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우 아레나는 테스트가 이어질수록 평가가 상승해왔다. 그 뒤에 숨은 공신은 점차 살을 붙여간 사운드였다. 보이지 않아도 어떤 적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도록 만든 비결은 무엇일까. 류휘만 오디오 디렉터와 박종찬 사운드 디자이너를 만나 의문을 풀 수 있었다.

류휘만 디렉터는 닉네임 'CROOVE'로 유저에게 더 친숙할 인물이다. 과거 EZ2DJ와 디제이맥스 시리즈에 참여해 한국 게임음악을 선두에서 이끌었고, 이후 펄어비스로 둥지를 옮겨 검은사막 오디오 작업을 지휘했다. 그에게도 배틀로얄 장르는 또 다른 도전이었다.

펄어비스의 사운드 투자는 남다르다. 순수 오디오실에만 10명의 정예 인력을 갖췄고, 더 효율적인 사운드 디자인 작업을 할 수 있는 ‘Foley(폴리) 레코딩 스튜디오’도 올해 내 구축된다. 펄어비스와 오디오실에게 사운드란, 게임의 최종 재미를 결정하는 캐스팅보트의 위치였다.

류휘만 오디오 디렉터(왼쪽), 박종찬 사운드 디자이너(오른쪽)
류휘만 오디오 디렉터(왼쪽), 박종찬 사운드 디자이너(오른쪽)

Q: 스튜디오가 상당히 큰데, 현재 규모의 음악팀을 구성한 이유가 있을까?

박종찬: 음악과 사운드는 되도록 자체 제작으로 진행하고 있다. 차기작들은 콘솔 플랫폼이 기본이기 때문에 사운드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운드가 게임성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Q: 예전 작업 게임들에 비해 섀도우 아레나 사운드에서 신경을 쓴 요소는? 

류휘만: 예전에 검은사막 음악을 담당했고 펄어비스에 오기 전에는 음악게임을 주로 작업했는데, 플랫폼이나 장르에 따라 많이 다르더라. 검은사막은 장르 특성상 소리를 끄고 하는 유저도 많았다. 섀도우 아레나는 액션과 대결에서 게임성을 강조하는 데에 중점을 맞췄다.

Q: 펄어비스 전작 검은사막과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는데, 가장 큰 차이를 꼽자면 무엇일까?

박종찬: 가장 큰 차이는 캐릭터성이라고 생각한다. 캐릭터를 선택하면 성격과 세계관에 따라 대사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음성적으로 그 캐릭터를 다시 설명할 수 있다. 전투에서는 캐릭터간 구분 요소가 중요했다. 근,중거리 전투가 많다 보니 캐릭터 특성이 드러나도록 작업했다.

Q: 캐릭터별 효과음도 차이가 선명하게 나더라. 그것도 의도적인 작업 같은데.

박종찬: 그렇다. 시각 이펙트는 색 표현이 한계가 있다. 캐릭터성을 더 강조하기 위해 개성을 끌어내는 작업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Q: MMORPG와 달리 배틀로얄 장르는 하나의 필드에서 음악을 표현해야 한다. 볼륨은 어느 정도 되는지 궁금하다.

류휘만: 지금 숫자는 많지 않다. 업데이트에 따라 맵이나 모드가 늘어나면 게임성 부각을 위해 함께 늘려나갈 계획이다.

Q: 배틀로얄에서 사운드는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테스트 버전마다 조금씩 변화가 있었다. 어떤 부분을 고려해 개선했나?

박종찬: 첫째 우선순위로, 내가 전투할 때 필요한 소리를 최대한 들을 수 있도록 했다. 몬스터, 상대방의 위치 등 요소를 거리감을 살려 디자인했다.

Q: 공간감 확보를 위한 사운드 작업이 게임 분위기와 어떻게 어우러졌는지 궁금하다.

박종찬: 개발 초반에는 게임명에 맞게 어둡고 삭막한 분위기를 생각했다. 검은사막 그림자전장 모드만 해도 어두운 음악이었다. 그런데 유저들이 광장에 모인 모습을 보니 예상 밖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살더라. 어두운 분위기로 계속 나가면 게임성을 해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신나고 가볍게 즐기는 격투게임 같은 방향으로 선회했다. 거기에 사운드 플레이를 배려해 소리만으로 적의 위치와 거리를 알 수 있도록 했다.

Q: 제작 사운드 중 특히 자신 있는 것을 꼽는다면?

박종찬: 탑승물 관련 사운드가 정말 잘 나왔다. 실제로 타고 있는 느낌, 완전히 다른 세상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캐릭터 음성 역시 훌륭하다고 본다.

Q: 검은사막에 수록된 곡 중 재해석해 다시 수록할 생각은 없나?

류휘만: 초반은 다른 MMORPG와 다르게 예술적인 음악을 하려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반응이 좋진 않았고, 리마스터에서 다른 방향으로 바꿨다. 검은사막에서 작업하다가 섀도우 아레나에 쓰면 좋겠다 싶어서 전용으로 넣게 됐고, 전반적으로 에픽과 심포닉 분위기 음악이 들릴 것이다. 한국 유저에게 어렵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음악이 되도록 만들었다.

Q: 섀도우 아레나에 검은사막 에셋 사운드가 활용된 것이 있나?

류휘만: 드리간 대륙 테마처럼, 같으면서 다른 느낌을 주는 사운드가 몇 있다. 타이틀 테마는 섀도우 아레나 전용이다. 검은사막은 MMORPG라서 효과음을 서로 호환되도록 구성했다. 하지만 섀도우 아레나는 캐릭터 하나하나에 집중해 사운드를 맞췄다. 같은 듯 많이 다르다. 지금은 모두 새로 만들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Q: 2개 게임이 서로 에셋을 공유할 수도 있을까?

박종찬: 기능과 노하우 정도는 공유가 가능할 것 같다. 리소스 자체를 같이 쓰는 일은 없을 것 같다.

Q: 글로벌 버전을 영국 유명 스튜디오와 협업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작업이 함께 이루어졌는지.

류휘만: 차기작 준비를 위해 글로벌에서 일류 성우들과 접촉하다가, 섀도우 아레나 역시 세계적 보이스를 넣어보고 싶어 연락했다.

Q: 국가별로 혹시 사운드나 음악에서 차이가 있나?

류휘만: 따로 나누진 않았다. 혹시 그런 요구가 있다면 그에 맞춰서 하려고 한다.

Q: 코로나19 확산으로 작업 방식이 달라진 점이 있나? 성우 녹음에서도 고려가 됐을 것 같은데.

박종찬: 해외에서 중국어와 영어 녹음을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상시 모여서 작업할 수 없었다. 미국 녹음시는 디렉터, 엔지니어, 성우가 모두 각자 작업실에서 화상으로 진행했다. 성우들에게 관련 장비도 지급해줘야 했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대신 상하이에서 녹음할 때는 락다운 해제 상태라 모여서 진행할 수 있었다.

Q: 국내에서도 해외 서비스 음성을 선택할 수 있나?

박종찬: 옵션을 통해 고를 수 있도록 작업 중이다. 물론 접속 지역에 따라 최초 설정은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Q: 폴리 사운드 스튜디오를 준비하는 이유가 따로 있을까?

류휘만: 영화적 사운드를 만들기 위한 목적이다. 설비가 갖춰지면 효과음 품질이 더욱 올라간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Q: 검은사막 초창기 음악보다 최근 감독 이름으로 나오는 음악들이 너무 대중코드에 맞춘 것 아니냐는 감상도 있다.

류휘만: 대중이 좋아할 방향을 따르면서도, 개인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곡을 만들기 위해 에너지와 시간을 쏟아왔다. 앞으로 더 좋은 곡을 공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Q: 국내 게임계에서 음악에 큰 투자를 하는 곳이 많지 않다.

류휘만: 음악에 외주를 주는 곳이 많다.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해외는 영화음악이나 애니메이션 작곡가들이 성장할 환경이 갖춰졌고, 노하우가 게임에 바로 반영될 수 있었다. 한국은 그런 기반이 없었다. 외국 유명 작곡가에게 곡을 맡기는 쪽이 비싸지만 효율이나 프로모션 등에서 이득이 있었다.

그래도 지금은 게임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점차 발전하고 있다. 국내 음악가들이 멋진 음악을 만들어서 해외에 들려줄 수 있을 만큼이 되도록 연구하고 노력하려 한다. 음악게임 작업 시절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게임음악에 대해 남다른 애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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