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를 키울수록 성취감보다 아쉬움이 남는다. 플레이보다 기도에 집중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6년 만에 돌아온 게임빌프로야구 슈퍼스타즈의 가장 큰 변화는 나만의선수다. 한 명의 선수가 에이스로 거듭나기까지 전담했던 육성 방식은 팀 선수 전체로 규모를 키웠다. 커진 볼륨만큼 포지션도 세분화했고 육성기간은 6, 7주차로 단축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한 투수는 찬스 상황에서 개입하도록 바꾸어 플레이 시간을 조절했다.

육성기간에 대한 호불호는 뚜렷하게 나뉜다. 만족할만한 선수를 키우기에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과 포지션별 여러 선수를 키우기에 알맞다는 의견이 함께했다. 모두 근거 있는 이야기다. 또한 기간이 짧아진 만큼 유저들의 선택이 더욱 무거워졌다는 점도 포인트다.

하지만 한정된 훈련 기회와 이벤트는 플레이보다 행운으로 보상을 제공한다. 단순히 뽑기 콘텐츠만 놓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트레이너 뽑기는 유저가 여부를 선택할 수 있고 결과가 아쉽더라도 강화, 트레이드 재료를 얻는다는 점에서 위안이라도 얻을 수 있다.

방식만 보면 나만의선수는 전적으로 유저의 선택을 따르는 듯하다. 트레이너 구성과 훈련 코스, 휴식, 아이템 구입, 경기 참여 여부 등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문제는 보상이다. 훈련에 어떤 트레이너가 배치되는지, 추가 스킬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시즌 미션이 무엇으로 배정되는지, 이벤트 보상으로 어떤 스킬에 할인이 붙는지, 어떤 마선수와 파트너가 되는지, 심지어 경기의 승패까지도 확률 요소에 맡겨야 한다.

뽑기의 낮은 확률을 뚫고 트레이너 구성을 마쳤다 해도 시작에 불과하다. 트레이너는 근력, 지능, 민첩, 정신 4종류의 육성 타입에 따라 분류되고 무작위로 배정되는 훈련 코스와 타입이 일치한다면 기존보다 2배 이상의 효율을 낼 수 있다. 운이 좋다면 훈련만으로 슈퍼스타 장비 이상의 능력치를 얻을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보상 좋은 트레이너 이벤트만 기대할 수밖에 없다.

스킬과 장비 역시 노력보다 운의 비중이 크다. 육성 기간이 제한되어 있는 만큼 스킬 포인트와 G포인트를 수급할 기회도 부족하다. 때문에 스킬 할인 효과를 노릴 수 있는 트레이너 이벤트나 한정상품 세일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데, 이 부분에서 유저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

이벤트도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이벤트로 얻을 수 있는 능력치와 스킬 할인은 매력적이나 G포인트를 뺏거나 기분을 다운시키는 ‘꽝’도 존재한다. 만약 이벤트로 G포인트를 잃어, 할인 상품을 놓쳤다면 구단 홍보로 훈련 기회를 허비하고 그대로 경기에 진입해야만 한다.

그나마 유저의 노력에 따라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여지는 있다. 트레이너 레벨이 높아질수록 능력치에 맞는 훈련코스에 배정될 확률이 높아지고 보상 효율과 호감도도 높아진다. 좋은 트레이너를 뽑고 키운다면 최저 능력치는 어느 정도 보장받는 셈이다.

반면 슈퍼스킬은 트레이너의 레벨이 높아질수록 원하는 종류를 습득하기 더욱 어려워진다. 훈련 효율을 높이기 위해 레벨이 높은 트레이너를 기용했다면 육성 능력으로 시작 호감도를 높게 가져간다.

여기에 호감도 50을 넘긴 트레이너 중 한 명을 무작위로 지정하는 인연 이벤트 선정 방식과 역시 무작위로 돌리는 트레이너 이벤트를 감안한다면, 유저가 슈퍼스킬을 고르는 선택지는 없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원하지 않는 인연 이벤트는 거절해서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지만 인연 효과로 증폭된 훈련 성과를 놓치는 점은 명백한 손해다.  

리그 순위에 따라 개방되는 7주차도 완전히 실력으로 쟁취했다고 보기 힘들다. 팀 전력의 차이가 있더라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스포츠게임의 재미도 중요하나 유저가 아닌  AI의 실책으로 육성 기회까지 날아가 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우스갯소리처럼 들려오는 AI투수 클락의 악명을 웃으면서 바라보기에는 허탈감이 크다.

한 명의 선수를 키우기까지 거쳐야 하는 수많은 확률 싸움은 게임빌 프로야구 시리즈에 어울리지도, 유저에게 그리 달갑지도 않은 콘텐츠다. 나만의선수 업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동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각 잡고 키운 선수의 등급까지 플레이 숙련도보다 룰렛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큰 기대를 했지만 플레이할수록 아쉽다. 밀리언셀러 IP(지식재산권)와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수집형RPG 요소를 결합했으나 확신보다 의문만 깊어진다. 선수를 거듭 육성해봐도 나만의선수와 시즌, 대전모드를 왕복하는 부족한 콘텐츠 볼륨을 덮기 위해, 무작위 요소에 비중을 높인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저작권자 © 게임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