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관계자 몇명만 앉아 플랜카드를 흔들던 시기도 있었다. 수명이 다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카트라이더 리그는 대기업 스폰서가 몰리는 거대한 판으로 다시 성장했다.

이번에는 SK텔레콤이 카트라이더 리그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했다. 대회 공식 명칭은 ‘2020 SKT JUMP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1’. 'JUMP'는 SK텔레콤이 5G 이동통신 서비스 상용화와 함께 출시한 AR·VR 미디어 플랫폼이다. 이번 협업을 통해,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가 출범한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웨이브에서 리그 경기 생중계와 VOD를 제공하게 됐다.

2019년이 카트라이더에게 마법과도 같은 부활의 해였다면, 2020년은 판의 팽창이 이어지는 시기다. 작년 KT가 스폰서로 참가하면서 11년 만에 리그 타이틀 스폰서십이 생겼고, 한화생명과 샌드박스 등 굵직한 기업들이 팀을 창단해 프로리그의 명색을 갖췄다.

카트라이더 대회의 탄생은 2005년이다. 1차 리그에서 당시 코엑스 스튜디오 좌석을 가득 채울 만큼 흥행을 기록했고, e스포츠로서 재미도 훌륭하게 입증했다. 초대 카트황제이자 현직 해설가 김대겸이 당시 최고 인기를 누렸고, 4차 리그부터 문호준이 혜성처럼 등장하며 지형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후 카트 리그는 수 차례 위기를 겪었다. 심각한 시기는 2013년과 2014년이었다. 게임 운영 이슈가 대거 발생하면서 유저 평가부터 떨어졌다. 문호준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대회 룰까지 2인 1팀제로 변경하는 등 파격적 행보가 이어졌지만 명분과 재미 면에서 모두 비판을 받았다.

급기야 문호준이 개인전으로 바뀌기 전에 리그 참가를 하지 않겠다며 잠정적 은퇴를 선언하고, 스타크래프트2로 종목을 변경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한국e스포츠협회(KeSPA)가 돌연 카트라이더를 공식 종목에서 제외한 것도 악재 중 하나였다. KeSPA의 승인 없이는 공인 프로게이머가 될 수 없어 선수들의 기반이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수명이 끝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던 카트 리그는 2015년 들어 기사회생의 기미를 보였다. 에볼루션 리그부터 대회 룰이 다시 합리적으로 변경됐고, 가장 큰 계기는 문호준의 복귀였다. 문호준과 유영혁의 0.001초, 0.005초 차이 명승부들도 이 시기 나왔다.

카트 리그는 출범 15년만에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선수들의 노력은 물론이고 관계자, 운영진, 게임 본연의 재미, 여기에 팬들의 꾸준한 애정까지 합쳐진 결실이다. 하나라도 부족했다면 지금의 리그는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2019년부터 게임은 PC방 점유율 역주행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빛재윤'이라는 칭호를 얻은 조재윤 리더를 필두로 운영팀의 빠른 피드백이 큰 역할을 했고, 여기에 게임방송 유행이 덧붙여졌다는 평이다. 스타 선수들의 스토리와 신구 조화까지 어우러지며 화제성을 폭발시켰다. 관객들은 넥슨 아레나를 가득 채웠고, 스폰서 자본은 밀려들었다.

3월 21일까지 이어질 2020 SKT JUMP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1은 현재 풀리그 중반부에 들어섰다. 게임에서 한번 침체된 대회를 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힘겨운 미션을 해낸 카트 리그가 어디까지 부스팅을 해낼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카트라이더는 이미 e스포츠를 계획하는 다른 게임들에게도 훌륭한 롤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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