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플랫폼 리듬게임의 한계는 여전히 안고 간다. 하지만 그 제약 내에서 최대한의 결과물을 확인했다.

디제이맥스(디맥) 리스펙트V는 2017년 PS4로 출시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디맥 리스펙트의 스팀판 이식작이다. 작년 12월 얼리액세스를 시작했고, 3개월간의 담금질 끝에 정식으로 유저를 찾아왔다. 리그오브레전드와 서구권 유명 DJ들과의 콜라보레이션도 얼리액세스 기간 화제가 됐다.

관전 포인트가 많았다. 전작이 성공적이었던 만큼 기대가 모인 동시에, 12년 만의 PC버전인 만큼 우려도 생겼다. 기술이나 사업 면에서 난제가 있는 작업이고, 이식 자체에 대해 기존 유저들의 부담감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티어를 두고 경쟁하는 온라인 모드 역시 도전이라고 할 만했다. 결과를 총평하자면, '이 정도면 일단 괜찮다'.

신곡들, 진화했다

타이틀 고유의 신곡을 따로 DLC로 구매해야 한다는 점은 아쉽지만, 플레이를 거듭하면서 가격 생각은 바로 휘발된다. V익스텐션 팩에 수력된 20곡의 퀄리티가 빠짐없이 매우 뛰어나고, BGA도 지금 기준에서 손색 없을 만큼 발전했다. 아무 곡이나 골라 과거 타이틀에 가져다 놔도 대표곡 중 하나로 손꼽힐 수준이다.

디맥 시리즈의 특징이 곡의 다양성인데, 그 장점이 더 세련된 감성으로 다가왔다. 당장 북미 클럽에서 들려올 법한 곡부터 시작해서 서브컬처 게임 오프닝에 써도 무방할 곡까지 한결 확장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조명하고 싶은 곡은 IMLAY와 YESEO의 'Move Yourself', HAYAKO의 'NANAIRO'다. 전자는 트렌디한 일렉트로니카 음악의 정수를, 후자는 8비트 사운드의 현대적 해석을 완벽하게 갖췄다. 

쫄깃하게 완성된 래더매치 "플래티넘 가게 해주세요"

전작과 가장 차별화된 부분이 온라인 매치다. 여러 유저가 방에 모여 편하게 즐기는 오픈매치도 매력적이지만, 마니아들의 관심사는 랭크를 겨루는 래더매치였다. 전곡이 35만점 만점으로 통일됐고, 피버가 적용되지 않는다. 롱노트 불리기 등의 '꼼수'가 차단되어 순수 실력 싸움을 겨룰 수 있게 됐다.

지난달 테스트에서는 '고인물' 대전이 되어 브론즈 티어에서 퍼펙트를 못 치면 패배하기도 하는 고난을 겪기도 했다. 이 점이 배치고사 개선으로 한결 개선됐다. 래더를 처음 시작하면 AI와 5게임을 겨루고, 승패와 세부 점수에 따라 티어가 배정된다. 높은 티어로 갈수록 등장하는 채보 난이도가 어려워진다. 

직접 플레이 결과, 5전 전부 2:0 승리를 거두고 10곡 중 9곡에서 풀콤보를 기록하되 퍼펙트가 없을 경우 골드3에 배치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뒤 같은 골드를 주로 만나며, 매칭을 돌리는 근처 유저가 없을 경우 실버나 AI까지 매칭되는 것으로 보인다.

티어 배분이 넓어져 비슷한 실력을 만나다보니 밸런스 맞는 승부가 펼쳐졌다. 승리와 패배를 반복하는데, 언제나 점수차가 크지 않았다. 노트 하나를 실수해버리면 바로 패배와 연결되기 때문에 최고의 긴장감을 가지고 집중하는 맛이 있다. 

특히, 래더매치의 백미는 세트스코어 1:1에서 펼쳐지는 파이널 세트의 하드모드다. 판정 범위가 큰 폭으로 줄어든다. '천상계'는 이 모드에서도 한 방에 승부가 갈릴지 모르지만, 골드 수준에서는 승부의 행방이 실시간으로 요동친다. 끝까지 우세와 열세를 오간 끝에 막판에 100%를 연달아 쳐내면서 200점 차이로 승리를 따내는 쾌감은 남달랐다. 

골드1 100P를 달성하고 플래티넘에 가기 위한 승급전을 시작하자 단숨에 벽이 느껴졌다. 보통 플래티넘2~3 유저와 매칭이 걸리는데, 당연하다는 듯 1천점 이상 차이로 연패를 거듭했다. 승급전에 3연속 실패하고 나면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게 된다.

무엇보다 라이트유저를 향한 장벽이 조금은 개선된 편이라, 부담 없이 배치고사를 치른 다음 실력을 기르기 위한 동기부여를 얻기에 적절한 시스템이다. 리듬게임은 혼자 해도 연습이 되기 때문에 티어 상승이 이뤄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싱크', PC 리듬의 영원한 고질병

단점은 하나 있다. 그런데 그 단점이 좀 크다. 싱크 문제다. 

리듬게임은 10ms(0.01초) 차이조차 예민하게 느껴지는 장르다. 리스펙트V는 시연과 얼리액세스 과정에서 정확한 타이밍보다 조금 빨리 입력해야 하는 현상이 있다. 지속적으로 개선 작업을 통해 심한 어긋남은 개선했고 최소한의 조절 기능도 넣었지만, 민감한 유저들은 아직도 약간의 격차는 피할 수 없다고 지적하는 중이다.

어쩔 수 없는 부분도 많다. 원인은 플랫폼 환경과 고유 키음 방식, 즉 노트 입력에 따라 지정된 사운드가 출력되어 음악을 완성하는 시스템에 있다. 모든 기기는 입력과 출력에서 매우 미세한 격차가 생기는데, 유저의 플랫폼 성능에 따라 정확한 입력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각종 편법을 통해 최대한 0에 수렴하게 맞출 수는 있지만, 완벽한 타이밍 구현은 기술적으로 어렵다.

기기 스펙이 일원화된 콘솔, 아케이드, 아이폰에서는 문제 해결이 쉬운 편이다. 그러나 수없이 많은 디바이스 사양이 존재하는 PC나 안드로이드는 조건이 완전히 다르다. 예를 들어 디모의 경우 아이폰에서 고유 키음을 무난하게 구현했는데, 이후 출시한 안드로이드 버전에서는 키음 싱크가 엉망이 되어버려 정상 플레이가 불가능한 수준까지 간 사례가 있다. 그리고 스위치 이식판은 다시 키음 싱크가 잘 맞았다. 

고유 키음을 가진 역대 모든 상용화 리듬게임 중에, PC 환경에서 싱크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한 사례는 거의 없다. 고유 키음은 디맥 시리즈의 게임성 및 퀄리티의 근간이기 때문에 제거할 수도 없다. 지금 방향과 같은 개선 작업이나 유저 각자의 싱크조절에 기대는 것이 최선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정보 전달과 소통이다. 싱크 문제 해결 과정에서 난관이 어떤 것인지 유저에게 이야기하고, 피드백을 받아가며 서로 납득할 만한 타협점을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싱크를 전혀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너무 신경이 쓰여 힘들다는 유저도 있다. 서로 관점이 다르고 고충이 존재하는 만큼 꾸준한 대화는 필요해 보인다.

한국 리듬게임의 자존심이 오래도록 '존경'받기를

2017년, 디맥 리스펙트 출시 시기로 시계를 돌려보자. 모두가 죽은 IP라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등장한 이번 게임도 추억팔이로 끝나겠거니 싶었다. 'RESPECT'는 조의와 존경이라는 상반된 의미를 담은 단어다. 대표 캐릭터 클리어와 페일 역시 2개 분기점을 표현했다. 흥하거나, 혹은 망하거나. 

결과는 흥이었다. 디맥의 가치는 완벽히 되살렸고 단점은 대부분 보강했다. 충실한 볼륨으로 들어간 신곡들은 재도약을 보장하는 퀄리티를 자랑했다. 리스펙트V의 추가 콘텐츠도 그 연장선에서 흐른다. 개별 타이틀로 볼 때 아쉬운 점도 종종 보이지만, 자존심을 지키는 데에 부족함 없는 퀄리티를 갖추면서 IP 생명력 유지에 청신호를 보냈다.

스팀판 유지보수는 콘솔에 비해 훨씬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것을 바라게 되는 이유는, 이 게임에 애정을 담는 유저가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이다. 좋은 성적을 바탕으로 더 풍부한 운영 동력을 가질 수 있길, 유저와 오래 호흡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게 되길 빈다.

저작권자 © 게임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