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젠의 올해는 전과 달랐다.

선굵은 MMORPG를 상징하던 곳이다. 웹젠은 R2와 뮤 시리즈 등, 확고한 이미지로 시장 한 켠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만큼 새로운 옷은 생경했다.

주력 장르의 다른 해석, 글로벌 시장, 새로운 장르 개척. 웹젠에게 2019년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도전이 이어진 해였다. 3월 마스터탱커로 시작해 6월 퍼스트히어로, 9월 나선영웅전까지 1년간 이어진 도전기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내부 고민 및 플랜에 더해, 현재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함께 드러냈기 때문이다.

마스터탱커는 MMORPG지만 웹젠이 보여주던 그림과 달랐다. 파티플레이 기반으로 실시간 협력과 전략을 강조한 것은 모바일 기반에서 흔하지 않은 시도였다. 길드를 중심으로 던전과 레이드 콘텐츠가 핵심이었고, 아기자기한 감성도 느껴지면서 과거와 다른 서비스 방향을 보여주었다.

퍼스트히어로는 서구권을 겨냥한 무기였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전세계 단일 버전으로 동시 출시했고, 캐릭터 감성과 그래픽 역시 서양 게임들의 그것과 닮았다. 영지를 키우고 병력 조합으로 승부를 겨루는 소셜 전략 장르의 트렌드를 함께 따랐다.

이순신과 세종대왕 등 한국 영웅을 비롯해 역사 속 실존 인물들을 캐릭터로 구현했고, 개성을 부여하는 작업도 거쳤다. 글로벌 단일 서버의 재미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채팅 자동번역 기능을 도입한 것도 정성을 느끼게 했다.

수집형RPG 시장의 문은 나선영웅전을 통해 두드렸다. 나선영웅전의 차별화 무기는 턴제 전투의 맛이었다. 단순한 조작으로 깊이 있는 게임성으로 머리를 쓰는 재미를 전달한 것. 한 손으로 조작 가능한 세로 화면 인터페이스와 협공 시스템은 정체성이라고 할 만했다.

과감한 도전은 서투름을 함께 동반했다. 1년 성적표를 점검했을 때, 신작들은 분명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냈다.

마스터탱커는 MMORPG 과열경쟁 속에서 이슈의 중심에 서지 못했고, 퍼스트히어로는 글로벌 인지도와 경쟁력을 이겨내기 모자랐다. 나선영웅전 역시 최신 수집형RPG들에 비해 발전한 퀄리티를 보여줄 수 없었다.

그러나 웹젠은 초기 성적이 실망스럽더라도 사후지원에 힘을 빼지 않고 있다. 시도보다 더 칭찬할 가치가 있는 것은 운영을 이끌어나가는 의지다.

마스터탱커는 이달 들어 초월 업데이트로 최상위 유저를 위한 경쟁 구도 조성에 나섰고, 진영전으로 거대한 전쟁 경험을 제공하는 한편 콘텐츠 다변화를 꾀했다. 나선영웅전 역시 춘향과 황진이에 이어 한국 영웅 도가비를 추가하는 등 꾸준한 업데이트를 계속하고 있다.

2020년, 웹젠은 다시 주무기를 꺼내들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현재 핵심이라고 할 만한 뮤 IP는 국내외에서 신작을 활발히 개발하고 있고, 2개 이상의 신작 퍼블리싱 게임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강해지자 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시장에 기반을 다지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자체 개발작을 기다리는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자회사 웹젠레드코어에서 개발 중인 신작은 가장 큰 관심사다. R2 핵심 개발진을 주축으로 모였고, 웹젠 개발력 중에서도 정예로 불리는 인력들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2020년 상반기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출시 일정은 검토 단계다.

중요한 것은 퀄리티다. 웹젠은 1년 동안 가지 않은 길을 가봤고, 과거에 닦아놓은 길도 여전히 열려 있다. 신선함과 함께 고품질의 재미를 안겨주면서 반등할 수 있을 것인가. 웹젠의 잠재력은 2020년 다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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