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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게임에서 역사 속 위인들이 혹사당하는 이유
길용찬 기자 | 승인 2020.01.20 15:41

클레오파트라는 과연 몇 개의 게임에서 캐릭터로 등장할까. 위인은 오래 전부터 캐릭터게임 단골 소재였다. 그 경향은 더욱 강해졌다.

과거 캐릭터게임은 두 가지 분야가 대세를 이뤘다. 첫째는 판타지 세계관을 차용해 가상이나 신화, 혹은 설화 인물에서 모티프를 따오는 것. 그 과정에서 아레스, 헤라, 로키, 프레이 등 보편적인 각종 신이나 영웅들이 수많은 게임에 다른 모습으로 나와 일해야 하는 그림이 펼쳐지기도 했다.

둘째는 흔히 '의인화'나 '모에화'로 불리는 실존 개념의 캐릭터화다. 총기, 병기, 함선, 전차, 전투기 등 각종 전쟁 소재부터 시작해 국가 자체나 요리에 이르기까지. 주로 미소녀 및 미소년으로 변화해 서브컬쳐로 소비와 재생산이 용이하게 이루어지는 계열이다.

위인 소재는 두 사례의 교집합을 걸친다. 친숙한 인물을 가져오면서 실존 개념이기 때문이다. 수집형 및 캐릭터게임의 세계관은 점차 혼합되면서 확장해왔다. 그리고 이제는 국내외 역사적 인물들을 캐릭터로 활용하는 방안이 점차 과감해졌다.

국내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활용한 캐릭터게임은 큐라레: 마법도서관이다. 지금은 사라진 게임이지만 독특한 캐릭터와 스토리텔링에서 보여준 센스는 호평을 받을 만했다. 마도서 복원이라는 설정을 이용해서, 장자와 아리스토텔레스 등 과거 철학가부터 에디슨이나 포드 같은 근현대 인물에 이르기까지 각종 재해석과 패러디를 탄생시켰다.

그 이전에는 일본을 중심으로 페이트(Fate) 시리즈가 전세계 서브컬쳐계에서 엄청난 영역을 확보했고, 이후 확산성 밀리언아서가 위인 캐릭터화를 적극 활용하는 등 다양한 게임이 인기를 얻었다. 주로 판타지와 신화 및 설화에 더불어 위인을 활용하는 혼합 세계관의 형태를 가졌다.

이후 위인 소재는 갈래를 타고 확장됐다. 위의 사례처럼 미소녀화를 통해 덕심을 잡기 위한 시도가 꾸준히 이루어졌고, 다른 한편으로 위인 특성을 살려 그대로 캐릭터에 옮기는 게임도 속속들이 나왔다. 한국과 일본, 중국까지 동아시아 3국을 중심으로 많은 게임이 채택한 방식이다.

2017년 출시한 컴투스의 마제스티아는 동양과 서양의 위인, 거기에 신화, 판타지, 악마 등 5개 진영으로 나누어 전략 장르를 설계했다. 웹젠의 퍼스트히어로는 서양식 실시간 전략대전을 위인들의 대전으로 옮겨 개발한 사례다. 

여기에 네오위즈에이블스튜디오가 개발해 1분기 내 출시 예정인 위드히어로즈는 역사적 위인과 신화 캐릭터를 모두 등장시켜 '영웅'이라는 키워드로 묶는다. 진화소녀는 아예 역사 속 위인들의 DNA를 복원한다는 설정을 내세워 수많은 과거 인물들을 미소녀 형식으로 가져오기도 했다.

위인 재해석이 하나의 유행으로 각광받은 이유는 여러 갈래로 나뉜다. 그중 소재 고갈을 보완해준다는 점이 큰 효과다. 

수많은 캐릭터게임이 범람하면서, "하늘 아래 새로운 캐릭터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부분의 성격과 비주얼이 선점됐다. 실존 인물은 무한히 많고 각자의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개발 측면에서도 캐릭터화가 용이한 편이다.

접근성이 탁월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역사 자체가 거대한 IP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누구든 세계 위인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오며 자란 만큼 친숙함을 느낄 수 있고, 게임에서 어떻게 재해석했을지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할 요인이 생긴다. 

유의할 점도 있다. 위인 소재의 차별화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은 함께 커진다. 짧은 기간 동안 똑같은 이름의 캐릭터들이 여러 게임에서 우후죽순 나왔고, 위인의 지명도에 의지하는 현상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신선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반응이다.

앞으로도 위인 캐릭터 게임은 계속 나올 것이다. 캐릭터를 구축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캐릭터별 특성을 통해 어떤 시스템으로 개성을 살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장르는 더 나올 것이 없다는 반응이 나올 때마다 새로운 개편으로 성장해왔다. 역사적 인물의 활용 영역은, 연구를 거듭한다면 무한에 가깝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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