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들어와 게임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IP 확보는 게임사에 가장 큰 과제가 됐다. 

확고한 IP 기반이 없었던 게임사들은 영화와 소설, 심지어 웹툰 IP를 사들이며 게임화에 힘썼다. 업계가 IP 확보에 열중한 이유는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서 변수를 줄이고 원작 유저를 게임으로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중 판타지와 무협 소재의 소설은 업계의 러브콜을 자주 받았다. 마니아층의 뚜렸한 중국 무협이나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돌풍을 일으킨 판타지 소설들이 우선적으로 게임사와 계약을 맺었다.

소설의 게임화는 기술 및 그래픽의 발전으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과거에도 소설 속 등장 인물과 세상은 사실적으로 만들어지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더욱 뛰어난 기술로 만족감을 올리며 소설의 팬은 물론 일반 게임 유저들까지 유혹하고 있다.


소설 기반의 게임 시장은 해외에서 더욱 커지고 있다. 게임사 CDPR은 일찌감치 폴란드의 소설 '위쳐'의 판권을 확보해 97년부터 3편의 위쳐 게임 시리즈를 만들었고 높은 완성도로 유저들의 지지까지 받으면서 드라마 제작으로 이어졌다.

국내에서는 지난 10월 엑스엘게임즈가 소설 '달빛조각사'를 모바일게임으로 성공적으로 이색했다. 카카오게임즈가 정식출시 한 게임은 매력적인 소설 속 세계관과 직업들이 그대로 구현되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고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했다.

크래프톤의 신작 RPG가 이영도 작가의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이하 눈마새)'로 알려지며 이슈가 됐다. 당초 '프로젝트 BB'로 알려졌던 게임은 눈마새를 만나 차별성 있는 게임으로 탄생 될 것임을 전했지만 소통 오류와 정보 부족으로 인해 독자들의 반발이 커지며 역풍을 맞기도 했다.

'눈마새'와 같이 게임사의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 오히려 부정적 이미지만 키울 수 있다. 특히 소설의 독자가 느끼는 분위기와 게임 그래픽 구현력에서 오는 괴리감이 클 수 있기에 개발사는 확실한 IP 파악과 독자들의 성향 파악이 필수다. 


소설 기반의 게임들의 문제는 확실하다. 한탕을 노리거나 원작 팬들을 노린 단기 서비스를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다.

원작의 해석에 집중하지 않고 기존 모바일게임에 스킨만 덧입힌 양산형으로 시장에서 반짝 등장할 수 있다. 이미 수차례 유명 소설의 이름으로 등장한 게임들 중 일부분은 이름만 빌리고 게임성은 전혀 상관 없는 작품으로 등장한 경우가 있었다. 이로 인해 원작 IP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경우도 있다.

접근성이 뛰어난 소설 기반 게임들은 결국 시간이 지나도 완성도는 들쑥날쑥일 가능성이 높다. 누구나 모바일게임으로 만들 수 있기에 작은 개발사에서 도전할 수도 있고, 중국 회사들도 IP만 구매한다면 못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좋은 게임도 충분히 나올 수 있으나 실망스러운 게임도 그 몇배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모바일 시장이 가진 양면성이다. 

결국 유저들이 취사선택이 중요하다. 양산형이 만들어지기 좋은 구조적 조건이 소설이나 IP기반 게임이다. 양산형 속에 진주 같은 게임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유저들의 냉정한 평가로 좋은 게임들이 시장에서 제대로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금씩 만들어 가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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