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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뛰어보기 시작했습니다, 링피트 어드벤처 1차 체험기
길용찬 기자 | 승인 2019.10.23 15:58

세상에는 수많은 난치병이 있다. 그중 하나가 '사서 고생하는 병'이다.

링피트 어드벤처는 홍보영상을 본 순간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게임이다. 스스로 재난을 불러온 셈이다.

닌텐도는 Wii 이후 플랫폼마다 퍼스트파티 피트니스 게임을 선보여왔다. 위핏(Wii Fit)은 콘솔기기 판매 효자상품이 될 정도로 세계적 열풍을 일으켰다. 잘 만들었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게임보다 순수한 운동 앱플레이어에 가까웠다. 오랜 기간 목표의식을 갖고 도전할 동기부여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이와 비교해 링피트 어드벤처는 '게임'이다. 모험 RPG 장르를 운동이란 테마 속에 그대로 옮겼다. 세상을 암흑 에너지로 물들이려는 검은 용 드래고를 저지하기 위한 여정이 메인스토리다. 맵을 탐험하고 몬스터를 쓰러뜨리면서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유저 자신도 성장한다.

게임사가 밝힌 플레이타임은 약 45시간, 하루 30분 플레이 기준 90일 분량이다. 과연 이 게임의 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까. 평생 만나본 모든 게임 중 가장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도전해보고 싶었다. 지난 토요일, 링콘과 함께 하는 여정을 시작했다.

이 리뷰는 4일차 운동을 마친 뒤 쓰는 첫 보고서다.

게임 패키지를 개봉할 때부터 심상치 않은 현실을 직감했다. 손에 들고 조작하는 링콘은 아주 단단하고 신축성이 좋다. 필라테스링에 센서를 부착한 형태다. 허벅지에 단단하게 부착하는 레그스트랩을 포함해 2개 센서가 상체와 하체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그 과정에서 닌텐도 스위치의 조이콘이 열심히 일하게 된다.

플레이를 시작하는 순간 세밀하게 반응하는 센서는 '요령 피우면 혼난다'고 말하는 듯 살벌하다. 앉아서 무릎 당기기와 스쿼트를 번갈아 하면, 허벅지의 영혼이 승천해버리는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게임을 표방하지만 운동 기능에 전혀 소홀하지 않았다. 제발, 조금만 소홀해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잠시만 동작을 멈추면 플레이 시간도 칼 같이 멈춘다. 정확한 자세를 취하지 않으면 적에게 가하는 대미지가 낮아진다. 스킬별 쿨타임이 존재해서 편한 동작 하나만 연속해서 할 수도 없다.

불과 10분이 지난 뒤 몸은 땀으로 가득했다. 전투는 물론 기본 탐험도 힘이 꽤 들어간다. 공기포 발사와 점프 기능은 그럴 수 있다고 넘어갈 만하다. 그러나 계단과 늪지대 시스템은 트레이닝을 향한 개발진의 악독한 의지가 느껴진다.

조금만 편한 자세로 하려 들면 링 녀석의 훈수가 날아온다. "무릎을 확실하게 당겨봐!", "엉덩이를 더 낮춰봐!", "너의 한계에 도전해봐!". 한국어 더빙까지 충실하게 되어 귀에 쏙쏙 박힌다. 현실 트레이너에게 고문, 아니 PT를 받는 느낌과 흡사하다.

내면에서 수많은 속삭임이 괴롭히기 시작했다. 미래의 나를 위해 현재의 나를 고문할 필요가 있을까. 오늘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옛 성현들의 말씀처럼, 이럴 시간에 맛있는 치킨을 뜯는 것이 행복한 삶 아닐까. 지금 나는 우주의 섭리를 억지로 거스르려 하는 것이 아닐까.

고통스럽지만, 재미있다. 링피트 어드벤처는 계속 게이머의 본능을 자극한다. 이전 피트니스 게임들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다.

RPG의 게임성과 운동 프로그램이 이 정도로 잘 어우러질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 월드3부터 생기는 속성 공격 시스템은 모든 부위를 골고루 운동하도록 유도하고, 탐험의 맵 구성도 몸을 골고루 단련시키는데 효과적이다.

색깔로 구별되는 4개 속성은 각각 주요 운동부위를 나타낸다. 빨강 공격은 팔운동, 파랑 공격은 다리운동 같은 식이다. 파랑에 속한 스쿼트도 악명 높지만, 가장 지독한 속성은 노랑 공격인 복부운동이다. 적에게 가하는 대미지보다 현실 신체에 전달되는 고통이 더욱 강력하다.

성장할수록 새로운 스킬을 얻으면서 공격력이 더 강해지고, 공격방식도 광역과 단일로 나뉜다. 플레이 전반에서 모든 운동방법을 유도하는 것이다. 게다가 월드마다 보스로 등장하는 드래고는 택틱과 특수 패턴까지 존재한다. 죽어서 처음부터 다시 하는 끔찍한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를 악물고 골고루 열심히 운동할 수밖에 없다.

20레벨쯤, 노랑 속성의 강력한 단일스킬을 새로 얻었다. 드디어 고통스러운 '앉아서 무릎 당기기'를 없앨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기쁜 마음으로 운동 이름을 확인했다.

'플랭크 엉덩이 들기'

그냥 죽여주세요.

플레이 전후로 갖게 되는 스트레칭 시간도 알차다. 놀라운 점은 프로그램이 유연하게 구성된다는 것이다. 매번 똑같은 영상 따라하기가 아니다. 플레이 동안 어느 부위를 집중적으로 썼는지 측정하고, 그에 적절한 스트레칭 방법을 안내한다.

어드벤처 모드만으로 이미 상당한 분량인데, 그밖에도 콘텐츠가 많고 질이 높다는 것이 높은 점수를 주게 한다. 미니게임과 챌린지 모드만 플레이해도 전신운동에 문제가 없을 정도다. 점수를 매번 기록할 수 있고 세계랭킹 경쟁도 가능해 "한 판만 더"라는 욕심까지 자극한다.

운동 프로그램의 필수 요소인 통계 시스템도 훨씬 발전했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때마다 맥박과 소모 칼로리를 측정하고, 하루 통합 운동량과 종목별 실행 횟수 및 일차별 통계를 체계적으로 보여준다.

난이도 조절도 직관적이고 자유롭다. 각자 신체조건에 맞는 운동 부하를 설정하기 편해 굳이 지나치게 어렵거나 쉽게 운동할 필요가 없다. 운동은 개인차가 극명한 만큼 유저가 피로감을 느끼고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중요한데, 그 지점을 절묘하게 조절하고 있다.

아직 초반이지만 자신 있게 권한다. 운동이 필요하다고 느끼지만 귀찮거나 부담되던 이들에게, 링피트 어드벤처는 역대 최고의 콘텐츠다.

기능성을 목적으로 가진 게임 중, 본연의 재미를 이 정도로 완벽하게 녹여낸 게임은 없었다. 피트니스 게임 시장에서 닌텐도의 경쟁 대상은 닌텐도 자신이었는데, 링피트 어드벤처는 과거작들과의 승부를 완승으로 결정지은 모습이다.

운동의 가장 큰 적인 '작심삼일'은 이미 물리쳤다. 지옥 같았던 1일차와 2일차를 견디니 조금씩 자세가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게임 속 새로운 콘텐츠도 나타나면서 재미가 붙어갔다. 스토리도 걱정에 비해 흥미롭다. 이후 전개가 궁금해서라도 매일 두 손에 링을 들게 만드는 게임이다.

오늘 일을 마친 직후, 5일차 모험을 하러 떠난다. 과연 헬스에 미쳐버린 드래고와의 승부는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 그 과정에서 유저의 몸은 얼마나 강해질 수 있을까. 링피트를 멈추지 않는다면, 다음 보고서도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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