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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 딜레마? 중소 게임방송국의 격변
길용찬 기자 | 승인 2020.03.20 14:34

뉴미디어의 거센 폭풍우 속에서, 중소 게임방송사들의 대처가 눈길을 끈다.

케이블 방송채널 스포티비게임즈는 최근 스타티비(STATV)로 이름을 바꾸며 개편했다. 기존의 e스포츠 중계 및 게임 프로그램은 계속 이어나가되, 종합 엔터테인먼트 채널로 확장을 시도한다. 모기업 에이클라 미디어그룹이 제작한 콘텐츠 기반으로 재도약 목표를 세웠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OGN은 중계하던 대회들이 흥행에 실패하거나 게임사 자체 중계로 전환되는 등 시련을 겪어왔다. 올해 들어 미디어 흐름에 발맞춘 개선을 시작하는 모습이다. 과거 영상들을 현재 감각으로 재편집해 업로드하는 한편, 유튜브 채널 '44층 지하던전'에서 자체 콘텐츠 생산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2000년대 게임방송국은 급격한 성장을 겪었다. e스포츠 태동기에 전문 중계 노하우를 가진 인력이 대거 유입됐고, 게임사의 이해관계와 유저들의 관심이 함께 몰리며 화제성을 이끌었다. 

그러나 구도가 바뀌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게임과 e스포츠 규모가 커지는 동시에, 대형 게임사들은 대회 단독 관리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미디어 시대가 바뀌면서 개인방송과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급증했다. 그 사이에서 샌드위치 구도는 피하기 어려웠다. 

게임사가 방송 플랫폼에서 독자 채널을 가지고 운영하는 형태로 전환됐고, 인식 변화로 인해 지상파 방송까지 게임 프로그램 제작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더욱 힘들어졌다. 심지어 지상파와 방송 플랫폼이 결합해 강력한 시너지를 내는 모습도 관측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e스포츠 전용 채널인 SBS아프리카TV다. 

e스포츠 중 가장 큰 파급력을 가진 리그오브레전드 중계권이 사라진 것은 가장 큰 타격이었다. 글로벌이 아닌 한국 시장에 철저하게 의존해야 하는 한계에서 다른 아이템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카트라이더 리그 흥행으로 숨을 돌린 스포티비게임즈는 그나마 사정이 나았지만, OGN은 막대한 예산을 투자한 배틀그라운드 대회가 저조한 관심을 받으면서 출혈을 피할 수 없었다.

e스포츠는 게임사와 플랫폼 홀더가 소유하고, 예능 및 홍보 프로그램은 인플루언서 개인의 힘을 따라잡기 어렵다. 개인방송과 그들을 케어해주는 MCN, 그리고 개인방송 플랫폼 보유자가 주도권을 쥐는 형태로 빠르게 변화했다.

게임방송사가 개인방송에 비해 인력 면에서 크게 앞서는 것도 아니다. 유명 인플루언서들은 최소 2인 이상 편집자를 채용하고, 매니저와 작가까지 대동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최적화된 인원이 모여 하나의 팀을 이루는 것이다. 

기업의 큰 틀에서 움직여야 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유연한 뉴미디어 체제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특히 비용 대비 속도와 재미라는, '가성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출연자로 역할을 해줄 만한 예능 방송인들조차 유튜브나 실시간 스트리밍 개인 채널을 개설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는 흐름이 강해진다. 

케이블 채널을 보유했다는 점도 시대 흐름에 따라 자산이 아닌 발목이 되고 있다. TV 채널 특성상 인터넷방송에 비해 검열의 선이 팍팍하고, 게임 유저들의 감성을 만족시키는 데에 한계가 있다.

게임 방송사들의 노선 변경은 필연적이었고, 동시에 긍정적이다. 

스포티비게임즈 방송제작을 담당하는 라우드커뮤니케이션즈는 유튜브 라우드G를 개설하면서 좋은 선례를 만들었다. '선 넘는', 그러나 불쾌하지 않은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편성해 미디어 흐름에 대처하면서 흥행을 기록했다. 이미 유명해진 방송인을 이용하기보다 인력을 발굴하는 방식으로 효율을 끌어냈다. 

'왜냐맨' 장민철에 당시 큰 지명도가 없던 김민아 아나운서를 조합해 파괴적인 시너지로 '대박'을 친 사례가 대표적이다. 스포티비 안팎의 아나운서들을 활용해 새로운 매력을 발굴하는 시도도 엿보이고, 최근 새로운 콘텐츠 주인공으로 내세운 일본인 솔로 아이돌 유키카 역시 잠재력 픽에 가깝다.

OGN이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한 유튜브 채널 44층 지하던전은, 흐름에 뒤늦게 따라간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러나 경직되어 있던 콘텐츠를 일신하고 모든 시도를 전개하면서 의미를 가진다. 스스로 '지하'라고 표현하면서 구독자를 유치해 한 층씩 올라가겠다는 채널 세계관은 처절한 동시에 참신하다.

샌드위치 구도를 벗어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빵에 눌리지 않게 몸집을 키우거나, 반대로 몸을 작게 만들어 안에서 빠져나오거나. 현재 미디어는 후자가 어울린다. 과거 케이블에 묶여 있던 이들이 제약을 벗어나와 효율적인 콘텐츠 제작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안정적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켜볼 만한 도전이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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