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가 스스로 즐기는 게임을 '운빨 게임'이라고 말하는 사례는 종종 있었다. 그 단어가 가장 보편적으로 퍼진 게임은 하스스톤이었다. 게임 승패에 강하게 개입된 운의 변수는 수많은 유저를 웃고 울게 만들었다.

하스스톤이 긴 서비스 시간 동안 힘을 잃고, 많은 카드배틀 장르 신작들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기 위해 나타났다. 하지만 확실하게 세대교체를 이룰 만한 게임은 눈에 띄지 않는다.

라이엇게임즈의 레전드오브룬테라 역시 테스트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스트리밍 주목도가 매우 낮아 화제성을 이끌어가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 5월 1일 정식 출시에서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몰리는 상태다.

유저가 서로 겨루는 게임은 결국 실력이 중요하다. 하지만 적절한 행운이 게임 재미를 살리는 주요 변수라는 것도 부정하기 어렵다. 실력과 운의 영향 조절은 게임 장기적 운영의 열쇠 중 하나다.

턴제 게임은 운의 조절이 중요하다. 조작 형태가 실시간과 다르고, 타이밍이라는 변수가 없기 때문에 플레이 경험 획일화를 피하기 위해 필요하다. 물론 유서 깊은 턴제 게임인 바둑은 운의 개입 여지가 없지만, 무한한 경우의수로 인해 가능한 일이다.

운은 표본이 쌓여갈수록 대부분의 유저에게 공평하게 돌아간다. 유저 체감으로 언제나 12시(상대진영)가 사기를 친다고 말하기 쉽지만, 사실 자신이 행운으로 승리한 게임은 기억에서 지우는 것이 사람 심리라는 것을 모두가 알기 때문에 나오는 밈이다.

싱글 플레이에서도 운은 재미로 작용한다. 인디게임 흥행 카드인 로그라이크 장르가 대표적이다. 매번 재생성되는 맵 구조와 적 배치는 때로 쉽고 때로 어렵다. 똑같은 게임 형태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항상 불확실한 변수와 맞이하는 재미를 준다.

다키스트 던전은 운을 잘 활용한 사례다. 잘 키운 캐릭터를 순식간에 운 나쁘게 잃어버릴 수 있다. 반대로, 절망적인 순간에 희박한 확률의 치명타가 터져서 위기를 모면하는 경우도 분명 나온다. 공격이 항상 적중하고 동일한 타격을 준다면 게임 속에서 긴장감을 느끼기 어려워진다. 적과 조우하는 순간 이미 승패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 콘텐츠 재생산이 중요해지면서, 게임 속 행운은 다시 주목받는다. 하스스톤이 직접 플레이 외에 보는 게임으로 길게 이어진 이유다. 출시 초기부터 정기적으로 명장면 하이라이트 영상이 나왔고, 높은 화제로 흥행을 이끌었다.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 무작위 효과는 무한에 가까운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카드배틀에서 실력 비중을 지나치게 늘릴 경우 발생하는 문제는 경험 획일화다. 특정 메타 속에서 비슷한 형태의 덱만 만나고, 동일한 게임 내용을 겪는다. 특별히 변수가 생기지 않아 2차 콘텐츠 생산도 흥미를 잃는다. 역설적으로, 카드 드로우 운은 존재하기 때문에 순수한 실력 싸움이라는 취지도 근본부터 흔들릴 수 있다.

운을 늘린다고 해서 실력의 중요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유명 선수의 말을 빌리면, 하스스톤은 '완벽하게 해도 질 수 있는 게임이지만 실수하면 이길 수 없는 게임'이었다. 결국 긍정적인 확률을 유도하는 판단은 실력하고, 게임 표본이 쌓일수록 등급과 연결된다. 리그오브레전드에서 한 판의 승패는 팀운이지만 티어는 실력이라고 불리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운빨'도 정도껏이어야 한다. 이렇게 선을 넘은 사례도 있었다
물론, '운빨'도 정도껏이어야 한다. 이렇게 선을 넘은 사례도 있었다

게임에서 변수 창출의 가능성은 오랜 기간 연구된 분야다. 그와 함께 온라인 대전게임에서 여전히 어려운 과제다. 무작정 운의 영역을 늘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운으로 질 수도 있지만 실력으로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게임, 성공한 게임들은 그런 점에서 공통 분모를 가진다.

공정함은 중요하다. 하지만 재미가 공정함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적정량의 밸런스를 갖춘 채로 게임 본연의 재미를 살리는 변수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후 등장할 카드배틀 게임들, 더 나아가 턴제 게임들이 흥미로운 '운빨'을 선보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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