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지스타 부스 이벤트의 중심은 인플루언서가 됐다.

2016년까지 연예인 중심의 마케팅을 펼쳤지만, 2017년부터 변화의 징조가 보였다. 배틀그라운드와 함께 눈에 띄는 인파를 맞이한 곳이 바로 트위치 부스였다. 인플루언서의 팬 동원력을 실감한 업체들은 이후 적극적으로 섭외 경쟁에 나섰다.

흐름은 거스르기 어렵다. 게임계에서 인터넷방송 시장은 비약적으로 규모가 커졌다. 그에 더해 한국게임의 화제성은 날로 떨어졌다. 섭외 비용에 비해 게임 홍보효과가 약했던 연예인에 비하면, 게임 크리에이터들이 기반 지식을 가지고 게임 내용을 자세하게 알리는 방식에서 유저 상대 홍보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지스타가 아쉬움을 남기는 이유는 인플루언서를 다수 섭외했기 때문이 아니다. 반대로, 인플루언서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점을 짚을 수 있다.

인플루언서, 즉 게임 크리에이터가 등장한 이벤트는 대부분 한 가지 패턴을 취했다. 정해진 시간에 무대에 오르고, 일정 시간 대화를 나눈 뒤, 게임 콘텐츠나 퀴즈 쇼 등을 함께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이벤트에 이기든 지든, 게임 내용이 어떻든간에 게임이나 부스 내용에 집중된 모습은 아니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대거 등장하는데 콘텐츠가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출연자 라인업에 의존한 채 이벤트 기획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반응이 업계와 관람객에게서 공통적으로 나왔다. 지스타 2017 넥슨처럼 스트리밍 룸에서 단독으로 시연 방송을 켜는 방식이 그나마 더 효과적인 노출이란 의견도 있다.

인플루언서 측의 협조 미흡을 토로하는 관계자도 있었다. 이제 유명 스트리머나 BJ들의 경우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그중 몇몇은 시연 게임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전달받고서도 한번을 살펴보지 않은 채 아무렇게나 행사를 진행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 "영향력을 가지고 섭외 계약을 맺었으면 최소한의 협조는 해줬으면 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유의미한 콘텐츠는 한 곳에서만 나왔다. 구글플레이 부스는 작년 구글플레이 올스타에서 한발 더 나아가, 게임 크리에이터 팀 대결인 플레이온챌린지를 기획했다. 10월 초부터 티저 영상으로 시작해 사전 촬영분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풀었고, 현장 행사 직전까지 화제를 끌어모으면서 장기적 스토리텔링을 완성했다.

그 결과 에피소드1은 19일 현재 조회수 670만을 돌파할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다. 풍월량과 침착맨, 김재원처럼 고정팬이 많은 스트리머 및 유튜버를 전면에 배치한 멤버 구성도 현장 반응 유치에 유효했다.

구글플레이 역시 호평만 받은 것은 아니었다. 현장 파이널매치 진행이 매끄럽지 못했고, 송출 품질과 현장 시야각도 좋지 않아 관전의 불편과 전시장 혼잡을 유발했다. 하지만 인플루언서의 특징과 강점을 살린 기획은 이후 많은 곳에서 참고할 만한 포맷이 됐다.

게임과 인플루언서는 라이벌이 아니다. 서로가 서로를 키워주는 상생 관계다. 인플루언서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퍼트리는 매개체고, 그 과정에서 각자 콘텐츠가 성장한다. 게임사가 인플루언서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서로 이용하는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그렇다면 참신하고 진화된 콘텐츠 기획이 핵심 과제다.

지스타 2019는 인플루언서 비중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큰 숙제를 남겼다. 게임 체험 전시회 분야에서 플레이엑스포가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고, 지스타는 보는 게임의 비중이 늘어나며 체질을 바꾸고 있다.

오히려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더욱 재미있는 이벤트를 정교하게 준비하거나, 반대로 게임 본연의 전시에 집중하는 등 확실한 정체성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인플루언서를 완전히 배제하고 해외 게임쇼를 벤치마킹해 구성한 펄어비스가 더욱 빛나 보인 이유도 현장에서 독보적인 정체성과 게임의 질을 보였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 홍보의 단맛을 봤고, 지금 시점의 한계도 봤다. 시행착오를 토대로 지스타 2020에서는 관람객이 더욱 몰입할 만한 이야기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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