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은 2020년 풍경을 바꿨다. 특히, 비즈니스 환경은 급변했다. 온라인 모임과 행사는 이제 보편적이다. 게임쇼 역시 된서리를 맞았다.

지난 2월 이후, 게임 간담회 및 쇼케이스는 대부분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e스포츠 역시 무관중 경기에서 온라인 경기로 방향을 바꿨다. 끝이 보이지 않는 거리두기가 계속되는 만큼, 하반기 예정 행사들의 고민은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4월 29일 현재 국내 코로나19는 진정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신규 확진자가 10인 이하로 떨어졌고, 마스크 수급도 안정화됐다. 그러나 감염 완화가 경계 완화로 이어질 수 없다.

아직 지역감염 사례가 꾸준히 발생 중이고, 전문가들은 2차 확산을 경계하고 있다. 정부의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에서 떨어지지 않는 이유다. 당장 5월 초 기다리는 황금연휴가 고비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존재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강력 권고가 해제되지 않은 만큼, 국내 크고 작은 행사들은 아직 오프라인 개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해외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진정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와 같은 상황이 연내 해소될 가능성은 미지수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쇼 개최는 치명적이다. 게임 매체의 특성은 곧 국제 행사로 연결되고, 해외 개발자와 바이어가 들어오지 못할 경우 산업적 의미가 상실된다. 관객 밀도가 매우 높고 이동이 잦은 것도 악영향이다. 시연 과정에서 같은 기기를 여러 관객이 번갈아 접촉하기 때문에 위험은 커진다.

매년 5월 경기도에서 열리는 국내 게임쇼 플레이엑스포는 일찌감치 취소했다. 해외 콘솔게임과 국내 체감형게임이 주력으로, 방역과 일정 조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다. 사무국은 지난 3월 논의 끝에 연기 없이 올해 행사를 전면 취소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부산인디커넥트(BIC) 페스티벌은 일정을 10월로 미루는 동시에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판단을 내렸다.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 인디게임쇼로 성장한 만큼 아쉬움이 있을만했지만, 빠르고 과감한 결정에 다수 관계자가 수긍하는 분위기다. 작년의 경우 20개국 게임이 참여했고, 매년 최다 관람객 기록을 경신하면서 행사 장소를 확대해왔다.

이제 관심은 지스타에 몰린다. 지스타 사무국은 상황을 주시하며 논의를 거치는 중으로 알려졌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나는 11월 19일에 예정되어 있지만, 수능이 12월 3일로 연기가 발표되면서 일정 변화가 예측된다.

국내에서 온라인 게임쇼 환경에 빠른 적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와 관계 없이 온라인 연계 행사가 대안으로 자리잡았고, 국내 업계에서 트렌드 전환이 늦어지고 있었다.

해외의 주요 게임사들은 이미 오프라인 게임쇼 발표에 연연하지 않는 흐름이 형성됐다. 대신 독자적 행사 비중이 늘었다. 닌텐도와 소니 등 주요 플랫폼 보유사는 자사 온라인 쇼케이스에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한지 오래다. GDC와 같은 컨퍼런스 행사 역시 코로나19 확산에 맞춰 빠르게 온라인으로 전환했고, 게임스컴도 8월 온라인 행사 준비에 나섰다.

세계 최대 게임쇼 E3 2020은 온라인 전환을 발표했으나, 이후 행사 전체 취소로 일정을 바꿨다. 미국 내 위기상황이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행사를 진행하는 6월까지 준비 기간이 촉박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스타는 한국 최대 국제게임행사란 자존심을 오랜 기간 내세웠다. 그렇기 때문에 결정은 어렵다. 비즈니스 영역이 중요해지면서 사업적 이해관계도 따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판단을 미룰 경우 손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 국제행사의 이름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선택지는 3개다. 연기, 온라인, 그리고 취소. 그중 연기는 쉽지 않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 이상 재개 시점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타이베이게임쇼가 2월에서 6월로 연기를 결정했다가 결국 취소를 맞이해야 했던 사례가 있다.

온라인 행사를 준비한다면, 최대한 빠르게 결정하고 공지한 뒤 각 업체와 연계해 준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온라인 게임쇼는 단순히 화면을 인터넷 송출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해외 역시 준비 기간 문제로 취소하거나, 일찌감치 작업에 들어간 게임쇼들이 존재한다. 

지스타의 행보는 곧 한국게임계의 행보이기도 하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주는 계기가 되길 빈다. 결정과 행동은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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