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의 신작 모바일게임 ‘눈물을마시는새’(이하 눈마새)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발단은 12월 초, 크래프톤이 눈마새 IP(지식재산권) 신작을 개발 중이란 보도에서 시작됐다. 플랫폼과 그래픽 엔진, 콘텐츠 볼륨 등 세부적 내용은 오보였으나, IP의 인지도가 워낙 높다 보니 소문은 유저와 원작 팬들의 입소문을 타며 전해졌다. 

일주일 후, 크래프톤은 공식 유튜브로 신작 모바일 MMORPG, 눈마새 영상을 공개했고 댓글창은 팬들의 원성으로 가득 찼다. 두 자릿수에 불과한 좋아요에 비해, 싫어요는 1,500건을 돌파했으며, 댓글도 케이건 드라카의 대사와 행적을 빗대며 비판하는 내용이 많은 추천을 받았다. 

개발총괄 김경태 PD가 인터뷰와 개인방송으로 눈마새 IP를 선택한 배경과 게임의 취지를 설명해도 팬들의 분노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글로벌 IP 대신 국내 IP를 발굴하고자 했고 마케팅적인 도움도 받고자 했지만 이는 원작과 게임 사이의 간극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아니었다. 

영상 내용과 구성도 팬들을 납득시키기 어려웠다. 김경태 PD의 인터뷰 영상은 눈마새의 소개라기보다, 크래프톤이 지난해 공개했던 프로젝트BB의 콘텐츠를 해설하는 쪽에 가깝다. 영상 도중 하늘치와 케이건 드라카 일행처럼 보이는 콘셉 아트를 확인할 수 있지만 게임 콘텐츠로 등장할지 알 수 없다. 

팬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게임과 원작의 괴리감이다. 원작의 감상은 인간, 레콘, 도깨비, 나가 선민종족 4종의 풍토와 등장인물의 개성이 다양하게 나뉜다. 

하지만 영상과 PD의 설명만으로 게임과 IP를 연결되지 않는다. 전승 시스템, 하우징 요소 등은 매력적이지만 원작의 특징은 아니다. 주요 등장인물을 비롯한 선민종족과 키보렌, 한계선, 하인샤 대사원, 시구리아트 유료도로 등의 주요 지역 그리고 대호, 하늘치, 용 등이 설명의 중심에 있었어야 했다. 

캐주얼한 그래픽 역시 원작의 분위기와 거리가 멀다. 아무리 평화로운 세계관을 지향한다 하더라도 눈마새는 갈등의 이야기다. 팬들이 기억하는 케이건 드라카의 사랑은 참혹하기 그지없으며, 추억의 방법 또한 긍정하기 어렵다. 

설정상 논란이 될 만한 장면도 있다. 눈마새 세계관에서 마법은 제한적인 요소다. 도깨비불과 괴력, 니름은 종족 고유의 능력으로 볼 수 있고 신을 가두고 행하는 기적도 등장인물이 쉽게 범접할 수 없는 능력이다. 1레벨부터 얼음과 불을 던지는 일반적인 판타지 세계관의 마법사와 다른 모습이다. 

반면 프로젝트BB의 캐릭터는 지팡이로 화염과 얼음마법으로 적을 공격하며, 눈마새 역시 지팡이 형태의 무기가 등장해, 설정 파괴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세 판타지에 어울릴만한 플레이트 아머를 제외하더라도 소설의 핵심 인물도 다루지 못한 능력의 등장은 IP를 반영했다는 주장에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이러한 원작 기반의 스토리텔링, 콘텐츠 구성 방식은 달빛조각사가 보여준 바 있다. 유저가 전설의 달빛조각사, 위드를 직접 플레이할 수 없지만 함께 던전을 탐험하는 일행으로서 주인공의 행적을 따라가는 방식이다. 하우징, 아이템 드랍 등 주목할 만한 콘텐츠가 있어도 메인 요소는 어디까지나 원작 기반의 스킬과 전투, 직업, NPC, 던전 등이다. 

김경태 PD가 설명한 플레이 방식도 달빛조각사와 유사하지만 추상적이다. 4종의 선민종족 중에서 유저가 캐릭터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인간뿐이고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나머지 종족은 NPC로 등장하지만 IP의 가장 큰 특징을 제한하면서까지, 일반인의 삶을 고집하는 형태는 일반적인 RPG의 목표라 보기 어렵다. 

크래프톤이 극복해야 할 문제는 복잡하다. 눈마새는 국내 판타지 시장에서 손꼽히는 작품이자, 많은 팬층을 보유한 이영도 작가의 소설이다. 높은 기대치만큼 불안감이 높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드래곤라자의 선례와 눈마새 영상 공개로 팬들의 불신은 높아져있다. 팬들은 IP의 이름값이 양산형 MMORPG에 소비됐던 전례를 겪었던 만큼, 눈마새 원작 고증이 제대로 이뤄지길 바랬다. 

신작은 눈마새의 이름을 사용했지만 프로젝트BB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자체 생산 IP로 생각했다면 긍정적으로 볼만한 전승 시스템과 캐주얼한 그래픽은 오히려 눈마새 IP를 망치는 요소로 지적받았다. IP의 무게에 게임이 눌리고 있는 셈이다.

IP는 단순한 마케팅 수단이 아니다. IP로 기존 팬들의 이목을 끌어올 수 있는 것은 사실이나 한편으로 캐릭터와 배경, 시스템이 세계관에 묶이는 것을 의미한다. 바람의나라, 리니지처럼 기초적인 콘셉트만 따온 작품도 있으나, 이를 설명하기에 크래프톤의 영상은 짧고 설명도 부족했다. 

설득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다. 연결고리를 보여주지 않고 IP와 게임의 만남을 설명하는 과정은 성급해 보인다. 콘셉 아트 이상의 결과물을 공유하고 팬들의 시선을 다시 잡아야 한다. 

눈마새의 첫 번째 게임으로 인정받으려면 륜 페이를 하인샤 대사원으로 이끌던 케이건 드라카처럼 신중하고 행동의 명분 또한 완벽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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