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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용 질병코드 논쟁, '규제 손실' 논리 괜찮을까?
길용찬 기자 | 승인 2020.06.04 18:42

논쟁에서 의제 설정은 게임에서 전장을 고르는 일과 같다. 사실대로 말하는 주장이 반드시 적절한 주장은 아니다. 

ICD-11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로 촉발된 국내 논쟁은 장기전에 접어들었다. 사회 각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동시에, 게임을 둘러싼 진실공방과 가치 충돌이 가속화됐다. 

최근 짙게 드러난 화제는 질병코드 국내 등재시 발생할 피해 규모다. 연구 주체와 방식에 따라 도출된 결과는 조금씩 다르다. 보통 조 단위를 넘는 연간 피해액이 나오며, 경제 파급효과 산출을 고려한 산업 손실은 연간 5조원에 이른다는 말이 나온다. 검사와 치료 지출까지 감안하면 최대 28조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추측도 있다. 

근거가 있는 연구다. 한국 게임산업은 수출액만 연간 7조원에 달한다. 국내 매출 및 기타 산업과 연계한 생산 규모를 포함될 경우 10조원을 훌쩍 넘는다. 3만명 이상의 청년 고용감소도 현실적인 추측이다. 문제는, 이 근거가 가치 대립의 전면에 나섰을 때다.

산업적, 경제적 손실을 구체적 금액으로 추정하는 작업은 필요하다. 숫자로 정량화된 근거는 피해 규모를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고, 산업의 중요성을 폭넓게 알리는 일에도 도움이 된다. 국내외에서 게임산업은 모든 콘텐츠사업 중 가장 크다. 이 사실은 규모에 비해 국민들에게 깊숙이 전달되지 않았다.

그러나 가치 충돌 과정에서 '산업 위축'이 핵심 논리로 자리잡을 경우, 전장의 지형은 급격히 불리하게 움직일 수 있다. 질병코드 등재 여부는 산업의 논리가 아니라 질병의 유무로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담배 산업과의 비교가 위험한 이유도 같은 궤적을 그린다. 5월 28일 개최된 경제적 효과 분석 연구 토론회에서는 산업 위축으로 발생할 매출 감소 규모를 담배 산업의 사례에서 산출했다. 질병코드 등재 이후 담배 산업 매출이 평균 2조 80억원에서 3조 5,206억원 감소했다는 것.

언어가 만들어내는 프레임은 상상 이상으로 깊다. 담배는 매우 확실하게 국민 건강에 치명적이다. 담배와 함께 만화산업의 사례도 함께 언급했지만, 소재의 파급력에서 차이가 크다. 담배라는 상징이 만들어낼 가능성은 위태로운 선을 넘나든다. 게임과 중독물질이 나란히 선 이미지가 각인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종합 미디어는 이미 산업 위축과 정신 및 건강의 대립으로 담론을 굳히기 시작했다. 게임이용장애, 게임중독 등의 키워드로 정보를 찾을 때 나오는 자료의 상당수는 위축과 손실을 이야기한다. 

질병코드 등재에 찬성하는 부류 중 어떤 극단적인 사람이라도 '게임산업이 미래 먹거리이자 수출 효자산업'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의견은 없다. 단지 그 뒤에 몇 개의 문장이 붙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이용은 질병"이며, "국민과 청소년의 건강"을 위해 치료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청소년 보호 vs 산업 손실'로 구도가 굳어진다면, 이 논쟁은 가치 비교에서 패배할 확률이 급격히 올라간다. 청소년의 정신과 건강을 지킨다는 명분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전달한다. 사회 구조상, 미래로 갈수록 그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그에 맞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내야 하는 부분은, 게임의 '만들어진 인식'를 걷어내는 일이다. 현관문이 깨져 있는데 뒷문에만 자물쇠 서너 개를 걸어잠그는 모양새는 피해야 한다. 

'질병으로 지정되면 안 되는 이유'를 넘어서, '질병이 아닌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는 오히려 '청소년과 가정 행복에 도움을 주는 이유'를 부각시켜야 언어 전환을 이룰 수 있다.

게임은 그 정도의 힘이 있다. 원초적으로 게임은 단순한 놀이다. 모두가 건전하게 향유할 수 있는 여가문화로 조명받을 수 있다. 바로 옆자리에 담배나 알코올이 아닌, 영화와 드라마와 연극을 비교선상에 놓아야 한다. '비대면 상호작용 종합예술' 정도면 비디오게임의 새로운 가치로 부족함이 없다.

산업 효과에서 강조해야 할 단어도 있다. '낙인'이다. 낙인 효과는 게임산업 초창기부터 개발의 운신 폭을 좁히는 장애물로 작용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그동안 얽매온 낙인을 강조하고 해제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질병코드 논제에서 게임은, 효자산업 이전에 행복도를 높이는 매개체여야 한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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