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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게임 스토리텔러, '수일배' 진승호 디렉터
길용찬 기자 | 승인 2020.07.22 16:47

검은방, 그리고 회색도시. 국민적 흥행을 거둔 게임은 아니다. 괄목할 만한 매출을 올리지도 못했다. 하지만 좋은 시나리오를 가진 한국게임을 언급할 때 자주 끌려나오는 이름이다. 프로듀서의 이름 역시 선명하게 남아 있다.

진승호 디렉터가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자 첫 콘솔 도전작, 베리드 스타즈 출시가 눈앞에 다가왔다. 인상은 전작들과 비슷하다. 추리 어드벤처 장르를 기반으로 입체적인 캐릭터와 치밀한 스토리를 내세운다. 그 이야기를 창작하는 주체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진승호 디렉터의 다른 이름은 '수일배'다.

진승호 디렉터가 본격적으로 개발자 경력을 시작한 곳은 핸즈온 모바일이었다. 피처폰 게임 시기, 영웅서기 시리즈로 주목을 받은 개발사다.

타이쿤 게임을 기획해 완성 직전까지 갔으나 경쟁사에서 동일한 게임이 나오며 프로젝트가 엎어졌고, 사내 어린 개발자 2명과 함께 추리와 방탈출을 결합한 게임을 급히 만들었다. 그렇게 나온 게임이 '밀실탈출 검은방', 한국 피처폰 게임의 수작인 검은방 시리즈의 첫 작품이었다.

검은방 시리즈의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수만 카피만 팔려도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시기, 15만명 이상의 유저가 첫 작품을 구매했다. 후속작이 나올수록 인지도와 성적은 동시에 커졌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총 4편이 나올 수 있었던 것도 게임을 즐겨본 유저들의 열렬한 호응이 동력이었다.

동시에 시나리오를 쓴 '수일배'라는 닉네임이 유저들에게 처음 각인된 계기였다. 피처폰에서 그동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진지하고 치밀한 이야기 전개가 들어 있었다. 그렇게 이름을 알린 진승호 디렉터는 개발사 사정 급변으로 인해 퇴사를 알렸고, 다음 창작은 회색도시 시리즈로 이어졌다.

회색도시는 네시삼십삼분 소속의 알테어(ALTAIR)팀을 통해 개발됐다. 검은방의 스타일을 계승했지만, 그 속에서도 독자적인 테마 2개가 있었다. 갈등과 선택이다.

인물들의 사연과 행동이 촘촘하게 얽히면서 드라마 요소가 강했고, 유저의 선택에 따라 55개에 달하는 엔딩으로 갈라졌다. 수사와 추리로 나누는 게임 플레이도 탄탄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진승호 디렉터는 "검은방 시리즈를 모두 합친 것보다 회색도시의 수익이 컸다"고 말했다.

스토리를 둘러싼 갑론을박도 강했고, 유저 눈높이가 올라가면서 감성이나 문어체 대사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게임 플레이와 연계되는 이야기, 국내에서 보기 드물었던 소재와 전개는 플레이한 유저들이 모두 인정했다.

지적 사항은 2014년 출시한 회색도시2에 접어들면서 대부분 개선됐다. 난이도도 적절했고, 캐릭터 묘사는 더욱 치밀해졌고 현실적으로 변했다. 그러나, 게임의 만듦새와 대조적으로 게임 외적인 요인이 발목을 잡았다. 그중 대표적인 비판은 사업전략에서 나왔다.

회색도시2 출시 초기 판매 모델은 모바일게임 최악의 사례로 꼽힌다. 2부부터 6부까지 에피소드를 쪼개 팔았고, 전부 구입할 경우 5만원이 들었다. 사이드 에피소드까지 별도 판매했다. 코어 유저들은 모두 구매한 뒤 돈이 아깝지 않다는 반응을 남겼지만, 유저층을 넓히기는 불가능에 가까운 구조였다. 풀 패키지 모바일게임에 55,000원을 지불한다는 것은 국내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후 네시삼십삼분이 개발 조직을 전면 개편하면서 회색도시 개발팀에 권고사직을 실시했다. 회색도시 시리즈가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다. 업체를 향한 비난과 함께, 한국 시장의 스토리게임 수익성에 대한 회의적 의견도 나왔다. 콘솔 플랫폼이 어울리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당시 국내 환경에서 꿈만 같은 이야기였다.

진승호 디렉터는 결국 PS4와 닌텐도 스위치, 그리고 PS Vita 플랫폼으로 도전장을 던진다. 퍼블리셔인 라인게임즈는 베리드 스타즈의 장르를 커뮤니케이션x서바이벌 어드벤처로 정의했다. 인물들의 군상극과 추리의 결합이라는 특장점도 비슷하다.

6년 전에 비해 환경은 긍정적으로 변했다. 국내 콘솔 구매력이 비약적으로 올랐다. 스토리 중심 게임을 향한 수요도 늘었다. 검은방과 회색도시를 기억하는 유저도 많고, 특히 회색도시는 스트리밍을 계기로 뒤늦게 주목을 받는 사례도 생겼다.

매번 좋은 게임을 만들었고, 인상적인 이야기를 남겼다. 어려운 개발환경 속에서도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었다. 멀고 먼 길을 돌아서 이제서야 자기 몸에 맞는 옷을 입은 것일지도 모른다. 7월 30일, 한국게임 최고의 스토리텔러 중 하나가 풀어낼 이야기에 기대를 걸어본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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