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과 경쟁은 MMORPG의 게임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얼라이언스와 호드 진영의 대립을 강조한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천족과 마족의 갈등을 다루는 아이온 등 성공한 MMORPG의 대부분은 경쟁과 협동이 중심에 있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넥슨의 V4 역시, MMORPG의 본질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협력과 경쟁이 게임성을 구성한다. 다만, V4는 기존의 MMORPG와 다소 다른 방법으로 이를 풀어냈다.

V4의 협력과 경쟁은 진영이 아닌, 서버 단위로 나뉜다. V4가 출시될 때만 하더라도 서버 경쟁을 전면에 내세운 게임이 많지 않아 이해도가 부족했는데, 출시 50일이 지나면서 시스템에 익숙해진 유저들이 적극적으로 서버 단위로 움직이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신규 지역 비텐 고원이 출시되면서 강하게 나타났다. 강력한 신규 필드보스 파르비네아와 허상의 파르비네아 등장의 이유다. 루나트라에 등장하는 허상의 파르비네아는 권장 전투력이 454,000으로 현재(2일) 전 서버를 통틀어도 해당 전투력을 충족한 유저는 없다.

단일 서버에서 상대하기 어려운 강력한 필드보스가 등장하면서 서버 협력은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루나트라에 등장하는 필드보스를 서버 단위로 자신이 속한 서버에서만 사냥했다면, 허상의 파르비네아를 잡기 위해 여러 서버의 유저들이 한 서버에 모여 차례대로 공략을 시작하게 된 것.

이블린 서버를 예로 들면, 이블린3 서버와 이블린5 서버가 연합해 순서대로 각 서버에 등장하는 필드보스를 공략한다. 기여도에 따른 보상은 각 서버의 상위권 유저들이 조율해서 가져가기 때문에 분쟁은 최소화되는 편이다.

평화적인 인터랙션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각 서버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순간, 필드보스 지역 주변은 전쟁터가 된다. 기여도 상위권 유저를 골라서 PK하는가 하면, 특정 서버가 필드보스 주변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도록 무차별 PK가 이어지기도 한다. 1일에는 필드보스 주변에 너무 많은 유저들이 몰려 라츠와 이블린 서버가 다운되면서, 경쟁이 얼마나 심화됐는지 단적으로 증명했다.

길드 경쟁이 서버 단위의 경쟁으로 이어지는 일도 빈번하다. 영웅 등급 아이템을 획득하려면 비텐 고원 혹은 허상의 고원에서 등장하는 특수 네임드 몬스터의 사냥이 가장 높은 확률인데, 해당 몬스터는 한 번 처치하고 나면 다시 등장할 때까지 꽤나 긴 시간이 소요된다.

즉, 한정된 기회 속에서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진다. 이 같은 경쟁은 서버 간 개입이 가능한 루나트라의 존재로 인해 단순하게 길드 단위로 전개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특정 길드가 허상의 고원을 통제(길드원을 제외한 다른 유저들이 특수 네임드를 공격할 시 PK하는 행위)하고 있다면 이에 대응하기 위해 나머지 길드가 연합을 한다. 하지만 서버를 장악하고 있는 길드의 힘이 압도적일 경우, 연합을 하더라도 버거운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이때 연합 길드는 다른 서버와 동맹을 맺어 자신의 서버를 장악하고 있는 길드를 견제할 수 있다. 다른 서버를 끌어들이는 만큼, 자신이 속한 서버에서 취할 수 있는 이득을 어느 정도 내어줘야 하지만 사냥터를 독점하고 있는 길드 견제를 위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통제 길드가 다른 서버와 연합해 자신들의 이권을 지키기 위한 싸움도 가능하다. 때문에 루나트라가 열리는 시간이 되면 최상위 사냥터에 등장하는 특수 몬스터 주변은 각 서버의 이해관계가 얽힌 길드들의 필드쟁으로 무법지대가 된다.

넷게임즈는 V4 출시 전 “무한 경쟁 기반의 필드 중심 MMORPG를 지향한다.”라며 게임을 소개한 바 있는데, 유저들이 개발사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개발사에서 강제하는 움직임이 아닌, 유저들 사이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협력과 경쟁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볼 때 게임에 긍정적인 기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콘텐츠를 제공하는 개발사 입장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재미를 전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한계가 존재하지만, 유저들이 게임사가 깔아준 판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내는 재미는 무한하다.

이 같은 흐름을 유지하려면 개발사에서 꾸준히 유저들이 즐길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V4는 공식카페 개발자 편지로 소속된 서버 그룹을 넘어 다른 서버 유저들과 함께 하는 레이드(예를 들어 이블린 서버와 밀리아 서버의 유저가 한 공간에서 플레이가 가능한)와 소속 서버 내 영지의 주인을 가리는 실루나스 영지 쟁탈전, 전 서버의 모든 길드가 참여하는 루나트라 영지 쟁탈전 등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V4에 깔릴 판은 더욱 크고 한층 심화된 협력과 경쟁을 유도할 예정이다. 그 사이에서 유저들이 어떤 재미를 만들어나가는지 지켜보고 참여하는 것은, V4를 즐기는 색다른 방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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