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산업은 정치에 영향을 받으며, 게임계 역시 자유롭지 않다. 사회적으로 다양한 시각이 엇갈리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지난 20대 국회가 잦은 파행으로 대부분의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만큼, 산적한 현안을 서둘러 논의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몰린다. 특히 21대 국회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이슈와 함께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면개정안까지 큼지막한 논점이 쌓여 있다. 

게임계에 큰 관심을 가지고 진흥을 위해 뛰는 국회의원은 다수가 아니다. 국가의 수많은 이슈 속에서 게임은 비주류에 가깝다. 그만큼 친(親)게임 의원들의 생존율에 이목이 끌린다. 생환이 반가운 후보가 있는 한편, 이제 만날 수 없어 아쉬운 후보도 있다.

생존 후보 중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가장 눈에 띈다. 대전 유성갑 지역구에서 승리해 재선의원이 됐다. 대한민국 게임포럼 공동대표이며, 이번 총선에서도 게임법 전면 개정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문체부 역시 게임법 전면 개정안을 내놓았기 때문에, 21대 국회 게임법에서 가장 핵심 위치에 자리잡을 의원으로 평가받는다.

게임에 중독이라는 단어를 제외해야 한다는 법을 내놓는 한편, e스포츠에도 큰 관심을 기울였다. 지난 아시안게임 e스포츠 부문에서 대한체육회 가맹 문제로 한국 선수단 출전이 좌절될 위기가 있었다. 조 의원이 지역구 내 대전체육회를 설득해 e스포츠 협회 가맹을 이끌어냈고, 선수 출전을 가능하게 만든 전력이 있다.

일반 유저에게 또 한명 널리 알려진 인물은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이다. 일명 '카나비 구출작전'으로 e스포츠 팬들 사이에서 스타덤에 올랐다. 당시 그리핀 서진혁 선수의 부당 임대계약이 폭로되자, 적극적으로 나서서 중국측과의 교섭 끝에 계약을 완전히 무효로 돌렸다. 이동섭 의원과 함께 청소년 e스포츠 선수 셧다운제 면제를 추진하는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부산 해운대갑에서 무난하게 3선에 성공했다.

미래통합당 이종배 의원은 PC온라인 및 모바일게임 규제를 완화하는 게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고, 같은 당 조경태 의원은 중국의 판호발급이 한국게임 상대로 막힌 것에 항의하면서 중국대사관 앞에서 1인시위까지 펼쳤다. 각각 충북 충주에서 3선, 부산 사하을에서 5선을 거두며 21대 국회에 돌아온다.

미래통합당 이동섭 의원은 서울 노원을 선거구에서 낙선했다. 전문적 게임 지식을 갖춘 보좌진을 바탕으로 유저 친화적인 게임법안을 만들어내며 주목받아 왔다. 2018 국정감사에서는 배틀그라운드를 상징하는 아이템 황금 프라이팬을 꺼내들며 게임문화 진흥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주요 입법활동으로 헬퍼 등 게임핵 유포자 처벌 법안, 대리게임 금지 법안을 대표발의해 통과시킨 전력이 있다. e스포츠 불공정계약 논란에서도 하태경 의원과 행보를 맞추며 활약했고, 선수 표준계약서법을 작년 10월 대표발의했다. 그밖에 게임을 비롯한 문화체육 발전에 목소리를 내왔다는 점에서 게임업계의 아쉬움이 커진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은 게임인사 1호 국회의원으로 꼽혔으나 경기 분당갑에서 재선에 실패했다. 정부부처 및 기관의 게임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한편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논란에서 뚜렷한 반대 의견으로 여론을 이끌었다. 게임이 종합예술이라고 강조하며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법안을 추진했지만 본회의의 벽을 넘지 못했다.

미래통합당 김세연 의원은 총선 이전 당을 강하게 비판하며 불출마했다. 대한민국 게임포럼에 참여한 의원 중 하나다. 질병코드 논란에서도 "삶의 일부이자 취미로 자리 잡은 게임을 성급하게 중독 대상으로 지정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논의가 필요하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문체위에서 많은 의원이 말한 적 있는 내용이지만, 김세연 의원은 보건복지위원장이었기 때문에 이례적인 소신 발언이었다.

21대 국회 당선자들은 원 구성 이후 5월 30일부터 활동을 시작하며, 임기는 2024년 5월 29일까지다. 그전 20대는 4월 임시국회에서 남은 업무를 마무리한다. 게임계는 문화체육관광위 구성 의원이 중요하며, 질병코드 논란과 관련해 보건복지위 구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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