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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게임과몰입 그리고 데스스트랜딩
송진원 기자 | 승인 2020.03.16 15:52

코로나19로 일상은 크게 바뀌었다. 마스크 착용은 에티켓이 되었고 뉴스의 내용도 달라졌다.  

게임업계 역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매년 신작을 선보인 글로벌 게임쇼가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올해는 라스트오브어스2, 사이버펑크 등의 신작을 비롯해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등 최신 정보들이 공개될 예정이었다.  

각종 오프라인 행사와 e스포츠 리그, 신작 간담회 일정은 미뤄지거나 취소됐다. 홈스탠드 경기를 전면에 내세운 오버워치 리그와 롤파크를 운용 중인 LCK, 상승세를 탄 카트라이더 리그 모두 코로나19로 인해, 만만치 않은 피해를 입고 있다. 

하지만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지난달 한 언론매체는 전염병을 단순한 흥미나 오락거리로 여기는 예시로 시뮬레이션 게임인 전염병 주식회사를 꼽았다. 게임이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불행을 흥밋거리로 소모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정작 게임의 출시일은 코로나19와 전혀 관계가 없는 2012년이다. 

게임을 만악의 근원으로 지목하는 소위 ‘게임 만물설’은 꾸준히 반복 중이다. WHO가 게임과몰입을 질병코드로 등록하기 이전부터, 전문가들은 과몰입의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할 연구의 필요성을 설명했지만 사회의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원인 분석보다 범인 찾기에 급급했고 의미 있는 결과가 필요한 시기임에도 대화는 통하지 않는 분위기다. 

공교롭게도 언론이 게임과몰입과 코로나19 사태를 소비하는 행태는 유사하다. 찬성과 반대로 갈라질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두 패로 갈라져 갈등을 조장한다. 외신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다루며, 정부의 대응을 긍정하거나 초기대응에 실패한 무능함을 규탄하는 식이다. 비난만 이어지는 양측의 다툼은 처음부터 단절과 분열을 원했던 것처럼 보일 정도다.  

초유의 사태로 사회는 분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상황은 많이 보아온 느낌이다. 평화롭던 세계가 특정 사건으로 위협받고 세력이 분리되어 서로 갈등하는 전개는 RPG의 단골 소재 중 하나다. 때문에 유저들은 문제의 해결책이 더욱 치열한 갈등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분열된 사회는 데스스트랜딩의 세계관과 흡사하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무너진 세계는 언제 멸망해도 이상하지 않다. 맞은 대상의 시간을 가속하는 비, 타임폴은 시도 때도 없이 내리며 화물을 망가뜨린다. 게다가 모든 인공물이 부식되는 가운데, 괴생명체 B.T까지 타임폴 속에서 유저를 노리고 있다. 

게임의 주인공 샘 포터 브리지스는 사람들이 원하는 물품을 직접 구해주거나, 대신 배달해서 끊어진 인류의 연결을 카이랄 네트워크로 복구한다. 과정은 단순하지만 까다롭다. 타임폴로 인해 도로가 무너져, 대부분의 배송은 주인공이 직접 짊어져서 수행한다. 

때로는 신뢰도를 쌓기 위해, 반복적인 작업을 묵묵히 수행해야할 때도 있다. 화려한 액션이나 성능 좋은 초능력도 없어, 타임폴과 B.T, 뮬의 공격이 버겁게 느껴질 때도 많다. 어려운 미션을 수행했다 해서 보상이 좋은 것도 아니다. 골드와 고등급 아이템 대신 받는 ‘좋아요’는 SNS의 그것과 동일하게 플레이에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는다. 

데스스트랜딩은 코로나19로 단절된 일상을 관통한다. 게임은 단절로 인해, 사회가 놓치고 있던 연결과 소통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주변 인물들이 주인공 샘의 배달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그의 택배 활동이 새로운 국가의 초석을 다지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아멜리와 다이하드맨, 프래자일 등의 인물 스토리는 플레이에 흥미를 더할 뿐, 어디까지나 게임의 첫 번째 목표는 카이랄 네트워크와 사람 사이의 연결을 재건하는 일이다. 

게임의 플롯은 많은 것을 돌아보게 한다. 통신과 운송 수단이 발달할수록 사람들과의 연결은 점점 멀어지고 단절되고 있을지 모른다. 누군가에게 생존이 걸린 문제를 두고 문제 해결보다 범인찾기에 몰두하는 사회는 가십거리에 중독된 뮬과 다를 바 없다. 

사랑과 미담보다 자극적인 이슈가 더 많은 눈길을 모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합리적인 이유라도 특정 대상에게 가하는 맹목적인 비난을 정당화할 수 없다. 

게임과몰입에 대한 시선도 마찬가지다. 한쪽은 원인분석과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다른 한쪽은 게임을 이미 질병으로 규정하고 대화를 거부한다. 게임업계의 부흥과 청소년 보호라는 큰 틀에서 같은 의견을 갖고 있음에도 논쟁은 평행선을 달린다. 이 과정에서 게임은 맹목적으로 비난받고 귀중한 시간은 허무하게 낭비되고 있다. 

데스스트랜딩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유저들은 게임성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화려한 스킬이나 액션 없이 짐을 배달하는 과정은 우습게 보였다. 하지만 스토리의 복선이 회수되고 카이랄 네트워크로 모든 지역이 연결되자, 평가는 바뀌었다. 전 세계 80개 이상 매체와 비평가들이 데스스트랜딩을 2019년 최고의 게임으로 선정했다. 

혐오는 코로나19와 게임과몰입 어떠한 문제에서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지금 사회와 게임업계에는 상대에 대한 비난보다 열려있는 소통이 필요한 때다. 그렇지 않으면 보이드 아웃을 맞은 데스스트랜딩의 미국처럼 회생의 기반조차 사라질지 모른다. 

송진원 기자  sjw@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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