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땅: 듀랑고의 도전이 여기서 멈추게 됐습니다.

넥슨은 16일 야생의땅: 듀랑고의 서비스 종료 소식을 밝히고 모험의 마지막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마지막까지 듀랑고의 환경을 가다듬고, 유저들의 노력과 시간을 보존해 추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입니다. 그동안 미스터리였던 스토리의 궁금증도 해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매각 이슈 이후 넥슨의 프로젝트 재점검 과정에서 야생의땅: 듀랑고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루머가 있었는데, 사실 확인 결과 듀랑고는 해당사항이 없었습니다. 왓스튜디오 자체적으로 게임의 현실적인 미래를 고민했고 그 결과 여기까지로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1년에 수백 개의 게임들이 서비스를 시작하고 종료하기에 야생의땅: 듀랑고의 서비스 종료는 유저들에게 큰 의미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금방 잊혀질 가능성이 더 높겠죠.
 
다만 전문지 기자이자 프로젝트 시작부터 과정을 관심있게 보아온 한 사람으로서 야생의땅: 듀랑고의 마침표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습니다. 기존의 성공 방정식을 따르지 않고 유저 중심의 콘텐츠로 패러다임 변화에 도전한 프로젝트였기 때문입니다.
 
야생의땅: 듀랑고는 변화하고 살아 움직이는 세계 속으로 유저가 들어가 공존하는 게임입니다. 모든 것이 유저 중심인 기존의 게임들과 차이가 있었습니다. 모험, 탐험, 생활 등 추구하는 방향성도 달랐죠. 
 
1차 테스트에는 퀘스트란 존재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구요. 향후 가이드 방식의 목적성을 부여했고 스토리 등이 추가되었지만 결국 유저들이 스스로 섬을 오가며 탐험하고 협동, 경쟁이 게임의 진정한 목적과 재미에 가깝습니다.

그렇다 보니 유저들의 창의성이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스스로 복장을 만들거나 공간을 꾸미고 도트 그래픽으로 독특한 간판은 화제가 되기도 했죠. 이은석 디렉터가 강조했던 ‘창발적 접근’의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거래가 가능한 시스템이지만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나누고 공유하는 문화도 있었구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둔 게임이기에 가능한 것들이었습니다. 물론 장점만 있던 것은 아닙니다. 시스템을 악용한 유저도 있었고 분쟁도 일어났습니다. 커뮤니티 게임의 장단점입니다. 그만큼 사람냄새 나는 게임이고 또 다른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넥슨이 아니었다면 도전할 수 없는 게임이기도 했습니다. 야생의땅: 듀랑고는 매출 보다 편의성 중심의 상품이 대부분이었죠. 그래서 서비스 초반 매출 상위권 랭크는 놀라운 기록이었습니다. 그만큼 많은 유저들이 조금씩 상품을 구매했다는 증거였고 유저들의 관심 또한 높았습니다. 

뽑기 중심의 게임들이 인기이고 매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서비스 개념에 가까운 게임 하나가 종착점을 앞두고 있습니다. 

왓스튜디오는 유저들의 2년여 간의 추억을 위해 개인섬 보존 방법을 고민 중입니다. 흥미로운 스토리 역시 마지막 단서로 의문을 풀어낼 예정입니다. 프로젝트의 종료는 아쉽지만 유저들을 위한 마지막 작업을 시작하는 셈이죠.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야생의땅: 듀랑고는 실패한 프로젝트 혹은 공룡이 나오는 게임 정도로 기억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넥슨의 또 다른 오점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넥슨의 새로운 시도가 끝이 아닌 과정이 되기 위해서 앞으로가 중요합니다. 야생의땅: 듀랑고의 경험은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져야 하고, 기존의 문제의 반복하지 않고 한걸음 나아갈 수 있는 넥슨의 강한 의지가 필요합니다. 

레퍼런스 없는 새로운 시도를 했던 타이틀인만큼 야생의땅: 듀랑고 경험을 토대로 오랫동안 사랑받는 신작 개발의 밑거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것이 2년간 유저들과 함께 해온 시간의 보답이자 새로운 연결점이 될 것입니다.

아쉬운 프로젝트의 끝을 바라보며, 넥슨의 도전이 여기서 멈추지 않았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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