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스코어, 밴픽 구도, 출전 선수 그리고 우승컵의 행방까지, 승패와 관련된 어떠한 것도 예측할 수 없다. 그 정도로 결승전에서 만난 젠지 e스포츠와 T1의 전력은 백중세다.
2020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정규 시즌 순위 싸움은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하위권은 승강전 진출 여부를 놓고 접전을 치렀으며 상위권 또한 마지막까지 순위권 경쟁을 계속했다. 아프리카 프릭스와 KT롤스터 등 팀의 슬럼프와 각성이 잇따르며 순위도 변동했지만 젠지와 T1의 상승세는 흔들리지 않았다.
젠지는 상위권 3팀 중 가장 먼저 1위를 확정하면서, 자타가 공인하는 강팀으로 인정받았다. 시즌 시작 전부터 전문가들은 ‘클리드’ 김태민과 ‘비디디’ 곽보성이 합류한 젠지의 전력을 최상위권으로 전망했고 이러한 예측은 성적으로 증명됐다.
특히, 젠지는 지난 시즌보다 다양한 승리 패턴을 보여줬고 의미있는 성과도 거두었다. 작년 ‘룰러’ 박재혁에게 의존했던 플레이 스타일은 에이스 미드-정글의 활약으로 상대팀이 분석하기 어려운 전술을 가능케 했다.
젠지에 비해 T1을 향한 시선은 기대와 함께 우려도 많았다. 지난 롤드컵 진출을 견인했던 ‘칸’ 김동하와 ‘마타’ 조세형, 클리드의 공백을 신인과 갓 합류한 선수들이 해결해야 했다. 코치진과 선수 모두 지난해 거뒀던 성적을 기대하기에, 모든 구성이 새로웠다.
하지만 T1은 올해도 결승전 무대를 밟는데 성공했다. 에이스들이 대거 이탈했음에도 공백으로 인한 부진은 없었다. 오히려 ‘칸나’ 김창동과 ‘엘림’ 최엘림은 배테랑 선수와 더불어 신생 T1에 없어서는 안 될 전술 카드로 자리 잡았다.
그중 ‘칸나’ 김창동은 기록적인 활약으로 로얄로더에 도전하고 있다. DRX와의 대결에서 ‘도란’ 최현준을 상대로 4번의 솔로킬을 기록해, 승리의 주역으로 뽑혔다. 기량뿐만 아니라 오른, 제이스, 루시안, 사일러스 등 챔피언 폭 또한 넓어, 주목해야할 에이스 선수로 거듭났다.
두 팀의 공통적 특징은 합리적인 운영 스타일이다. 초반 주도권에 유리한 지점이 있다면, 위험부담이 적고 확실한 접근 방법을 고민한다. 정글링과 시야장악에 필요한 라인 압박, 오브젝트 관리, 로밍 등 승기가 될 만한 찬스도 낭비하지 않는다.
승리패턴도 비슷하다. 어렵게 모은 이득을 불려, 오브젝트 및 한타에서 레벨, 아이템 차이로 상대를 압도한다. 이러한 방식은 전투 중심의 하이리스크-하이리턴 운영과 거리가 멀다 보니, 지루하다는 평가지만 가장 확실하게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전술이다.
젠지와 T1 모두 합리적인 운영을 중시하는 팀인 만큼, 승패를 가르는 키포인트는 초반 주도권 즉, 미드-정글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팀 간의 대결일수록 사소한 실수가 경기의 승패로 이어질 수 있다. 초반 주도권 역시 라인의 상황과 시야 등 다양한 변수로 결정되는데, 아군 정글을 케어하기 위한 라이너의 무게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탑 라인은 ‘라스칼’ 김광희와 칸나의 출전을 예상해본다면 미드와 연계된 밴픽 심리전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두 선수 모두 미드 챔피언으로 기용할만한 아칼리, 럼블, 사일러스로 좋은 활약을 선보인 바 있다. 사용 가능한 챔피언이 많은 상황에서 오른을 어떤 팀에서 선택할지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정글 주도권도 격전이 예상된다. 정규 시즌에서 클리드와 ‘커즈’ 문우찬은 다양한 챔피언을 기용했는데, 주력으로 꼽을만한 챔피언은 스타일에 따라 명확하게 구분됐다. 커즈는 그라가스와 트런들 기용이 많았던 반면, 클리드는 렉사이, 자르반4세를 주로 선택해, 팀 승리를 견인했다.
정글과 마찬가지로 미드 주도권 역시 예측하기 어렵다. 비디디와 ‘페이커’ 이상혁의 챔피언 폭은 리그 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게다가 세나, 아펠리오스 등 바텀 관련 OP 챔피언이 많은 메타라, 밴카드를 제외한 두 선수의 선택지는 더욱 넓어질 수밖에 없다.
탄탄한 상체는 어디까지나 바텀 라인이 받쳐줄 때의 이야기다. 미드와 더불어 룰러와 ‘테디’ 박진성의 상하관계는 LCK 팬들의 끊임없는 논쟁거리 중 하나다. 하지만 최근 ‘에포트’ 이상호가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인 반면 젠지 바텀은 아쉬운 모습을 보여줘, 기세 면에서 T1의 우세를 예상해볼 수 있다.
정규 시즌 전적은 T1이 2대0으로 앞선다. 젠지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상승가도를 달렸지만 T1 앞에서 번번이 무릎을 꿇었다. 전적만 보면 불리하지만 젠지 최우범 감독은 T1의 결승 진출을 반겼다. 자신과 겨룰 최후의 한 팀을 예측했고 그에 대한 준비를 마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