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커 방치형게임에 감성을 기대하는 유저는 별로 없었다. '신선한 방치형'이란 말은 더욱 낯설다. 

가만히 놔두면 재화가 오르고, 터치나 클릭을 반복하면 더 빨리 오른다. 쌓인 재화로 캐릭터를 성장시켜 더 강한 적을 빠르게 물리친다. 재화는 더 빨리 쌓인다. 순환 성장을 끝없이 반복하는 구조다. 새로운 시도가 끼어들 틈은 없었다. 얼마나 편하게 성장하고 만족을 느낄 수 있느냐가 게임을 평가하는 기준이었다.

네오위즈가 개발한 기타소녀는 그런 면에서 상상하지 못한 게임이다. 클리커 방치형의 구조는 충실히 따라간다. 하지만 싸우거나 강해지기 위한 목적에서 벗어난다. 그저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기타를 연주하는 한 소녀의 일상을 잔잔하게 다룰 뿐이다.

주인공 '소녀'는 소극적인 성격으로 자기 표현이 서툴다. 혼자서 배운 기타 연주가 유일한 취미다. 어느날 친구 미소의 제안으로 SNS에 기타 연주 영상을 업로드하기 시작하고, 조금씩 팬을 만들어나간다. 소녀의 일상은 새로운 사람들과 소통해나가며 작지만 큰 변화를 맞이한다.

기타소녀는 클리커 방식의 게임 뼈대를 기본으로 갖춘다. 소녀 레벨이 오르면 탭마다 오르는 포인트가 증가하고, 팔로워들의 레벨은 매초 자동으로 오르는 포인트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완전히 다른 세계관을 부여하면서 게임의 경험은 달라진다. 

최근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온라인 환경이 현실적이다. 소녀는 자기 방에서 홀로 앉아 기타를 연주하고, 그 모습은 방 꾸미기와 실제 기타음악으로 구현된다. 게임에서 얻는 주요 재화 개념을 '좋아요' 숫자로 표현한다. 실제 SNS를 운영하는 듯한 느낌을 디테일하게 전달한다.

'팔로워'를 늘리고 유대를 쌓으면서 새로운 대화와 스토리가 발생한다.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중심 수단은 메신저 채팅이다. 팔로워는 각각 하나의 캐릭터로 다양한 개성을 가졌고, 소녀의 갈등을 드러내는 한편 내적 성장을 이끄는 수단이 된다. 

기타소녀가 가진 최고의 장점은 음악이다. 클리커 방치형 장르로 힐링을 구현해낸 원동력이자 세계관을 살리는 매개체다.

게임을 진행할수록 각각 곡명을 가진 음악들이 해금되고, 뛰어난 퀄리티로 청각적 쾌감을 제공하면서 간혹 선물을 안겨주기도 한다. 뮤직 플레이어를 이용하듯 반복재생과 순차재생을 선택할 수도 있다. 

12번째 팔로워를 일정 레벨까지 올리면 스토리 진행과 함께 새로운 채널이 열린다. 제과점 해피 베이커리에서 버스킹 생방송을 진행하는 내용이다. SNS 성장과 다른 개념으로 또 하나의 게임 모드가 생기는 것이다. 탭을 반복할 필요 없이 알아서 포인트가 올라가주는 대신 성장 속도는 비교적 낮다. 

해피 베이커리로 만나는 곡들은 또 다른 분위기를 가진다. 소녀의 방에서는 실내 분위기에 걸맞는 잔잔한 기타곡이 주류였다면, 이곳은 야외 배경을 살린 발랄한 곡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양쪽 채널에서 마음 가는 곳을 비중 있게 키우면서, 기분 따라 분위기를 바꾸는 용도로 활용할 수도 있다.

아쉬운 점은 볼륨에서 주로 나타난다. 수록된 음악들은 훌륭하지만 초기 버전에서 곡수가 많지 않다. 현재 2개 채널을 합쳐 26곡을 확인할 수 있는데, 기타로 일원화된 특성 때문에 오래 들으면 조금 지루한 느낌을 받는다.

클리커 방치형이 가지는 고질적 약점과도 연결된다. 플레이를 1주일만 지속하면 패턴이 일원화되는 현상이다. 대화가 특정 지점을 넘긴 뒤 뜸해지는 점도 아쉽다. 곡이나 추가 스토리는 업데이트를 통해 해결할 수 있으므로 이후 콘텐츠를 기대하게 된다.

스토리텔링 수단인 메신저 채팅 말투도 조금 부자연스럽다. 친구 팔로워들과의 대화는 현실 친구라고 하기에 너무 착해서 민망할 때가 있고, 소녀의 대사들은 아무리 내성적이라도 답답함을 유발할 때가 종종 있다. 그밖에도 선생님의 말투가 1990년경 등장할 법한 문어체인 점 등, 조금 현실적인 말투가 그리워지는 경우가 생긴다.

기타소녀는 놀라운 퀄리티나 정교한 게임성으로 무장한 게임은 아니다. 간단한 감성적 장치 하나로 새로움을 이끌어낸 사례다. 가장 쉬운 장르인 방치형 클리커에 감성적 디자인을 얹었고, 좋은 음악을 엮어 즐거운 놀거리를 완성시켰다. 

습하고 더운 8월, 테이블 한구석에 청량한 기타 연주를 틀어놓고 돌볼 수 있는 게임이 나왔다. 그것만으로 기타소녀의 매력은 설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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