입장에서 한국의 아이템에 대해 문화적 의미를 모두 알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라 고민이 많이 된다. 결국 테마가 있어도 실제 아이템으로서 한국에서 입고 싶은 의상을 만드는 것이 유저 입장에서도 기쁠 거라 생각하고 의상을 만들고 있다.

Q: 한국 전용으로 나온 굿즈 중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

오늘 소켄 마사요시가 입고 올라왔던 셔츠가 마음에 들었다. 액토즈소프트 디자인팀에서 만드는 퀄리티가 글로벌 전체 기준으로도 아주 높다고 감탄하곤 한다. 액토즈에서 받은 시안 중에 최종적으로 우리가 선택하는 절차를 거친 끝에 나온 것이다.

Q: 트러스트 기능은 신생부터 지금까지 모두 입장이 가능한가?

71~80레벨 메인 시나리오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입장하게 되는 던전만 가능하다. 이유는 모든 던전에 한 번에 적용 가능한 기능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던전에서 해당 보스 기믹, 그리고 각 캐릭터 성격별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개별적으로 모두 만들고 있다. 개발력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글로벌에서도 좋은 평판을 받는 기능이라 개발팀에서도 범용 적용이 가능할지 고민 중이지만, 아직은 순서를 두고 조금씩 해나가는 과정이다.

Q: 지금 한국판에서 게임 외적으로 이미지가 좋지 않다. 입장을 말할 수 있나?

총책임자로서 한국 커뮤니티에서 발생한 모든 이슈에 대해 보고받고 있다. 모든 정보가 들어오고 있다고 봐도 문제없을 것이다. 스스로 문제 있다고 생각하는 내용은 있는데, 그에 앞서 유저들이 생각하는 문제점, 미디어에서 생각하는 문제점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커뮤니티 이슈가 발생했을 때 거기서 반응한 내용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 없이 기사를 낸 일도 있었고, 그렇게 기정사실이 되어 운영팀이 아니라고 해도 정정되지 않는 일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가능하면 한국판 유저들을 만나 깊게 이야기할 자리를 만들고 싶다. 예를 들어 "왜 당신은 돈을 내고 파판14를 플레이하고 있는가" 같은 주제들을 허심탄회하게 물으려고 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즐겁게 게임하는 데에 있어서 즐겁지 않은 이야기를 왜 굳이 해야 하는 것일까. 옆 사람이 뭐라고 하는지를 굳이 반응해야 할까 같은 느낌이 있다.

한국에서 성별 관련 문제가 많이 생긴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한국만 특별한 것은 아니다. 살 색깔 하나만으로 엄청나게 싸운 지역도 있고, 트랜스젠더 문제로 싸우는 곳도 있다. 다만 디지털 엔터테인먼트로서 게임을 하는 우리는 나와 다른 캐릭터로 플레이를 하게 된다. 현실의 좋지 않은 부분을 굳이 끌어올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곤 한다.

게임에서 뭔가를 주고받고 논의하는 자체는 좋다. 하지만 거기에 대해 무엇이 맞고 틀린지 판단해달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 당신은 나와 생각이 다른지 이야기하고 알아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파판14를 돈을 내고 플레이하는 데에 왜 현실에서 판결을 요구하는지 회의가 드는 부분이 있다.

파판14 안에서라도 성별, 용모, 수익 등의 요소를 뛰어넘어 모든 유저가 자유로웠으면 한다. 이런 정책은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에 똑같이 전달하고 있다.

물론 사람이기 때문에 게임 내에서 싸움이 날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운영팀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지만, 싸움이 커질 경우 놔두면 다른 유저들까지 즐겁지 못하게 된다. 개입해야 한다는 판단이 들면 서로의 일을 자세히 조사해 일종의 벌칙을 주자는 것이 전세계에 전달하는 방침이다.

모두 평등하게 보는 것 자체가 싫다는 의견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존재든 평등하게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운영이 한쪽 편을 드는 것이 당장은 편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려 하지 않는다. 한국판 운영팀은 이 방침을 그대로 받아 실천하고 있다. 어깨 힘을 조금 빼고, 게임에서나마 현실을 잊고 즐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이런 의견에 찬성하지 못하는 유저도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향후 미래를 위해 건설적으로 생각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런 주제로 한국판 유저들을 직접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

운영을 계속해나가는 것이 지금 낼 수 있는 최고의 답변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운영해왔는지 이런 미디어인터뷰 등을 통해 계속 말하고 공유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예전 파판14가 한번 망하고 새로 태어날 때도 똑같은 행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운영팀에서 또 실수를 할 수 있지만, 모쪼록 한번 진정하고 운영팀에서 조사하고 정확한 레포트를 내는 것을 기다려줬으면 한다. "실수가 너무 많잖아!" 와 같은 불만도 있겠지만, 사실 글로벌판에서도 굉장히 많은 실수를 하고 있다. 실수할 때마다 총책임자인 본인의 목이 잘려야 한다고 하면 지금 20번 이상은 잘렸다. 많은 유저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길게 소통해나갔으면 좋겠다.

Q: 개발자로 유명하지만 게이머로도 유명한데, 한국에서는 개발하는 사람이 게임을 해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다.

자기가 만드는 게임을 스스로 플레이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스탠드얼론 형태 게임이면 한번 팔고 끝이니 길게 플레이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운영하는 입장은 지금 게임의 업데이트를 이어나가야 하고,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게임을 직접 하지 않는다면 유저의 피드백이 왔을 때 이해할 능력이 없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프로듀서보다도 디렉터 업무에 관심이 있는 편인데, 내가 재미있지 않으면 그 게임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각 세션 리더는 최소한 자신이 만든 게임이 스스로 재미있는지 알아봐야 한다고 항상 주문한다. 그렇지 않으면 직원들이 따라올 수 없다.

격무와 야근에 시달려서 게임을 하지 못하는 개발자도 있다. 그런 분들까지 탓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 없길 바란다. 개발자들이 제때 일하고 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좋은 게임이 나오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염두에 뒀으면 한다.

여담이지만 스퀘어에닉스 사내에서 파판14팀이 생방송을 많이 하는데, 내가 플레이하는 장면도 많이 나온다. 많이 하고 잘 하니까 부하직원들이 압박을 받는다며 그만 하라는 말도 듣는다.

Q: 한국판 PC방 혜택이 파격적으로 강화되는데, 이번 결정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앞으로 한국판 운영에서 더 많은 유저들이 파판14를 플레이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본 목표다. PC방에서 더 즐길 수 있는 혜택을 마련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생각한 것이 시발점이다. 한국판이 이슈로 이런저런 말이 많은 것을 알지만, 가까운 PC방을 통해 접해보는 횟수를 늘려나가면서 게임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확인할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1년간 많이 고민하고 준비했다.

Q: 팬페스티벌이 운영에서 어떤 이점을 갖는다고 생각하는지, 차후 계획도 가지고 있는지 말해달라.

팬페스티벌은 크게 2개 의의가 있다. 첫째로 유저와 개발자들이, 우리가 만들거나 플레이하는 게임에 열광적 팬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유대감과 긍지를 갖는 것이다. 큰 공연장에 같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 수천 명이 모인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시도했다.

둘째로 많은 유저들의 뜨거운 열기가 미디어 등 많은 통로를 통해 전파가 된다는 것이다. "이 게임 아직 운영하네?", "낡은 게임이 아니네?" 등의 느낌을 전달해 PR의 역할을 함께 생각하고 있다. 수많은 동료를 새로 만나고 그로 인해 게임이 발전하는 사이클은 흥행하는 게임만 가능하기 때문에 팬페스티벌을 통해 유지하려고 한다.

철칙으로 우리가 두고 있는 것은 "반드시 적자를 내지 말 것"이다. 우리는 기업이기 때문에 유저가 내는 비용과 우리의 비용이 밸런스를 이룰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지나치게 투자할 경우 비용이 없어지고 다음 유저들을 위한 행사를 마련할 여유가 없어지기 때문에 미래를 위해 판단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팬페스티벌이 끝난 뒤 결산을 보고 다음 일정을 정할 생각이다. 다만 2018년부터 2년간 달려왔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다음 팬페스티벌을 생각할 여유가 아니다. 여담이지만, 기조강연을 끝내는 순간 "드디어 나의 v5.0이 끝났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우선 별 탈 없이 행사가 마무리됐으면 좋겠고, 다시 해달라는 요청이 많으면 또 고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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