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 세계관과 콘셉트를 가졌지만, 개발 기간이 길어지면서 진통을 겪었다. 안정화된 환경에서 꽃을 피울 수 있을까.

네오위즈가 한국 인디게임 기대작 사망여각(8Doors: Arum's Afterlife Adventure)과 퍼블리싱 계약을 맺었다. 인디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에게 최근 네오위즈의 행보는 눈에 띈다. 스컬과 메탈유닛, 그리고 플레비퀘스트까지 정체성을 갖춘 소규모 게임의 스팀 유통을 연달아 맡으면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사망여각은 사연이 많은 게임이다. 개발팀 루트리스 스튜디오는 2016년 텀블벅 크라우드펀딩으로 게임을 처음 공개했고, 입소문이 퍼진 끝에 목표액의 7배에 육박하는 3,400만원 모금을 끌어냈다. 당시 국내 인디게임 중 손에 꼽히는 성과였다.

사망여각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전통 설화에서 영감을 얻은 한국적 세계관이다. 바리공주(바리데기) 신화를 기반으로 한국 전통 개념과 인물을 접목해 고유의 설정을 엮어냈다. 게임 제목인 사망여각 역시 염라대왕에게 심판을 받기 전 저승사자와 하룻밤을 묵어가는 여각에서 따온 이름이다.

아트디자인도 화제를 모았다. 흑백 대비에 붉은색을 곁들인 3색 구성은 독특한 감성을 전달했고, 전통미를 살린 캐릭터와 의상 표현이 개성을 빛냈다. 비록 게임성은 다른 작품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사망여각이 정체성을 확립한 기대작이라는 점은 확실했다.

개발 초창기 사망여각은 턴제 RPG 장르였다. 제작진이 언더테일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듯 유사점이 많았다. 필드에서 만나는 귀신마다 개별 이야기를 가지고, 유저 행동에 따라 진행 방식과 결말이 달라지는 방식으로 기획됐다. 공개된 데모 버전도 기대감을 살렸다는 평이 많았다.

펀딩이 끝난 뒤, 출시가 한 차례 연기되고 추가 정보가 1년 가까이 끊기면서 우려가 흘러나왔다. 개발진에 따르면 디자이너가 건강 문제로 이탈해 팀원을 다시 구성하게 되는 내부 난관이 있었다. 유니티엔진으로 툴을 바꾸고 게임을 대거 개선하는 등 각종 사유가 겹치면서 개발 일정이 늦어진 것.

2018년 신규 정보를 공개한 사망여각은 메트로배니아 스타일의 2D 플랫포머 액션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할로우나이트나 오리(Ori) 시리즈 등 최근 해외 인디씬에서 각광받은 게임들이 다수 포진한 장르다.

작년 말 새로 공개된 데모 버전에서도 트렌드에 맞춘 게임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갈 수 없었던 지역을 새로운 능력을 익혀 돌파하거나, 컨트롤을 통해 강력한 보스를 상대하는 재미를 갖췄다. 정체성으로 평가받아온 전통적 아트와 캐릭터는 그대로다.

사망여각은 스팀을 통해 글로벌 서비스 예정이고, 이후 콘솔 플랫폼 컨버전도 계획하고 있다. 아직 출시일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퍼블리싱 공식 발표 이후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아 출시 일정이 잡혔기 때문에 기대감은 커진다.

빛나는 아이디어를 가졌지만 환경과 노하우의 문제로 개발 난항을 겪는 게임들에게, 네오위즈 퍼블리싱은 유의미한 성과를 가져오고 있다. 사망여각 이후에도 가능성 있는 게임을 계약하고 유통하는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깜짝 소식도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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