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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2M 100일간의 체험기 上: 양민 오브, 혈맹 싸움에 휘말리다
길용찬 기자 | 승인 2020.03.04 17:38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새로운 기술력에 대한 호기심을 가졌고, 이번 기회에 리니지의 세계를 이해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약 100일 전, 리니지2M 출시와 함께 아덴월드에 뛰어들게 됐다.

한적한 '시골 서버'로 거처를 잡은 것은 조금이나마 경쟁을 완화해보려는 계산이었다. 헤비과금 유저의 PK가 많지 않고 필드쟁 난이도 역시 조금은 낮지 않을까 싶었다. 소과금으로 기여가 가능하다는 오브를 선택한 이유도 비슷했다.

하지만 서버 선택 고민은 별 의미가 없었다. 유저가 비교적 적다고 해서 상위권 경쟁이 헐거운 것은 아니었다. 막피(무차별 PK)는 마찬가지로 엄청나게 많았고, 작업장 의심 캐릭터들이 초반 지역을 지배하는 현상도 같았다.

출시 첫날, 퀘스트 받으러 모인 인파

서버가 열리자마자 열심히 플레이를 시작했고, 첫날 서버 랭킹 100위 가량을 기록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아무리 열심히 진행해도 순위에서 밀려날 뿐이었다. 과금으로 인한 한계로 추측되지만, 처음에 게임 특성을 잘 모르고 다른 MMORPG처럼 플레이하려 한 탓도 있었다.

1월 초, 오브의 힐 스킬을 자동시전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되면서 자동사냥에 숨통이 트였다. 따로 회복물약을 챙길 필요도 없이, 무게 초과만 조심하면 무한동력 사냥이 가능해졌다. 무게를 가속 물약과 사이하의 축복에 투자하고 자동사용을 설정하자 효율이 급격히 늘었다.

스킬 사용 개편과 함께, 거래소에서 다이아 한푼씩 모아 장만한 이클립스 오브 +7을 장비하면서 '린생'이 달라졌다. 순위밖 직전까지 몰린 랭킹은 다시 빠르게 회복했다. 용의계곡에서 언데드 자동사냥이 가능해지자 하루에 50계단을 뛰어오르기도 했다.

명중 옵션은 오브 직업의 영원한 숙적이었다. 결국 오렌 영지에서 본격적으로 놀지 못한 가장 큰 이유였다. 올릴 만한 스탯도 없었고, 장비로 보완하기도 마땅치 않았다. 명중 때문에 인트(Int) 이후 어질(Agi) 스탯을 올리는 오브 유저가 다수 보일 정도다. 근본적 해결은 패키지를 꾸준히 구입해서 명중 컬렉션을 채우는 것이었는데, 그러기엔 지출이 부담스러운 편이었다.

100일 동안 사냥 중에 파템(희귀 아이템) 드랍을 경험한 것은 총 4번. 그중 3번은 필요하지도 않고 비싸게 팔리지도 않는 소득이었다. 다만 정말 필요하던 디바인 부츠를 얻었을 때 쾌감은 확실히 느꼈다. 리니지가 말하는 득템의 재미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되는 기회였다. 단 한 번의 재미였다는 점은 아쉽지만.

아가시온에 붙은 명중 2가 그렇게 반가웠다

월드 구도는 복잡하지 않았다. 1위와 2위 혈맹이 멀찍이 앞서나가면서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고, 그 아래 막피 혈맹 하나가 무차별 필드 학살을 자행하면서 악명을 높였다. 나머지는 비슷한 전투력 속에서 막피 혈맹에 대항하거나 중립선언을 하는 편이었다. 우리 혈맹은 막피 혈맹에 적대를 걸고 대응하는 쪽이었다.

상황이 급변한 계기는 2위 혈맹이 막피 혈맹과 맺은 연합이었다. 라이벌을 물리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막피에 고통받던 다른 유저들의 불만이 폭발하는 계기가 됐다. 1위 혈맹을 중심으로 연합이 결성됐고, 우리 혈맹 역시 거기에 속할 수 있었다.

필드보스 시간표를 정리하고, 연합 혈맹별로 획득 가능 보스를 할당하는 작업도 거쳤다. 보스타임은 다른 말로 필드쟁 타임이었다. 연합별로 서로 보스 보상을 차지하기 위해 피 터지는 싸움이 펼쳐졌다. 지원 참전이 필요하기도 했다. 공격력으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그룹힐을 열심히 써주는 것 정도로 기여할 수 있었다.

숨쉬듯 죽임당하던 1월

자동사냥 중 서로 적혈을 죽이는 일은 자연스럽게 빈번해졌다. 심한 날은 숨도 못 쉴 정도로 PK를 당했다. 한나절 만에 각기 다른 장소에서 5번을 죽고 현타가 찾아와서 접속을 그만둔 적도 있다.

막피 유저들의 또 다른 특징은 월드채팅을 독식한다는 점이었다. 서로 친목관계를 형성하고, 가끔씩 싸움을 붙이거나 직접 싸우기도 했다. 더러운 내용도 많았지만 직접적 욕설이 아닌 이상 제재되는 일은 많지 않았다. 덕택에 서버 돌아가는 상황을 알게 되는 순기능은 있었지만,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데서 오는 피로도 무시할 수 없었다.

한번은 사냥터에서 1대4 싸움을 펼친 적이 있다. 4명 쪽 편에 속했는데 졌다. 인원이 많아도 스펙 차이는 절대 극복할 수 없다고 뼈저리게 느낀 사례였다. 컨트롤 요소가 큰 것도 아니니. 채팅창으로 우리 혈맹이 조롱당하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가 약해서 일어난 일인가 죄책감이 드는 동시에, 장비를 더 사야 하나 싶어지기도 했다.

결국 끝까지 참고 추가 과금은 하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것이 리니지에 재력 경쟁이 일어나는 심리의 원천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협력 관계인 줄 알았던 혈맹이 적으로 돌아서는 일까지 겪었다. 아프리카TV이 소규모 BJ 중 하나가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어느날 난데 없이 막피 혈맹과 동맹을 맺어버린 것. 방송을 켤 때마다 당하는 PK가 너무 짜증났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전투력이 낮은 그 혈맹은 필드쟁을 버텨내지 못했고, 혈맹원이 하나둘 빠져나간 끝에 해체라는 결과를 맞이했다.

2월 하순부터, 분쟁 상황은 비교적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필드보스 싸움에서 우리 연합이 비교 우위였다. 스펙이 비슷한 상태에서 수적으로 앞선다는 점은 컸다. 몇몇 유저를 제외하면 자동사냥 막피도 줄어들었다. 지금은 2위 혈맹과 막피 혈맹이 서버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자리체는 죽음의 회랑 지역부터 통제 상태다. 역설적으로, 통제하는 주체는 우리 연합이었다. 리니지의 세계는 결국 그런 법칙을 갖고 있었다. 중립으로 살면서 어느 정도 희생해가며 평화롭게 조금씩 성장하거나, 경쟁에 뛰어들어 많은 것을 얻거나, 혹은 잃거나.

100일 플레이 결과 캐릭터는 55레벨, 서버 랭킹 600위 안팎을 기록했다. 과금은 테스트를 겸해 40만원 가량 해봤다. 내역을 돌이켜보면, 무과금으로 했어도 컬렉션 몇 개 빼면 큰 차이는 없었겠다는 계산이 나온다.

참여한 혈맹은 운 좋게도 매너 있고 성격 좋은 구성원들이 모여 있었다. 커뮤니케이션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마주하게 되는 아덴월드의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도시 서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경쟁과 합종연횡이 매 순간 일어나는 전쟁을 연상하게 했다.

그 지점에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확실히 리니지 IP가 차별점을 지니는 것이 확실했다. 리니지2M 개발진은 "진정한 MMORPG는 리니지뿐"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것이 뜻하는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리니지만을 즐기고 기꺼이 지갑을 여는 유저들이, 무엇에 만족감을 얻고 어떤 목표를 추구하는지 십분 이해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리니지 아덴 월드는 인생의 축소판이자 사회의 거울이라고. 그 말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지향점은 선명하다. 비록, 그 말 한켠에 자리잡은 가치관에서 씁쓸함이 함께 느껴지기도 하지만.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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