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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게임과 실황 스트리밍, '새로운 공생 문법'
길용찬 기자 | 승인 2020.05.14 17:33

최근 스트리밍으로 의미 있게 화제몰이한 한국 인디게임이 있다. 게임 실황이 스토리 중심 게임 판매에 치명적이라는 인식을 거스르고, 오히려 홍보 수단으로 역이용한 사례다.

노베나 디아볼로스는 오컬트 추리와 비주얼노벨을 결합한 게임이다. 유저는 히로인 5명 가운데 섞인 단 한명의 인간이 누구인지 추리하고, 그와 함께 성공적으로 마을을 탈출해야 한다. 추리가 실패해 잘못된 여성을 선택할 경우 인간을 위장한 마물에게 사망하게 된다.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매회 마다 인간이 무작위로 지정된다는 것이다. 추리의 토대가 되는 살인 현장의 모습 역시 매번 바뀐다. 시스템의 한계로 추리 난이도가 낮다는 문제도 있지만, 순수 추리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실황을 본 시청자들은 다른 히로인과의 스토리에 호기심을 가졌다.

노베나 디아볼로스는 한국 인디에서 찾기 어려운 아이디어를 채택하기도 했다. 스트리밍 모드를 따로 만든 것이다. 게임을 시작할 때 관련 모드를 체크하면 특정 히로인 2명 내에서만 인간이 지정된다. 나머지 엔딩을 보기 위해 유저가 직접 플레이하게 만드는, 자연스러운 방식의 스트리밍 제한 시스템이다.

게임 실황 콘텐츠가 보편화되면서 비판 의견도 따라왔다. 멀티플레이 게임은 물론 도움이 되지만, 스토리 위주 게임은 한번 방송을 보고 나면 직접 구매할 이유가 사라지지 않느냐는 것. 저작권 관련 논란도 존재했다.

그러나 게임 실황 콘텐츠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꼽힌다. 불과 10년 전 인기 게임방송의 척도는 실시간 시청자 수백명이었다. 지금은 실시간 1만명을 넘기는 콘텐츠도 흔하다. 스트리밍 인프라와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향상됐고, 세계적으로 실황을 즐기는 시청자도 폭증했다. 그중 상당수는 직접 플레이와 연결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좋은 예시다. 철저하게 스토리 위주로 구성된 게임이다. 일부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게임 실황에 대해 강한 비판을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개발사 퀀틱드림은 오히려 실황을 마케팅 콘텐츠로 활용했다. 배우를 내세워 직접 플레이를 스트리밍하는 한편, 다른 스트리머의 방송이나 스트리밍 플랫폼 자체를 홍보했다.

결과는 1년도 채 되지 않아 판매량 300만장 돌파. 사내 최고 흥행 성적이었다. 무수한 선택지가 존재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의견도 있으나, 선형적 스토리를 가진 게임들이 유의미하게 판매량이 감소한 흔적 역시 찾기 어렵다.

또다른 비주얼노벨 인디게임인 기적의 분식집처럼 하나의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실황 효과를 본 사례도 존재한다. 특별히 혹평을 받는 게임이 아닌 이상, 실황은 게임사와 스트리밍 시장의 공생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의문이 나올 법하다. 게임도 종합예술의 범주에 속한다. 영화나 만화 등의 콘텐츠처럼 스토리 스포일러가 금기시된다. 영화를 어떤 사람이 그대로 녹화해 인터넷에 노출할 경우 법적으로 큰 책임을 진다. 게임에서 같은 행위가 허용되고, 긍정적 효과로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구나 알고 있는 인터랙티브 특성 외에도 중요한 이유가 있다. 저작권자가 각종 장치를 통해 컨트롤이 가능한 매체란 점이다. 앞서 언급한 노베나 디아볼로스의 스트리밍 모드가 대표적이다. 그밖에도 특정 구간까지만 허용하는 방식, 채팅을 연동해 스트리밍 전용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방식 등 다양한 아이디어는 계속 등장하고 있다.

스포일러 방지가 매우 중요했던 저지아이즈는 실황 컨트롤을 효과적으로 해냈다. 출시 초기 실황 스트리밍을 허용한 범위는 2장까지였다. 이후 1주일마다 한 장씩 추가로 제한을 해제했고, 9장 이후 엔딩까지 실황은 신가격판 출시 이후 허용했다. 또한 트위치에서 저지아이즈를 방송할 경우 게임 시작과 종료 부분에서 자동으로 자체광고를 송출해 함께 이득을 얻었다.

스토리가 여러 갈래로 나뉘어진 게임이 아니라도, 게임사에서 기획이나 공고를 통해 컨트롤이 가능한 범위에 놓여 있다. 적어도 국내 일정 규모 이상의 게임채널은 해당 제한을 철저히 준수하는 분위기다. 단간론파 시리즈가 한동안 송출 금지로 인식되어 실황을 자제하다가, PC 버전은 상관이 없었다는 답변이 나온 후 뒤늦게 열풍이 불어온 것도 이런 분위기를 보여주는 예시다.

게임 기획 과정에서 실황 스트리밍을 고려하고 개발 반영하는 시대가 됐다. 게임 시스템은 항상 시대상과 함께 변화했고, 좋은 반응만 흘러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스트리밍에 비판적인 유저도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중요한 것은 게임사들이 지금의 흐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때마침, 크고 작은 국내 업체들이 콘솔 플랫폼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그중 스토리를 갈고 닦으며 준비하는 게임도 있다. 

환경의 변화는 곧 기회다. 스트리밍 시대에서 어떤 적응책을 내놓을 것인지, 스트리밍을 이용해 더 매력을 뽐낼 수 있는지 고려하는 일은 필수다. 앞으로도 실황의 특징을 활용한 매력적 한국게임을 자주 만날 수 있길 바란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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