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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비 퀘스트, 단점보다 개성과 매력이 빛나는 이유
길용찬 기자 | 승인 2020.04.13 19:49

아미앤스트레테지: 십자군, 인디게임에 관심 있는 유저는 오랜 시간 기다린 이름이다.

소규모 인력으로 도전하기 어려운 PC플랫폼 전략 시뮬레이션, 독특한 캐릭터 비주얼, 그리고 센스 있는 표현까지. 2013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떠오른 뒤 개발이 지연되면서 출시 여부에 대한 의문도 흘러나왔다.

기다림 끝에 정식 출시가 스팀에서 이뤄졌다. 새로운 이름은 플레비 퀘스트: 더 크루세이즈(이하 플레비 퀘스트). 2018년 네오위즈가 개발팀 파이드파이퍼스를 영입하면서 개발 환경을 지원했고, 방대했던 밑그림에 채색을 덧붙이는 작업을 마쳤다.

직사각형 블록의 캐릭터만큼, 게임 역시 깔끔하게 다듬어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장점과 단점이 모두 확실하다. 하지만 장점이 가진 매력과 가능성에 저울추가 기울어진다.

* 캐릭터 개성만으로 이미 반은 성공했다

플레비 퀘스트가 가장 성공적으로 완수한 임무는 매력적인 디자인이다. 초기 버전에서 보여준 독특한 캐릭터는 출시까지 계승됐다. 디테일은 더욱 향상됐다. 

십자군 전쟁 시대의 유럽과 중동 지역을 무대로 거대한 스케일이 형성되는데, 그 속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역사적 인물은 사각형 타일의 형태를 취한다. 고전 장기말을 연상시키는 동시에, 아기자기하고 개성 넘치는 인상을 준다. 예를 들어 '사자왕' 리처드 1세는 사자 얼굴의 왕관을 쓰고 전투적 인상을 주는 등, 캐릭터 디자인만으로 특성을 알아보기 간편하다.

표정 변화도 다이나믹하다. 상대 지도자가 외교 과정에서 보이는 찌푸린 표정이나 분노에 몸을 떠는 모습, 공격에 실패했을 때 성에 몸을 숨기고 약올리듯 웃는 표정 등에서 캐릭터 표현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다. 이 캐릭터 콘셉트를 유지한 다른 게임도 보고 싶을 정도로 수준급이다.

* 간편한 동시에 유쾌한 웰메이드

출시 버전에서 공개된 시나리오는 3종이고, 첫 미션은 튜토리얼에 해당한다. 지도 디자인과 배경에서 엿보이는 첫인상은 크루세이더 킹즈의 향기도 나지만, 실제 플레이는 공통점이 없다. 

플레비 퀘스트는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 중에서 가장 캐주얼한 플레이 방식이다. 과학 연구와 같은 각종 내정은 소속 장군의 미니게임으로 성과를 결정하고, 전투는 최대한 단순한 진행 방식에 병과별 상성과 진형 교대를 넣었다. 게임이 간편한 만큼 UI 디자인도 직관적이라 해당 장르 내에서는 적응이 어렵지 않다.

패러디와 유머의 센스는 준수하다. 시나리오에서 좀 과한 인상도 있는데, 프리플레이 모드로 넘어가면 큰 위화감이 없다.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개성을 지닌 채 유쾌하게 표현되어 게임 진행에서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사운드도 칭찬할 점이다. 게임 내정과 전투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모두 높은 질을 보여주고, 지역과 국가에 따라 분위기도 전환된다. 종합적으로 전략 시뮬레이션 입문 유저가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에 최적화됐다고 평가할 만하다.

* 조금은 덜 간편해도 괜찮아

플레이타임이 늘어날수록 게임 패턴이 단조로워지는 부분은 보완할 필요가 있다. 커맨드가 캐주얼한 만큼 생각할 만한 변수가 크게 없는데, 초반은 큰 장점이지만 적응 뒤 아쉬움이 함께 남는다. 내정이나 캐릭터 관리 등 '내치'의 개념이 약하기 때문이다. 미니게임도 코인토스를 사용하는 종류는 피로감을 선사한다.

종교 개념을 더 활용할 여지가 많다. 십자군 전쟁 시대를 다루는 만큼 종교와 사상은 주요 테마로 작동할 만한데, 지금 활용된 곳은 세력과 종단 관계 관리 정도다. 유저 세력과 대립되는 종교를 믿는 장군을 데려오더라도, 기도 커맨드에 활용하지 못하는 것 빼고는 특별한 패널티나 변수가 보이지 않는다.

캐릭터 개성과 연결되기도 한다. 표현이 뚜렷하지만 플레이에서 활용할 시스템이 별로 없다. 유저와 장군 사이, 장군과 장군 사이 상호작용이 추가된다면 플레이가 다채로워질 수 있다. AI들의 행동이 주는 변수 역시 단조로운데, 게임 판도를 다양하게 구성할 만한 시스템 보완을 다각도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역별 개성을 더 넣어서 여러번 플레이할 동기를 부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부분 전략 시뮬레이션은 세력마다 고유의 능력과 플레이 방식이 존재한다. 토탈워 시리즈가 장수하며 사랑받는 이유 중 팩션별 개성이 뚜렷하다는 사실도 큰 역할을 한다.

앞서 말했듯 종교의 차이는 게임 플레이 방식을 변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지역별 고유 병종은 존재하는데, 확보하기 위해 쓰는 노고나 비용을 생각하면 재미로 연결되는 수준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현재 프리플레이 모드는 단순한 땅싸움의 반복이 되고, 전략의 차이를 보일 여지가 많지 않다.

플레비 퀘스트가 따라가면 좋을 길을 현존 게임들에 빗대면, 유로파 유니버설리스의 캐주얼 버전을 추천하게 된다. 유로파는 같은 장르 게임들 중에서는 자유도가 높거나 콘텐츠가 다양한 시리즈가 아니다. 대신 목적성이 매우 확실하고, 콘텐츠의 디테일이 세밀하다. 국력 대 국력으로 싸워나가는 문법도 가능하다. 

여기서 디테일만 간편한 방식으로 조정하면서 파워게임의 맛을 살리는 방향이 어울려 보인다. 아직 난이도 설정이 없는데, 콘텐츠 적용 과정에서 캐주얼 난이도와 심화 난이도를 분리하는 방안을 함께 생각해볼 법하다. 훌륭한 디자인으로 인해, 창작마당을 열어서 모드가 개방될 경우 잠재력도 클 수 있다.

* 군데군데 서툴지만... A급 잠재력의 발견

싱글 게임의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업데이트로 해결 불가능한 분야가 잘 갖춰졌는지 체크해야 한다. 배경 디자인, 아트, 사운드 등이 해당한다. 플레비 퀘스트는 이런 뼈대에서 흠 잡을 곳이 없다. 세부 플레이에서 부족한 점을 인정하더라도 호평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한국 소규모 개발 게임이 유럽과 중동 전체 배경의 전략 시뮬레이션을 개발해내고, 준수한 센스와 감성을 보여줬다는 점만으로 플레비 퀘스트가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2만원 가량의 가격에 비해 볼륨도 충분하다. 영토 확장과 세력 운영을 캐주얼하게 맛보고 싶은 유저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웰메이드'가 될 배경과 뼈대는 갖췄으니, 유저들의 의견을 수렴해 오래 발전하고 기억되는 한국 전략게임으로 남아주길 바란다. 업데이트나 DLC를 통해 흥미롭게 등장할 추가 시나리오도 기대하게 된다. 플레비 퀘스트가 보여주는 개성은 그만큼 가치가 있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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