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게임업계는 뜨거웠다. 많은 신작이 등장했고 오프라인 이벤트와 e스포츠 등 게임사들의 노력들이 2019년을 장식했다.

아쉬움도 남았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게임사들이 운영 이슈로 골머리를 앓았다. 사안의 경중은 달라도 결과는 같았다. 유저들은 게임사의 미흡한 대처에 실망했고 게임에서 떠난 모습도 있었다.

대부분의 운영 이슈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특정 사건은 촉매제였을 뿐,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게임사들의 대처는 표면적일 수밖에 없다. 수습이 늦어질수록 문제의 핵심에서 벗어난 불만들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에픽세븐은 대대적인 콘텐츠 개편으로 반등하기까지, 숱한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지난 6월 에픽 페스타에서 불거졌던 15% 발언을 시작으로 메모리 변조 프로그램 논란 등이 이슈화되면서, 1주년 축하 행사를 앞두고 별도의 해명 간담회를 가졌다.

공교롭게 유저들이 간담회에서 해명을 요구한 사안들은 월광소환, 부족한 골드 수급처 등 미흡한 콘텐츠에 집중되어 있었다. 에픽 페스타와 메모리 변조 프로그램은 계기였을 뿐, 에픽세븐 상황 자체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비난의 주를 이뤘다.

간담회 이후,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 장인아 대표의 사과문과 개발진의 개선안 발표, 신규 콘텐츠 업데이트로 매출순위를 복구하는데 성공했으나, 운영에 대한 이미지는 여전히 어두운 상황이다.

파이널판타지14 역시 게임사의 미흡한 대처로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파이널판타지14의 운영진은 래디컬 페미니즘 세력 ‘메갈리아’ 관련 문제로 특정 사상을 지지한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8월, 도발을 삼가고 게임에 집중해달라는 이화수 운영팀장의 글로 사상 문제는 또다시 화두에 올랐다. 이후 중립적 입장을 표명하는 운영진의 발표가 이어졌지만 추가로 특정 성향의 유저들이 제재 받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되는 등 논란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콘텐츠적인 운영뿐 아니라 계약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가 내년 1월부터 확대 적용하는 주52시간 근무제에 대해, 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의 대폭 증가를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로 추가하겠다고 발표했다. 게임업계라면 익숙한 단어. 크런치 모드를 떠올리게 한다.

그동안 주52시간 근무에 대한 경영진과 노동자들의 의견차는 확연하게 나뉘었다.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는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생산성 저하를 우려했으며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도 개인이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게임업계 노조의 입장은 다르다. 주52시간 근무제 완화 조치에 노동자의 목소리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는 의견이다. 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의 대폭 증가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은 만큼 이를 악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제기했다.

주52시간 근무제 연기에 대한 게임사의 입장은 들려오지 않는다. 별도의 입장 표명 없이 근로시간을 준수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이나, 포괄임금제 폐지 소식을 앞다투어 전했던 연초와는 상반된 분위기다.

e스포츠 선수 불공정 계약 이슈도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김대호 감독의 방출로 시작된 사건의 여파는 리그오브레전드 판을 넘어 e스포츠 전체로 번졌다.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프로게이머 ‘카나비’ 서진혁의 계약서는 전문가들조차 이해하기 어려울정도로 불합리했다.

오랜 시간동안 e스포츠는 팬들의 관심으로 성장했지만 선수들의 권익과 계약 환경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미성년자 선수들의 이적 과정은 계약이라기보다 팀과 제 3자간의 매매에 가까웠다.

단기간에 많은 이슈가 겹치면서 운영을 바라보는 유저들의 시선도 날카로워졌다. 조금이라도 불합리한 콘텐츠가 있다면 다른 게임과 효율을 비교하고 개발진에게 소통을 요청했다. 게임의 콘텐츠뿐만아니라 게임사의 대처도 새로운 평가 기준이 된다.

게임사들의 대처도 민첩해지는 추세다. 엑소스 히어로즈는 출시 직후 유저들의 의견에 대해, 즉각적인 피드백을 실시하고 다음 업데이트에 반영한 바 있다. 비공개테스트 중인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바람의나라:연과 섀도우 아레나는 커뮤니티로 비공개테스트에서 받은 피드백을 공유하고 개발 방향성을 밝히고 있다.

개발과 함께 콘텐츠 외적인 운영은 추가 인력이 필요하지만 가치있는 일이다. 게임사의 대처로 기부 열풍을 이끈 소울워커와 유저 친화정책으로 인지도를 쌓은 프린세스커넥트:리다이브처럼 운영 자체가 게임의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경우도 있다.

해가 갈수록 게임 운영의 비중은 콘텐츠 이상으로 무거워지고 있다. 좋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법과 함께 유저와의 소통은 두말이 필요없이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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