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노조' 개념은 1년 전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노동문제 역시 이제 논쟁의 출발선에 섰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노동조합을 통해 가장 먼저 이루려 하는 큰 과제가 무엇일까.

11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주최한 노동포럼에서 발표한 IT게임 기업조직 설문조사 보고서는 의미 있는 단서를 드러낸다. 게임사는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IT사는 네이버와 카카오를 대상으로 했으며 총 1,259명이 응답했다. IT 및 게임업체 종사자와 조합원 대상으로 노동실태를 조사한 것은 처음이다.

IT·게임사 특유의 높은 이직률과 신생노조 특성상 조합원 규모는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전체적인 규모가 크게 변하지 않더라도 이직으로 인한 조합원의 탈퇴와 신규유입이 빈번하다. 조합원 규모에 비해 조직률은 넥슨과 스마일게이트가 더 높게 나타났는데, 게임사의 높은 고용불안정성과 조직구조 면에서 상대적 안정성이 공존하면서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게임사는 IT사와 비교해 52시간제 도입 혜택을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꿔 말하면, 제도 이전에 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양이 많았다는 의미다. 가장 응답률이 높은 직군은 넥슨 프로그래밍으로 70% 가량이 업무 시간을 단축했다고 답변했고, 스마일게이트는 프로그래밍과 함께 디자인(60%) 직군에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 "휴가 못 쓰는 분위기... 회사 향한 신뢰도 낮다"

전반적으로 게임사가 IT사에 비해 휴가사용이 제한된 경험이 높았다. 이유 또한 차이를 보였다.

IT사는 '대체노동자가 없어서'와 '동료에게 폐를 끼칠 것이 염려되어서'가 휴가사용 제한 주요 이유로 나타난 반면, 게임사는 '상급자가 사용을 허가하지 않아서'와 '암묵적으로 휴가를 쓰지 않는 분위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눈에 띄게 높았다.

직무 만족도 조사에서도 게임사는 IT사에 비해 부정적 지표를 보였다. 만족도가 낮고 스트레스는 높게 나타났으며, 분배공정성과 정보공정성 면에서도 게임사 조합원들이 불만족스러운 반응을 드러냈다. 사내 인사관리 역량과 노사신뢰 역시 게임사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종합하면, 회사를 향한 신뢰가 낮다는 결론과 연결된다.

* "고용안정성 강화가 최우선, 공정한 보상시스템도 시급"

가장 흥미로운 차이는 선호 의제에서 드러났다. 조합원들이 회사에 요구하는 우선순위를 뜻한다. 넥슨(33%)과 스마일게이트(23%) 공통으로 '고용안정성 강화'가 가장 선호하는 의제로 꼽혔다. 뒤를 이은 것은 '공정한 보상시스템 설계'다. 고용안정성은 IT사 조사에서 3위권 바깥으로 밀려 있는 의제다.

넥슨은 40대에서 특히 고용안정성 요구가 압도적이었고, 스마일게이트의 경우 '인사시스템 체계화' 요구가 함께 높은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20대 조합원은 모든 업체에서 임금인상에 대한 관심이 높았으며, 30대는 보상시스템과 수평적 조직문화를 비교적 중요한 의제로 꼽았다.

게임사 조합원들은 IT사에 비해 적극적인 노조 활동방식을 선호했다. 온라인 의견제시가 1위인 점은 같았지만, 집단행동 참여 선호도는 게임사 조합원이 눈에 띄게 높았다. 특히 넥슨은 24.7%로 가장 적극적 의사를 보였고, 스마일게이트는 위원장 및 대의원 선거 참여(14%)가 비교적 높게 나타난 것이 특징이다.

* "리스크는 높은데, 왜 보상은 적나"

게임사 개발진에게 프로젝트 폭파는 공포의 대상인 동시에 일상이다. 보고서는 자의와 무관한 전환배치로 비자발적 이직 및 퇴사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조직이 여러 갈래 자회사 형태로 분리되면서 내부 직원 이동이 무분별해져 근무 조건이 악화된다는 지적도 흘러나온다.

한 대형 게임사 개발자는 "프로젝트가 답보 혹은 실패로 판명되면 퇴사 압박까지 받는 동료들이 많은데, 성공을 하고 이익을 벌여들여도 실무진에게 돌아오는 보상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털어놓았다. "게임산업 특성상 '하이 리스크'는 그렇다 쳐도, '로우 리턴'은 개선해야 하지 않나"라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실제로 네이버를 제외한 IT게임 3사 인센티브는 업무 부담에 비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카카오, 넥슨, 스마일게이트의 일반 직원 인센티브는 평균 4~5% 수준으로 추정된다. 반면 성과연봉제 임금체계는 불투명한 사례가 많기 때문에, 사내 보상체계에 의구심이 들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동한다.

시간 외 모바일 노동도 짚어봐야 할 의제다. 명목상 평균 근무시간은 42시간 가량으로 측정되지만, 정규 시간 외에도 스마트폰을 통해 업무를 지시하고 처리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실제 일하는 시간이 무한정 늘어나기도 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독일 기업들은 모바일 협약을 통해 이런 시간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는 등 기준을 명확히 세우는 사례를 보였다. 참고할 만한 사례로 추천된다.

워라밸이 젊은 세대의 주요 가치로 자리잡으면서, 근무 환경을 향한 목소리도 달라지고 있다. IT산업은 비교적 신생이고 제조업과 다른 특성을 가진다. 관련 연구는 이제 걸음마를 뗐다. 회사와 직원이 서로 원하는 우선순위를 파악하고 대화를 늘려나가는 움직임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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