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MMORPG의 고질적인 고민거리가 있었다. 그 속에서 절묘한 타협안을 보여주는 신작이 등장했다.

넷마블의 스톤에이지 월드가 18일 글로벌 172개국에서 정식 출시에 나섰다. 원작의 명성은 아시아권에서 굳건했고, 그만큼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았다. 원작의 감성을 살리는 작업은 2개 과제를 넘어야 했다. 모바일 환경에 대한 적응과 지금 시대 플레이스타일의 적용이다.

블록버스터급 게임은 아니고, 원작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없는 한계도 존재했다. 스톤에이지 월드는 곳곳에서 최선책을 조율해내는 모습을 보였다. 모든 유저를 만족시키는 IP 구현은 불가능하다. 다만 최대한 많은 유저에게 통로를 열어주는 방법은 있다.

* 콘텐츠가 다양한데, '숙제'는 적다

수많은 콘텐츠는 그중 대부분을 유저가 매일 수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모바일 유저들에게 일일퀘스트는 체력 소모의 주범이다. 접속할 때마다 똑같은 콘텐츠를 차례대로 수행하는 것이 필수가 됐고, 하나라도 빠뜨리면 뒤쳐지는 현상을 겪었다. 게임을 순수하게 즐기기보다 또다른 일상 속 반복 작업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스톤에이지 월드는 모든 콘텐츠를 강제하지 않는다. 충실한 성장을 거쳐 진행한다면 무과금 유저도 50레벨까지 막힘 없이 도달한다. 그 뒤에 한번 벽을 느끼는데, 직접 돌아다니며 펫을 수집하거나 던전의 다음 스테이지를 뚫어보는 플레이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매일 몇 층을 정기적으로 오를 필요가 없다. 끌릴 때 완수하고 보상을 얻으면 그만이다.

석기생활 메뉴에 수많은 입장 콘텐츠가 있지만, 그중 원하는 것을 채택해 집중 공략하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오늘 하루는 그동안 얻지 못했던 펫들을 찾아 하루종일 수집만 하고 다녀도 무관하다. 똑같은 일일퀘스트를 매일 반복해야 하는 필수 과정을 최대한 생략한 설계다.

* 자동사냥을 적극 지원하면서, 수동조작 가치는 늘렸다

자동과 수동 역시 모바일게임에서 늘 논쟁이 된 화두다. '가불기'로 불리기도 했다. 자동사냥으로 해결이 가능한 게임은 게임으로 매력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대로 수동이 강제될 경우 모바일 환경의 피로도를 잡기 힘들었다. MMORPG의 딜레마다.

스톤에이지 월드의 자동전투는 독특하다. '반자동' 모드가 가능하다. 자동전투를 켜놓은 상태에서 유닛마다 우선 사용할 스킬과 집중 공격 대상을 선택할 수 있다. 한번만 설정해놓고 자동으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지만, 기본 공격만 자동으로 하고 상황에 맞춰 스킬을 설정하는 플레이는 효율이 탁월하다.

완전 수동 플레이로 어려운 콘텐츠를 돌파하는 재미도 살렸다. 적의 전투력이 크게 높다고 해서 겁먹을 필요는 없다. 상성과 조합, 전술만 알맞게 활용해도 충분히 클리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루종일 자동사냥을 돌리는 게임에 익숙해진 유저들은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 자동사냥 메뉴가 따로 열리지만 전투 수 제한이 있어 주력 플레이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직접 조작이 불가능한 시간을 위해 존재하는 보완책에 가깝다. 자동사냥에서 얻는 특수 보상도 있기 때문에 하나의 콘텐츠로 받아들이게 되는 개념이다.

2성이지만 알짜배기 펫 중 하나인 '모가'
2성이지만 알짜배기 펫 중 하나인 '모가'

* 과금모델의 폭이 넓은데, 과금 필요성은 줄였다

확률형 아이템이 사실상 없다. 45레벨에 영혼석 뽑기가 추가되면서 '어 이거?' 싶은 순간은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할 경우, 원하는 펫을 확정으로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별 개수와 성장치가 다르게 나오지만 승급과 개조를 통해 보완할 수 있다. 확률은 출발선만 조금 영향을 미치는 정도다.

필드 포획 외에 부화장에서 알을 부화하거나 영혼석을 돌리는 등 다양한 펫 획득 방법이 있는데, 지금 시점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블루젬을 인게임에서 넉넉히 지원해주고, 블루젬만 지불해 구매하는 패키지도 상당히 많다. 대부분 필수가 아니며, 편의성과 특정 콘텐츠 사용에 비중을 둔다.

조개 재화는 매우 소중하다. 초반에 얼핏 넉넉해 보여 토템 소환 등에 조금씩 써보다가 허무하게 소모하기 쉬운데, 콘텐츠가 열릴수록 펫 획득에 쓸 곳이 많아진다. 과금 유저가 아니라면 특히 그렇다.

개선할 점도 몇 있다. 활력은 운영에 따라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콘텐츠 소모를 막는 역할을 하지만 이후 콘텐츠 추가에 따라 지나친 제약으로 다가올 가능성도 존재한다.

UI는 불편하다. 각종 보상 수령이 많은데 일괄수령 버튼도 없어서 하나씩 다 눌러야 한다. 상점도 메뉴와 탭이 너무 세분화되어 원하는 상품을 찾아들어가는 것이 번거롭고, 펫 진형과 성장 설정도 마찬가지다.

전투의 재미에 다양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가장 위험한 부분이기도 하다. 콘텐츠별로 다양한 몬스터 배치와 기믹이 존재하지만, 결국 모든 전투는 같은 패턴으로 흐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펫을 얻고 함께 커나가는 작업은 결국 전투와 귀결되는데, 전투에서 재미를 잃을 경우 근본 동기부여가 사라질 위험이 크다.

스톤에이지 월드는 원작의 세계관에 트렌디한 디자인을 녹였고, 여기에 합리적인 시스템을 정비하면서 가능성 있는 매력을 입증했다. 시스템의 줄타기에 성공한 만큼 정교한 운영과 의견 수렴도 함께 요구된다. 즐겁게 꾸민 석기시대 생활이 즐거운 확장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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