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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커넥트 유저들은 왜 1주일 동안 집단동면에 들어갈까?
길용찬 기자 | 승인 2020.01.22 21:58

단체로 동면을 시작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물론 동물들이 한창 겨울잠을 잘 시기지만, 지금은 게임 유저 이야기다.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이하 프리코네) 유저 상당수가 오늘부터 접속을 멈추고 30일 복귀할 예정이다. 

프리코네는 4월 국내 출시 이후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으면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 지금까지 차트 상위권을 오르내리는 한편, 카카오게임즈 이미지 개선에도 큰 영향을 발휘했다. 높은 만족도를 보여주던 유저들이 오늘 일제히 접속을 끊은 것이다.

순탄하게 이어지던 프리코네 서비스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변수는 선의로 시작한 업데이트에서 예기치 않게 시작됐다.

성능이 나쁜 건 아닌데, 문제는 그 다음 캐릭터가...

프리코네는 22일부터 2월 3일까지 매일 무료로 10회 뽑기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총합 130회 뽑기는 큰 선물이다. 일본 서버에서도 같은 시기 제공한 적이 있기 때문에 모두가 예상하고 있었다. 

그에 앞서, 카카오게임즈는 일본 서버에 뒤늦게 추가된 편의성 업데이트를 조기도입했다. 이벤트 기간 내에 뒤늦게 접속했어도 그전에 얻지 못한 무료 뽑기를 한번에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이벤트 10일차인 31일에 처음 접속할 경우, 그날 100연속 뽑기를 실행할 수 있는 것. 단 이런 혜택은 한번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다음날부터는 매일 접속해야 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지금 진행 중인 아야네(크리스마스) 픽업 뽑기는 30일 오전에 끝난다. 그날 업데이트 후 시작되는 픽업은 유이(신년). 모든 정보를 다 알고 있는 국내 유저들은 자연스럽게 계산기를 굴릴 수밖에 없었다.

겨울잠의 요정이 되어버린 유이(신년)

둘 모두 기간이 지나면 1년간 뽑을 수 없는 한정 캐릭터다. 그런데 결정적인 차이가 존재했다. 아야네는 종종 유용하게 쓰이지만 적어도 1년 동안은 급하게 필요하지 않다. 반면 유이는 획득할 경우 전천후로 엄청난 성능을 보이는 필수급 캐릭터다.

"22일부터 접속을 하지 않고 기다리다가, 30일 유이 추가 이후 접속하면 90회 뽑기를 한번에 받는다. 이 방식으로 총 130회 무료 뽑기를 유이에 모두 쓸 수 있다. 혹시 안 나오더라도 그동안 모은 쥬얼로 170회만 추가로 돌리면 확정 획득"

이와 같은 '동면' 이론이 유저 사이에서 급격히 퍼져나갔다. 게다가 앞으로도 뽑아야 할 강력한 캐릭터가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결국 많은 유저가 뜻밖의 겨울잠을 자기로 결정을 내리게 됐다.

유저들의 고민이 더 깊었던 이유는 이 동면 기간이 클랜전 기간과 겹치기 때문이다. 클랜전은 매달 모든 클랜원들이 총력전을 벌이는 최대 정기 콘텐츠고, 1월은 21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동면할 경우 이번달 클랜전은 완전히 포기해야 했다. 

모든 클랜이 양자택일의 기로에 선 것이다. 모두의 의견이 같기는 어려웠기에 논쟁도 벌어졌고 와해되는 클랜도 생겼다. 기자의 클랜은 투표를 통해 동면을 결정했는데, 탈퇴할 경우 지금만큼의 클랜을 구한다는 보장이 없어 함께 동면하기로 했다.

일주일을 쉴 경우 그 사이 받았어야 할 콘텐츠 보상과 아이템 파밍 등 잃어버리는 기회비용도 많다. 설 연휴에 1500쥬얼 등 다양한 선물이 지급될 예정이다. 그러나 상당수 유저는 그것보다 좋은 한정 캐릭터 획득이 더 큰 가치를 가진다는 판단에 동면을 선택했다. 정확한 비율은 알 수 없지만, 무시할 만한 규모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작년 여름 모두가 환호한 천장 시스템 조기도입

이런 일이 발생한 근본 원인은 '미래시'다. 프리코네는 일본 서버 1주년 시기에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한국 서버는 1년 늦게 같은 길을 따라갔다. 즉, 유저들은 지금 시점에서 1년 뒤까지 업데이트 내용을 훤히 알 수 있다.

미래시는 지금까지 프리코네 한국 서버 플레이의 최장점이었다. 일본 버전은 과금 유도가 적다고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국내 유저들은 캐릭터 추가 일정을 미리 보고, 필요하지 않은 캐릭터가 나오면 쥬얼을 아꼈다가 꼭 필요한 뽑기에 집중 투자할 수 있었다.

그 방법을 통해 지금까지 월정액 정도의 소과금만으로 한정을 포함한 필수 캐릭터를 모두 모은 유저도 다수 존재했다. 무-소과금 친화 게임으로 탈바꿈한 원동력이다. 

무료 뽑기 소급적용에 미래시가 절묘하게 겹치면서 미처 예상하지 못한 변수는 발생했다. 대부분의 유저는 동면이 끝나면 돌아올 것이다. 다만 동면이 아닌 클랜전을 원하는 유저 일부는 순식간에 자기 클랜을 잃어버리는 일을 겪었고, 각자의 사정에 따라 당분간 번거로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게임즈는 그동안 프리코네 서비스를 통해 '게임의 신'이라는 별칭까지 생길 정도로 좋은 운영 반응을 얻었다. 월등히 많은 보상과 선물을 제공하고, 효율 좋은 상품을 출시 시작부터 추가하고, 확정 뽑기가 가능한 천장 시스템을 조기도입하는 등. 매출을 다소 포기하더라도 유저 친화적 행보를 보이면서 칭찬이 이어졌다.

이번 동면 사건에서 카카오게임즈가 잘못했다고 하기 어려운 이유는 순수하게 유저를 위한 의도로 이루어진 업데이트이기 때문이다. '미래시'가 없었다면 오히려 호평이 계속될 만했다. 게임에서 선의로 이뤄진 결정이 반드시 좋은 결과만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외 수집형RPG의 국내 퍼블리싱이 많아지면서, 미래시가 존재하는 게임은 이제 흔하다. 좋은 운영을 보여준다면 장점으로 작용하지만, 이미 결정된 미래를 고려하지 않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사고는 다양하다. 

프리코네 동면 사건은 그 지점을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많은 퍼블리셔들이 업데이트마다 한번씩 더 고민할 만한 사례가 생겼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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