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서(이하 PD)의 역할은 자동차 핸들과 같다. 

아트와 기술, 기획 등 다양한 직군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게임의 방향성을 결정한다. 언뜻 보면 도장만 찍어주는 회장님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PD의 역할은 위에서 관망하기보다 퍼블리셔와 유저, 운영진 사이에서 간극을 조절하는 조율자에 가깝다. 

크루세이더 퀘스트(이하 크퀘)를 개발한 로드컴플릿 조성민 PD는 직군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다양한 경험과 소통을 강조했다. 게임사 창업으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사업 PM,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 기획자 등을 거치며 쌓은 모든 경험은 PD의 업무에 힘을 실었다. 

경쟁을 넘어 생존도 어려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크퀘는 2014년부터 명맥을 이어왔다. 레트로 스타일의 도트 그래픽, 주류 트렌드와 차별화한 게임성을 무기로 꾸준한 매출과 유저 수를 유지하며 서비스 중이다. 

크퀘 5주년 기념 게임업계 직군 간담회의 시작은 PD의 역할을 게임, 조직, 서비스 3가지로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게임에 있어 PD는 최종 결정권자에 가깝다. 방향성과 기획, 기술적인 부분을 모두 고려하고 직군간 협업 과정을 조율한다. 

조직을 조율하는 과정도 PD의 몫이다. 팀원에게 개별적인 문제는 없는지 파악하고 필요하다면 면담까지 진행하며 좋은 개발 환경을 마련하려 노력해야 한다.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크퀘 서비스를 위해, 퍼블리셔 NHN과 매일같이 소통하며 공지와 홍보 방향성을 이야기한다.

다방면의 소리를 들으려면 그에 맞는 역량도 필요하다. 담당 게임뿐만 아니라 콘솔, 모바일, 장르를 가리지 않고 게임을 섭렵해야 아이디어의 방향성을 결정할 수 있다. 단순히 플레이하는 것을 넘어 콘텐츠의 특징을 분석하고 벤치마킹하는 눈을 기르는 자세가 중요하다. 

두 번째는 지식이다. 밸런스부터 경제까지, 자신이 기획한 아이템을 유저와 팀원에게 설명하려면 관련 지식이 필수적이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신기술이 등장했을 때 업데이트 범위를 산정할 수 있는 정도의 지식이 있다면 업무에서 유리한 포지션을 선점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역량은 소통이다. PD는 최종 결정권자이기도 하지만 운영진과 유저, 경영진과 개발자 사이를 조정하는 중관 관리자이다. 개발자들을 대변하는 와중에도 경영진의 의견도 팀원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조성민 PD는 중간 관리자로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달에 한 번 직접 진행하는 ‘Let's CQ’ 스트리밍은 운영에 필수적인 콘텐츠가 아니지만 유저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콘텐츠의 방향성과 옳고 그름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조 PD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경청하고 게임에 도입할 방법을 궁리하는 업무야말로 PD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라며 “유저뿐만 아니라 팀원 개개인의 목소리도 놓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결코 잊으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간담회 이후 진행한 질의응답 세션에서 조 PD는 현장을 방문한 유저와 PD 지망생들과 함께 직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Q: 아트, 기술 직군에게 PD의 생각을 전달하려면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조성민: 소규모 팀이라면 대화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규모가 큰 팀의 PD라면 필요한 이야기를 정확하게 전달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말로 전달했을 때 바로 전달됐다는 믿음은 PD만의 생각이다. 본인의 능력만 맹신하면 기술, 아트 직군에 혼선이 오기 마련이다.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앞서 사전에 효율적인 소통 방법을 약속하는 과정이 앞서야 한다. 

Q: 좋은 PD가 되려면 어떤 덕목을 갖춰야 하는지 궁금하다
조성민: 팀원들이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PD가 좋은 PD다. PD의 역할은 개발에서 애매한 부분을 정리하는 역할인데, 정리가 필요한 소재들은 PD 혼자서 만들 수 없다. 기술, 아트, 기획 등이 소통하고 협업하는 과정을 도와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항상 즐겁게 일하려 노력해야 한다. 만드는 이들이 즐겁지 않은데 결과물을 즐기는 유저가 즐거울 수는 없다. 스스로도 소통과 함께 게임을 즐겁게 제작해야 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정신력도 좋아야 한다. 최종 결정권자인 만큼 모든 것은 PD의 책임이다. 게임이 흥행해서 받는 칭찬의 지분도 크지만 잘못도 크다. 예기치 않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항상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Q: 크퀘 PD로서 가장 신경이 쓰인 부분은 무엇인가
조성민: 처음부터 크퀘 PD로 운영진에 참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팀원의 신뢰를 얻는 과정이 중요했다. 

Q: 크퀘 PD를 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조성민: 다양한 경험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창업부터 사업PM, 프로그래머 등 아트 직군을 제외한 모든 업무를 경험해봤다. 사실 5년 차 인원이 PD를 맡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Q: 학생 프로젝트에서 PD를 맡은 학생에게 할 수 있는 조언은?
조성민: 학생 프로젝트는 돈을 벌기 위한 일이 아니다. 오롯이 봉사하는 심정으로 리더를 맡은 만큼 소통이 더욱 중요하다. 무엇보다 화를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화를 내면 팀원을 설득하기도 힘들어지고 리더로서 신뢰도도 떨어진다. 항상 프로젝트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Q: PD가 알아야 할 기술 프로그램은 무엇이 있을까?
조성민: 기획 쪽 출신이라면 직접 코딩하는 경우는 드물겠지만 코드를 읽을 수 있는 정도의 지식은 필요하다. 종류를 가리지 않고 언어 하나라도 공부한다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크퀘의 경우 유니티4를 사용하다가 유니티5로 업그레이드 했는데, PD가 엔진 특징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면 불가능했을 작업이었다. 

유저들은 게임을 바라볼 때 콘텐츠적으로 접근하지만 대부분의 문제는 기술 분야에서 터진다. 버그, 접속 오류 등을 발 빠르게 대처하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서비스를 종료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으니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Q: 마지막으로 PD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조성민: 즐거운 마음으로 게임을 만들어주셨으면 한다. 게임은 다른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매체다. 물론 개발자를 선택한 만큼 괴로운 상황이 수만 번은 찾아오겠지만 유저들이 즐겁게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습을 상상한다면 더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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