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고 자괴감 들어서 몇 판 하다가 그만두게 돼요"

주변에 리듬게임을 추천하다 보면 흔히 듣게 되는 말입니다. 저 역시 초보자 시절이 있었던 만큼 이해되기도 합니다. 정말 장르 자체가 좋아서 열심히 플레이하고 실력이 늘은 경우가 아니라면 선뜻 강권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고요.

리듬액션은 대전격투, 탄막슈팅과 같이 "그게 보여요?" 라는 말이 나오게 만드는 3대 장르 중 하나입니다. 디제이맥스나 이지투디제이처럼 건반형 리듬게임이 특히 그렇습니다. 분명 요즘 방식은 아니거든요. 

직관적으로 조작하는 터치형이나 체감형 게임과 달리, 노트별로 키가 할당되어 있어서 두뇌에서 한 단계를 더 거쳐야 합니다. 익숙해지면 직관적으로 처리되지만, 적어도 초심자에게는 분명한 장벽입니다.

디제이맥스 리스펙트V가 스팀으로 나와 글로벌 저변을 넓히기 시작했고, 이지투온도 2020년 스팀판 출시를 예고하며 다시 부활을 노리고 있죠. 지금 단계에서 리듬게임에 한번 몸을 맡겨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지입니다. 

하다 보면 몸으로 익히지만 처음에 알려주지 않는 것들, 미리 알면 금쪽같은 도움이 될 법한 팁을 모았습니다.

♠ 노트가 떨어지는 속도를 '올리세요'

노트 배속을 최대한 낮추려고 하는 것, 리듬게임 경험이 없을 때 가장 많이 하게 되는 실수입니다. 

'더 어려워지는 게 아니에요? 속도가 느리면 보기 편하지 않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배속을 느리게 설정한다고 해서 여러분이 느리게 눌러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화면을 가득 뒤덮는 노트에 현기증을 느껴버리고, 게임오버 후 흥미를 잃어버리는 일이 자주 생기죠.

스스로 반응할 수 있는 선에서 빠르게 내려오도록 설정하는 것은 더 어려운 곡을 칠 수 있도록 하는 조건 1순위입니다. 디맥 리스펙트V가 튜토리얼을 추가하고, 배속 설정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속도를 찾으라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고수들의 플레이 영상을 보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속도로 떨어지는 노트를 모두 쳐내는 장면이 흔합니다. '잘하니까 저렇게 거의 안 보고 외워서 치나보다, 퍼포먼스인가보다' 생각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그들 역시 가능한 빠른 속도로 하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에 그러는 것뿐입니다. 감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오락실에서 유비트를 플레이해본 분들은 느껴본 경험이 있을 텐데요. 16개의 패널을 마치 두더지잡기처럼 터치하는 방식이고, 배속 설정은 따로 없습니다. 패널 하나에서 신호가 떨어진 뒤 누르는 판정까지 1초도 채 걸리지 않죠. 그래서 겉보기에 정신없어 보이는데, 막상 직접 해보면 어찌저찌 눌러집니다. 

사실, 이것은 유비트가 진입장벽이 낮은 리듬게임으로 꼽히는 중요한 이유가 됩니다. 만일 노트가 나타나는 속도를 대폭 낮춘다면 어떻게 될까요. 셀프 하드코어 난이도로 변신하겠죠. 온갖 패널에서 노트가 나타나는데 순서 구분이 안 돼서 헤매다가 다 놓칠 것이 분명합니다. 건반형 리듬게임에서 느린 배속으로 친다는 것은 이와 똑같습니다.

디맥 리스펙트 기준, BPM150 내외 곡이라면 2.5배속 정도로 설정한 뒤 플레이하는 것을 권합니다. 처음에는 너무 빨리 내려와서 당황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익숙해지는 데에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노트가 한번에 많이 쏟아져도 박자와 순서 구분이 되기 시작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BPM이 빠른 곡은 배속을 그만큼 낮추고, 느린 곡은 반대로 높인 다음 시작하면 편합니다. 한번 배속을 설정한 곡은 그대로 기억됩니다. 그러다가 노트가 눈에 들어오고 익숙해지면, 더 고난이도 곡을 도전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배속을 더 올릴 수 있습니다. 현재 제 경우는 같은 BPM에서 3.25배속까지 설정하고 있습니다. 

♠ 시선은 위로 향할수록 좋습니다

음악을 듣고 박자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아래쪽 판정선을 보며 타이밍 맞추기에 급급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되면 실력 향상에도 문제가 있거니와 결정적으로 재미가 없어집니다. 

배속을 좀 빠르게 설정한 뒤, 시선을 판정선에서 떼고 멀찌감치 위를 바라보세요. 잠시 후 나올 패턴을 미리 포착한 다음 음악에 맞춰서 누르는 플레이입니다. 한번 익숙해지면 다음 노트를 미리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처리할 수 있는 곡이 비약적으로 늘어납니다. 완전한 초심자를 벗어난 뒤 이런 방식을 추천하게 됩니다.

일부 유저는 아예 페이더(노트가 아래로 떨어지면서 사라지는 효과)를 걸고 연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선을 강제로 위에 고정시키는 것이죠. 굳이 이렇게까지 하지 않더라도, 최대한 위쪽을 바라보며 감각적으로 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패턴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처음에는 뇌 정지가 올 수 있습니다. 자신의 단기기억력에 자괴감을 느낄 수도 있고요. 하지만, 신뢰를 가지고 딱 3곡만 이렇게 해보세요. 0.5초 전 눈에 들어온 패턴을 박자에 맞게 처리하는 순간, 당신은 리듬게임을 즐기는 이유를 비로소 깨닫게 될 겁니다. 

와! 요구르팅!
와! 요구르팅!

♠ 취향에 맞는 선에서, 많은 곡을, 천천히 쳐보세요

리듬게임에서 다양한 패턴은 곧 경험치와 같습니다. 물론 취향에 맞지 않는 곡까지 억지로 플레이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직업이 아니라 재미를 얻기 위해 게임을 하니까요. 좋다 싶은 곡들만 이것저것 건드려봐도 충분합니다.

리스펙트V를 즐기려는 초심자에게는 에어 모드 역시 추천합니다. 여기는 단순히 말풍선 소통 기능뿐 아니라, 중요한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게임오버가 되지 않는다'는 것.

어떤 곡이 나오든 끝까지 쳐볼 수 있고, 악곡이 채널마다 무작위 등장하기 때문에 곡 결정장애 및 편식도 방지합니다. 치다가 눈이나 손가락이 아프면 자유롭게 놓고 쉬어도 됩니다. 경험치를 적게 준다는 단점이 있는데, 대신 해금되지 않은 곡도 나옵니다. 눈에 보이는 노트만 눌러보면서 자유롭게 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정식 출시 후 초보자는 클래지콰이 에디션 DLC를 추천합니다. 대중적인 곡과 낮은 난이도 곡이 많아서 마음껏 즐길 수 있고, 디맥 명곡을 논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First Kiss' 역시 여기에 있죠. 중수 도전자에게는 트릴로지 DLC가 좋습니다. 10~12성 난이도가 집중적으로 몰려 있고, 패턴도 굉장히 다양하게 나와서 실력 늘리기에 도움이 됩니다.

스팀 인기게임 1위까지 치고올라온 디맥 리스펙트 V
스팀 인기게임 1위까지 치고올라온 디맥 리스펙트 V

♠ 그저 즐기세요, 빨리 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리듬게임 속에서는 랭킹 1위 초고수 유저도 초심자와 같은 조건을 가집니다. 한 판에 걸리는 시간이 단 1초의 차이도 없이 동일한 장르입니다. 이 사실은 유저가 성급히 플레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초심자들의 능력이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건반형 리듬게임은 태생적으로 장벽이 높습니다. 그나마 리스펙트V는 듀얼쇼크에 맞춘 패턴이라 키보드로 치기에 비교적 쉬운 편이고, 겁내지 않고 즐겨보기 좋은 기회입니다. '고인물'들 사이에선 같은 이유로 불만도 나오지만 말이죠.

리듬게임은 보통 계단식 실력 성장이 이뤄집니다. 보이지 않던 패턴 한두 개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성적이 비약적으로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체기간에 있더라도 초조해 하거나 한계라고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연주한다는 마음으로 즐기다 보면, 성취감도 쉽사리 찾아오게 됩니다.

디제이맥스나 이지투 시리즈는 몇 곡을 제외하면 '키음'이 존재합니다. 유저가 버튼을 누르는 행동은 모두 연주가 되고, 직접 입력한 소리가 합쳐져서 하나의 곡으로 완성되죠. 굳이 어려운 곡을 조바심 내며 마구 칠 필요는 없습니다. 평범한 난이도에서 자신의 플레이가 음악이 되는 과정을 즐기는 것도 좋은 즐거움입니다.

아무런 비교대상 없이 자기 혼자 칠 수 있습니다. 최고 난이도 곡을 퍼펙트 클리어하든, 가장 쉬운 곡을 겨우 클리어하든 그것은 각자의 즐거움이죠. 더 많은 유저들이 연주의 재미를 느끼고 짧게 즐길 수 있는 경험이 되었으면 합니다. 2020년에는 재능보다 자신의 즐거움이 중요한 장르, 리듬게임의 세계에 빠져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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