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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포화 시대? 게임 속 '애완동물은 사라졌다'
길용찬 기자 | 승인 2020.05.29 16:25

온라인게임 세계관은 작은 생태계였다. 유저 캐릭터와 NPC가 있고, 식물 그리고 인간형을 제외한 동물이 있었다.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애완동물이 등장했다.

오래전 온라인게임 유저라면 펫과 함께 필드를 거닐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가장 긴 시간 가져본 기억은 월드오브워크래프트였다. 얻고 싶은 동물을 찾아나선 끝에 내 편으로 만들고, 함께 싸우면서 동부 대륙을 달렸다. 아이언포지 경매장 앞에서 함께 춤을 추고, 펫에 따라서는 가만히 서 있을 때 이상행동을 하는 녀석도 있었다.

현재 수많은 게임에 애완동물, 즉 펫 시스템이 활용된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우리는 애완동물을 잃어버렸다. 모순 같지만 실제로 예전의 펫은 실종 위기다. 단순히 추억을 떠올리는 향수를 떠나, 현재 잊어버린 게임의 가치와 직결된다.

펫 관리 개념을 처음 도입한 온라인게임이 무엇인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시기는 20여년 전, 2000년 전후로 추정된다. 

대표적인 게임이 초창기 스톤에이지였다. 석기시대를 모티프로 인간과 공룡이 공존하는 가상세계를 그린 만큼, 동물은 게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필드에서 만난 동물을 포획해 길들이고 육성해 함께 싸울 수 있었다. 펫을 꾸준히 돌봐 충성도를 관리하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등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게임으로 손꼽힌다.

MMORPG가 우후죽순 등장하고 차별화 경쟁이 벌어지면서, 많은 게임사들이 펫 소재 콘텐츠에 눈을 돌렸다. 애완동물이라는 명칭으로 가장 많이 불렸다. 라그나로크와 라그하임, 뮤 등 당시 인기를 얻은 게임들이 신규 콘텐츠로 애완동물을 추가했다.

애완동물의 가치는 게임마다 달랐다. 초창기는 전시효과나 간단한 상호작용 정도로 눈요기 역할에 그치는 사례가 많았다. 이후 부가기능이 하나씩 등장하면서 활용성이 올랐다. 근처에 떨어진 아이템을 대신 주워오거나 큰 소리로 짖어 위험한 몬스터의 접근을 알리는 등, 애완동물은 자신의 귀여움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펫은 게임 플레이 과정에서 얻는 보너스 개념으로 출발했다. 몬스터 포획과 보상으로 얻거나, 인게임 재화로 구매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월정액 과금이 대다수인 시절이어서 인게임 결제가 불필요했고, 게임경제에서 화폐 인플레이션을 막는 순기능도 존재했다. 

과금모델에 펫이 포함된 시점은 월정액 요금제가 사양길에 접어든 시기와 비슷하다. 부분유료화 체제에서 서비스 유지비와 밸런스는 늘 어려운 과제였다. 비주얼과 감성으로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펫은 매력적인 상품이 됐다. 

과금모델과 콘텐츠를 세밀하게 접목시킨 사례는 마비노기가 흔히 꼽힌다. 펫의 큰 범주에서 탑승형과 채집형 등 각자의 용도를 부여했고, 유저 캐릭터처럼 나이를 먹고 환생도 가능해 함께 커나가는 동반자 역할을 했다. 멋있거나 귀여운, 혹은 코믹한 콘셉트까지 다채로운 디자인과 아이디어를 구현한 것도 주효했다.

여기까지는 현재 기준에서 큰 문제가 없었다. 고정 비용을 지불하면 무조건 얻는 구매 방식이 대부분이었고, 편의성에 집중된 기능이라 페이투윈(Pay to Win) 문제와도 큰 연관은 없었다. 단지 편의성 차이가 지나치게 벌어졌을 때 불만이 흘러나오는 정도였다.

그리고 2010년대 중반, 모바일 플랫폼으로 오픈월드 MMORPG를 무난하게 구현하는 시기가 왔다. PC온라인이 '대세'에서 밀려나고 그 자리를 모바일 RPG가 메웠다. 같은 시기 확률형 아이템 과금모델은 심화됐다. 모델 속에서 펫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급증했다. 

펫은 뽑기 아이템에 출현하기 시작했고, 합성 재료로 사용됐다. 이제는 펫을 랜덤박스로 뽑은 뒤 합성과 진화를 거쳐 승급시킨 다음 스탯 옵션까지 제련 방식으로 고쳐야 하는 시스템이 탄생했다.

지금 시점에서 펫은 왜 '펫'이어야 하는가. 존재 자체에 질문을 던질 때가 됐다.

펫이 유저와 세밀한 교감을 나누는 경우는 찾기 어려워졌다. 함께 싸우는 게임도 드물다. 핵심 역할은 유저 캐릭터의 능력치를 올리는 일이고, 그밖에 전투 중 부가기능을 제공하는 수준이다. 애완동물을 떠올리게 하는 비주얼만 존재할 뿐, 애완동물을 특징짓는 정체성과 행동과 의미는 상실했다.

2020년 현재 서비스되는 절대 다수의 모바일 MMORPG에서, 펫은 이름과 형태만 바뀐 '장비'에 지나지 않는다. 2000년경 펫에서 20년이 지나 시스템 퇴화에 이른 것이다.

(사진제공: 픽사베이)

가상세계에서 '동물 존중'과 같은 담론을 꺼낼 필요는 없다. 결국 펫 역시 장비처럼, 디지털 화면 속에서 데이터로 구성된 물질에 불과하다. 그러나 모든 형태를 데이터의 조합으로 해석한다면 게임은 본질적으로 의미가 사라진다. 

모든 문화콘텐츠는 감성의 영역이 들어간다. 펫은 그 감성을 RPG에서 효율적으로 전달한 개체였다. 온라인 RPG의 플레이는 모험과 동시에 생활이었고, 세계관 속에서 가장 원초적인 교감을 전달하는 것이 유저의 동물 캐릭터였다.

펫을 포함한 동물 캐릭터는 더욱 섬세하게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졌다. 더 많은 과금모델이라는 거대한 성장 속에서, 펫이 단지 재료로 갈려나가는 모습은 종종 가슴이 아프다. 단지 펫 캐릭터가 귀여워서가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발전이 실종됐기 때문이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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