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 공략은 이제 게임사의 주요 과제다. 

'여성향 게임'은 일본과 중국에 비해 한국이 후발주자에 속한다. 게임은 지속적으로 나왔지만, 주로 동인 개발팀이나 인디게임계를 중심으로 생산이 이루어졌다. 간혹 이름 있는 게임사가 퍼블리싱 계약을 맺을 때 이슈가 되는 정도였다.

전환점이 찾아온 것은 여성 유저층의 잠재력이 조금씩 입증되기 시작하면서다. 여성 유저의 숫자와 구매력이 늘었다. SNG 장르의 주요 고객으로 자리잡는 동시에 연애 어드벤처 같은 장르에서도 적극적으로 지갑을 여는 모습이 발견됐다.

자연스럽게 대형 혹은 중견 게임사의 자체개발 비중이 늘었고, 개발 퀄리티도 점차 올라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가능성이었다면, 작년을 기점으로 결과물이 속속 나오고 있다. 올해는 흐름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넓은 유저층을 아우르거나 서브컬쳐 유저를 집중적으로 노리는 등, 스타일도 다양해진다.

NHN이 직접 개발해 작년 11월 출시한 애프터라이프는 캐릭터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출시와 함께 매출 상위권을 기록했고, 지금까지 차트에서 이름을 찾을 수 있다. 여심을 자극하는 캐릭터의 일러스트, 그리고 인기 성우들의 풀 보이스 연기가 주효했다.

마니아를 사로잡은 이유에 다소 색다른 세계관도 역할을 했다. 명계를 배경으로 매니저인 주인공이 신입 사신 20명을 육성하는 배경에서 출발해 독특한 이야기를 이끌어냈다. 이는 2차 창작이 활성화되면서 충성 유저층을 끌어내는 효과를 발휘했다.

비슷한 시기 컴투스가 서비스를 시작한 워너비챌린지도 주목을 받았다. 해당 장르에서 인지도를 쌓인 자회사 데이세븐의 신작이다. 로맨스 판타지 스토리 RPG를 표방하면서 도깨비 캐릭터라는 콘셉트로 차별화를 끌었다. 컴투스는 걸그룹 오마이걸을 통해 OST를 발표하는 등, 여성향 게임에서 보기 어렵던 투자를 보이면서 큰 정성을 들였다.

쿠키런 IP로 폭넓은 유저층을 확보했던 데브시스터즈는 올해 신작 방향을 여심 공략에 집중한다. 모바일 신작 2종이 마지막 준비에 한창이다.

자회사 루비큐브에서 개발하는 스타일릿은 3D 스타일링 장르로 3월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의상 및 소품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하고, 이를 전세계 이용자들과 함께 공유하는 게임이다. 지난 19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캐나다에서 테스트를 시작했다. 

개발사 버튼과 합작으로 준비 중인 파티파티 데코플레이는 소셜 아바타 커뮤니케이션 게임이다. 아바타 커스터마이징 자유도에 더해 유저 개인공간 관리, 파티 개최로 만들어지는 실시간 소통 게임을 주무기로 들고 나온다. 2월 중순 일주일간 CBT를 거쳤고, 안정성을 보완해 정식 출시에 나설 계획이다.

여성향 게임이 자본을 갖추고 연달아 도전장을 던지지만 블루오션으로 인정할 만한 수치는 아니다. 마찬가지로 경쟁이 치열해진 시장이다. 최근 들어 중국 게임들이 이 분야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보유했다는 점도 난관이다.

좋은 평가를 얻기 위해서 여성 유저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게임사들은 선입견에 따라 꾸미기나 소셜 기능 등을 많이 넣으면 공략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여성 역시 게임 유저이며 게임성과 퀄리티를 함께 따진다. 아이러브니키 같은 롱런 게임들도 쉬지 않고 퀄리티가 발전하는 특징을 가진다.

국내 게임시장 스타일이 다변화된다는 점에서 여성향 게임의 약진은 반가운 소식이다. 단순한 캐릭터 장사에서 탈피하고, 아이디어를 통해 점차 발전하는 흐름이 감지된다. 다가오는 3월, 게임시장에 신선한 봄바람이 불어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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