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2019년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다사다난(多事多難)’이다.
  
시작은 연초부터 게임업계를 뒤흔들었던 매각 이슈다. NXC 김정주 대표가 NXC 지분 전량을 매물로 내놓으면서, 약 10조 원 규모의 국내 최대 M&A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다.
  
넥슨이 연간 2조가 넘는 국내 최고 매출을 기록 중이고 다수의 IP(지식재산권)를 보유한 국내 대표 게임사인만큼, 해외 매각 가능성으로 인해 업계와 유저들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해외 기업들의 저조한 참여 및 국내 우선협상자와 원하는 가치를 맞추지 못하면서 매각은 성사되지 않았다. 더불어 김 대표가 주관사 모건스탠리를 통해 본입찰에 참가한 후보 기업에 이메일로 매각 철회 의사를 전하면서, 1월부터 시작된 6개월간의 매각 이슈는 일단락됐다.
  
이렇듯 외부적으로 큰 이슈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넥슨의 신작 관련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1월 스피릿위시를 시작으로, 2월 런닝맨 히어로즈, 3월 린: 더 라이트브링어, 크레이지아케이드 BnB M, 런웨이 스토리, 4월 트라하, 5월 고질라 디펜스 포스에 이르기까지 지난해 공개했던 라인업을 차근차근 선보였다.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신작 출시 일정을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정이 조정 및 지연되는 경우가 많은 것을 고려한다면, 자칫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 신뢰감 있는 운영을 선보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수집형RPG부터 방치형, 스토리, 아케이드, MMORPG에 이르기까지 특정 장르에 치우치지 않는 다양한 라인업으로 유저들에게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하는 등 의미 있는 행보를 이어나갔다.
  
이 밖에도 바람의나라:연과 카운터사이드의 비공개테스트로 개발 중인 신작의 게임성을 점검하기도 했다.

다수의 신작 출시와 더불어 2019년을 관통한 키워드는 체질 개선이다. 올해 모바일게임 리터너즈, 히트(HIT), 마스터 오브 이터니티(M.O.E), 온라인게임 니드포스피드 엣지, 배틀라이트, 어센던트원의 서비스를 종료했다. 야생의땅: 듀랑고는 오는 12월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있으며, 마블 배틀라인은 내년 1월 서비스가 중단된다. 
  
더불어 2011년부터 약 8년간 개발 중이던 온라인게임 페리아 연대기와 더불어 드래곤하운드, 메이플스토리 오디세이, 제노프로젝트, 데이브, 네 개의탑 등의 프로젝트 중단을 발표했다.
  
넥슨이 체질 개선에 나선 이유 중 하나는 실적 개선이다. 지난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12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역시, 전년 대비 19% 감소하는 등 하락세다.
  
그동안 출시한 게임의 서비스를 비교적 오랜 기간 지속해왔던 것과 달리, 여러 타이틀의 서비스 종료 결정을 빠르게 내린 것은 실적과 관련된 부담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분석할 수 있다. 실제로 서비스가 종료된 타이틀 대부분의 서비스 기간은 1년 남짓이다.
  
또 다른 이유는 효율성 증진이다.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가 “주 52시간 근무제로 게임산업의 생산성이 하락했다.”라고 밝힌 것처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게임산업의 생산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넥슨이 서비스 종료 및 프로젝트 중단으로 발생한 인력을 신규 프로젝트에 투입한다면, 생산성 향상과 더불어 게임의 퀄리티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상황과 맞물려 넥슨의 사업 방향성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상반기 다수의 신작을 출시했던 것과 달리, 하반기에 출시한 게임은 V4가 유일하다. 전반적인 생산성이 감소한 대신, 게임 퀄리티를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이는 2019년 3분기 투자자 프레젠테이션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자료를 보면, 수가 적지만 규모가 큰 게임, 강력한 IP, 깊이 있는 플레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조직 체계를 정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스타 2019에 불참한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개발 및 서비스 중인 게임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 지스타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라며 14년 동안 개근했던 지스타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직 속단하기 이르지만 방향성 변화는 성공적으로 보인다. V4가 출시 이후, 뛰어난 퀄리티를 바탕으로 리니지M, 리니지2M과 함께 양대 마켓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경쟁 중이다. 출시 이후, 한 달이란 기간 동안 최상위권에서 경쟁하며 롱런의 기반을 마련했다.
  
과거 넥슨의 신작이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히트작이라는 느낌을 주는 타이틀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사업 방향성 변화 이후 선봉장으로 나선 V4가 성공을 거두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변화의 흐름은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넥슨은 V4를 통해 성공적인 체질 개선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V4는 시작에 불과하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넥슨의 변화된 행보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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