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콘텐츠로 체질 개선을 꾀하는 지스타, 그러나 '볼 게임'이 사라진다는 불안 요소는 점차 커지고 있다.

지스타 단골손님들이 하나둘 라인업에서 빠져나간다. 올해 넥슨의 불참은 그 연장선에 지나지 않는다. 엔씨소프트는 2016년 이후 4년 연속 지스타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스마일게이트를 비롯해 네오위즈, 컴투스, 게임빌, 위메이드 등 중견 게임사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국내 주요 게임사라는 3N1S 중 지스타2019에 참여하는 곳은 넷마블이 유일하다.

한국에서 대중적 인지도가 큰 외국계 게임사 역시 보기 힘들어졌다. 소니인터렉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SIEK)와 블리자드코리아는 2017년부터 참가하지 않았다. 에픽게임즈코리아가 2018년, 슈퍼셀이 2019년 메인스폰서를 맡았지만 장기적 참여는 미지수다.

외국계 게임사들은 지스타보다 단독 게임행사를 통해 유저에게 다가가겠다는 움직임을 보인다. 유비소프트는 올해 8월 국내 단독 게임쇼인 유비데이코리아를 개최했다. 한국 첫 개최로 운영 부분에서 미숙함도 보였지만, 유저 대상으로는 높은 관심과 참여도를 이끌어냈다.

SIEK와 세가, 반다이남코 등 콘솔 기업들은 플레이엑스포(PlayX4)를 통해 따로 콘솔게임쇼의 판을 키우는 모습이다.

2019 플레이엑스포는 역대 최고 규모와 관람객을 유치했고, 아케이드 게임사와 레트로 게임까지 모이면서 게임 체험 콘텐츠는 지스타를 뛰어넘는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봄은 킨텍스, 가을은 벡스코'라는 문구가 조금씩 현실이 되어가는 모양새다.

지스타가 아닌 단독게임쇼에 치중하기 시작하는 이유는 두 가지가 꼽힌다.

첫째는 투자 대비 실리의 문제다. 지스타 2019의 부스 비용은 만만치 않다. 독립부스 1개 참가비용은 110만원, 조립부스는 190만원이다. 대형게임사는 비용 부담이 몇 배 크게 다가온다. 100부스, 200부스를 신청하는 기본 비용에 더해 부스 설치와 부대시설 및 이벤트 비용까지 더하면 막대한 지출이다.

지스타를 준비하기 위해 소모되는 개발력도 발목을 잡는다. 신작의 시연 빌드와 소개 영상을 제작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기간이 소요되는데, 점차 효율을 강조하는 분위기로 흘러가면서 지스타 준비가 힘겹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문제는 참가비용에 비해 홍보 효과는 정체되거나 오히려 하락했다는 분석에서 나온다.

몇몇 관계자는 "국내 대형업체 입장에서 지스타 참가는 큰 효과를 바라기보다 의무적이라는 느낌이 강하고, 특히 비용보다도 지스타 빌드로 인한 개발 지연이 장기적으로 부담"이라고 답변했다. "모바일게임이 압도적 대세가 되면서 지스타 효과는 더욱 약해졌다"는 말도 들을 수 있었다.

둘째 이유는 전체적인 신작 풀의 침체로 인한 악순환이다.

PC온라인 대형 신작이 다수 참전해 화제를 끌어모으던 과거와 비교해, 플랫폼을 불문하고 국내 기대작 자체가 줄어들면서 게임을 조명하는 미디어 화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다. 모바일게임은 10~20분 가량의 시연이나 소개 영상만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어렵다는 점도 발목을 잡는다.

화제성을 유지하기 위한 대안으로 인플루언서에 의존하게 되고, 좋은 신작을 가진 해외 게임사는 게임 자체의 주목을 위해 독립된 게임쇼에서 자사 콘텐츠를 선보이는 일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멈추지 않을 전망이며, 주요 게임사들이 모두 단독 게임쇼로 분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스타 2019에서 지켜볼 게임콘텐츠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돌아온 펄어비스가 선보일 PC 및 콘솔 신작은 올해 최대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메인스폰서 슈퍼셀도 브롤스타즈 등 대표작을 통해 폭넓은 세대 관람객을 벡스코로 불러모을 계획이다.

이런 노력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속 가능한 신작 체험'을 지금부터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스타는 국내 게임산업의 현주소를 비추는 거울이다. 끊임없이 미래의 행사장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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