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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드는 중국 게임 앞에 흔들리는 한국 모바일게임
송진원 기자 | 승인 2020.06.15 10:34

몇 년간 국내 모바일 시장을 분석할 때 중국 모바일게임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매출 상위권을 비롯해 차트의 허리를 중국 게임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출시 1주년을 바라보고 있는 라이즈오브킹덤즈와 기적의검은 구글플레이 상위권을 수성하고 있다. AFK 아레나도 마찬가지다. 출시 2주 만에 매출차트 3위를 기록한 이후, 줄곧 10위권 안팎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케페우스M과 랑그릿사, 황제라칭하라 등 중국 게임들이 매출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중국 게임들의 성과는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물이다. 단순히 중국 게임이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논리는 비약이 크다. 막대한 마케팅 비용으로 신규 유저 영입에 성공했거나, 수준 높은 게임성과 과금모델로 선택을 받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중국 게임의 흥행이 공정한 경쟁 구도인지는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중국 게임의 커뮤니티 반응은 긍정적인 편이 아니다. 판호 미발급과 불건전 광고 문제는 국내 유저들이 중국 게임의 방만운영을 달갑게 보지 않는 주요한 이유다.

일방통행 출시와 압도적인 자본력 차이
국내 게임사의 판호 발급이 막힌 지 어느덧 3년. 중국의 일방적인 통보는 국내 게임산업에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중국 진출이 막힌 국내 게임사는 대만, 홍콩과 함께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활로를 모색했으나 이러한 차선책조차 중국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않다. 자본력 경쟁은 중국에 밀릴 수밖에 없고 지리적 위치와 문화 코드 또한 불리하다.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중국 게임산업 현황에 따르면 2017년 중국의 신작 게임 수는 9,310개이며, 이중 모바일게임은 94%를 차지했다. 2020년 국내 모바일게임 비중이 46.6%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게임이 국내 게임산업 기반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다.

중국 자본 침식으로 인한 악영향은 이미 가시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중견 게임사들은 반등 기회를 잡기 어렵다. 부진 장기화는 신작 출시를 비롯한 생산 활동을 막는다.

산업의 허리로서 참신한 시도를 보여줘야 하는 중견기업이 축소되자, 신작 게임의 다양성은 중국게임이 대신하고 있다. 콘텐츠 퀄리티와 창의력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중국 게임도 있지만 이들이 입지를 넓힐수록 산업의 성장 기반은 얇아질 수밖에 없다.

제재 없는 광고 정책
자본력의 차이는 광고 노출량으로 이어진다. 최근 중국 게임 광고는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넘어, 지하철 스크린도어와 배너 등 오프라인 영역으로 진출하고 있다. 규모가 워낙 대규모로 이뤄지다 보니, 노출도 면에서 대기업 못지않은 광고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광고는 알고리즘에 따라, 유저에게 노출된다. 유저가 해당 플랫폼에서 검색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관련 제품과 이슈들을 노출하는 식이다. 게임에 관심이 있는 유저라면 관련 광고를 보다 많이 접하기 마련인데, 광고 중심의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중국 게임에 더 많은 시선이 모일 수밖에 없다.

광고를 둘러싼 IP(지식재산권) 침해와 불건전 논란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던전앤파이터 콘텐츠를 광고로 도용한 아리엘, 배틀그라운드를 연상케 하는 광고를 채택한 신명에 이어, 지난 4월, 그랑블루 판타지 이미지 도용으로 문제가 됐던 케페우스M은 중국 게임의 무분별한 저작권 도용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회적 통념에 위배될 정도로 선정적인 광고 내용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 게임 콘텐츠는 심의로 접근을 막을 수 있지만, SNS로 유포되는 광고는 별다른 제재 없이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측은 자체 가이드라인에 따라, 제재하고 있지만 모든 광고 내용을 점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부정할 수 없는 콘텐츠 퀄리티, 장기적인 지원책이 필요한 시점
기울어진 시장 구도가 중국 게임의 시장 안착을 돕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서비스를 이어가고 좋은 성과를 유지할 수 있는 근간은 게임의 준수한 퀄리티에 있다.

중국의 수집형RPG는 코레류 게임을 중심으로 글로벌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파격적인 캐릭터 획득 방식과 여유로운 과금정책은 대표적 장점으로 꼽힌다. 일러스트와 Live2D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마니아 층을 노린 일본 성우를 기용하는 등 마니아 유저 눈높이에 맞춘 정책도 일반적인 기조로 자리 잡았다.

국내 대형 게임사의 주력 장르인 MMORPG의 입지도 위협받고 있다. 과거 중국 MMORPG는 아쉬운 구성으로 저평가 받았지만, 최근 신작을 중심으로 그래픽과 콘텐츠 부분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놀림거리였던 특유의 VIP 시스템조차, 뽑기 시스템에 비해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도 있다.

국내 시장에서 중국 게임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도 이러한 발달과정과 일맥상통한다. 게임의 흥행 여부는 콘텐츠 매력도에 따라 갈리기 마련이다. 다양성을 기대할만한 중견 기업이 부족한 상황에서 국내 MMORPG와 수집형RPG는 획일적인 게임 콘셉트와 불공정한 과금 시스템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판호로 시작된 기울어진 시장 구조는 악순환을 낳았고 국내 게임산업 성장 기반까지 훼손하기에 이르렀다. 올해 들어 문체부 주관으로 게임법 전부개정안 초안을 공개하고 산업 육성안을 발표하는 등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의견이 오가고 있지만, 정책의 실효성과 구체적인 적용 시점에 대한 논의가 없다는 점에서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3년 동안 흔들린 기반을 회복하려면 기존의 미봉책 이상으로 구체적이며 장기적인 정책 수립이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 지난 2월 발표했던 게임법 개정안은 이전에 있던 규제와 처벌 등을 그대로 가져오며, 지원보다 지켜야할 의무에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가 답이 될 수는 없지만 중국 게임으로 인해, 기울어진 시장 구도를 바로잡을 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책은 마련되어야 한다. 국내 게임산업의 허리가 더 얇아지기 전에, 중국 게임 유입에 대한 대응 방한을 우선적으로 논의해야한다.

송진원 기자  sjw@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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