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네트워크에 자리를 내주고, 소유는 접속으로 바뀔 것이다. 새로운 경제에서는 재산을 장악한 공급자가 재산을 빌려주거나 사용료를 물리게 된다."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이 저서 '소유의 종말'에서 남긴 말이다. 국내에 들어온 시기는 2001년, 예견은 지금에 이르러 현실이 되었다. 개별 상품을 구매하는 일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지금은 구독경제의 시대다. 

게임계도 구독형 서비스의 급물살을 맞이했다. 애플 아케이드가 9월 오픈되어 신작을 대거 추가하기 시작했고, 구글 역시 구독형 모델인 플레이패스를 발표했다.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추가비용 없이 서비스에 포함된 게임을 자유롭게 즐긴다. 시장이 요동치는 것은 필연이다.

넷마블이 돌연 웅진코웨이 인수를 발표한 이유도 일맥상통하다. 국내 정수기 시장은 오히려 과포화로 인한 정체상태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매력적인 것은 그 뒤를 떠받치고 있는 실물구독 시장이다. 정수기는 대여 시장으로 대부분 전환됐고 웅진코웨이가 분야를 선도했다. 넷마블 본연의 기술력을 활용해 구독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확장을 시도한다는 전략이다.

실물구독 경제는 일용품과 의류를 넘어 자동차까지 진출했다. 올해 1월 현대자동차가 시범운영을 시작한 자동차 구독 서비스는 매달 72만원으로 자사의 3개 차종을 자유롭게 바꿔탈 수 있도록 한다. 볼보는 해외 소수 국가에서 구독 서비스인 '케어 바이 볼보'를 운영해왔고, 한국을 포함한 시장 확대와 함께 개선을 준비 중이다.

사업가 입장에서 구독시장의 최고 장점은, 한번 자리잡은 뒤 생명력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좋은 예시다. 시장 선점 후 몰린 정기구독자가 막대하면서도 안정적인 지출을 보장하고, 대자본의 힘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해 더 많은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최근 자체제작 콘텐츠들이 거듭된 혹평을 받고 왓챠플레이 등 강력한 경쟁자가 떠오르는 지금도 넷플릭스의 구독자 증가는 계속되고 있다. 영상물과 더불어 디지털 기술력의 정수인 게임시장이 구독의 세상으로 변화하는 것 역시 자연스럽다.

글로벌 기업들이 구독경제에 주목하는 만큼, 게임 구독시장은 태동과 동시에 경쟁구도가 잡혔다. 

시작은 애플과 구글의 대립구도다. 애플이 먼저 스타트를 끊었다. 9월 19일 출시한 애플 아케이드는 매달 6,500원의 비용으로 100종 이상 독점게임을 제공한다. 특장점은 오프라인 플레이와 가족공유로 6명까지 이용할 수 있다는 것. iOS에서는 게임 컨트롤러 사용이 가능해 모바일 환경의 조작 제약을 완화했다.

구글이 공개한 플레이패스는 안드로이드 점유율이 70%를 돌파한 한국 게임시장에서 특히 주목할 서비스다. 가격은 4.99달러(약 6천원), 가족 5명까지 공유된다. 애플처럼 정교한 큐레이션을 제공하지 않는 대신, 현재 300종이 넘는 가량의 타이틀로 양적 우세를 보인다.

아직은 일방적 선점이 발생하지 않았다. 변수도 많다. 아직은 애플 아케이드 제공 게임 중 화제성을 특정할 만한 작품은 보이지 않는다. 콘솔시장 경쟁에서 수준 높은 독점작에 따라 플랫폼 점유율이 요동치는 것처럼, 구독형 게임의 주도권 싸움은 걸작 게임을 얼마나 만들어내고 유치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흘러갈 여지가 많다. 

구독형 서비스가 유토피아는 아니다. 게임 개발사보다 플랫폼 운영사가 막대한 권한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그러나 이제 정면으로 맞이해야 할 물결이다. 기회로 이용하는 동시에 대비책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애플과 구글은 게임계의 넷플릭스 위치를 노리고 있다. 애플은 독점 콘텐츠 구축에 5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고, 구글도 비슷한 규모로 관측된다. 아직 국내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미리 대비할 시간은 남았다. 유료게임을 주로 채택하던 인디게임은 물론, 개발력을 갖춘 대형 및 중견게임사 역시 가능성은 열렸다. 구독형 '대작'의 자리는 아직 비어 있다.

결국은 콘텐츠와 과금모델의 전환이다. 기존 확률형 아이템 등 추가과금 모델에서 벗어난 또 하나의 선택지가 열린 것이다. 구독자들이 이끌릴 작품을 만드는 주체가 게임 구독시장의 콘텐츠 리더로 다시 설 수 있다. 게임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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