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 R2M 초반을 플레이하며 가장 많이 떠오른 단어다.

R2M은 흥미로운 두가지 관전 포인트가 있다. 우선 R2 IP의 첫 차기작이자 모바일 진출이다. 원작 R2는 14년 전 PC온라인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기록했고, 지금까지 장수게임으로 사랑받고 있다. 특히 모든 스팟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공성전은 다른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정체성이다. 그 독특한 게임성의 재해석은 화제가 될 만했다.

둘째는 웹젠의 향후 방향이다. 작년 씁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던 웹젠은 올 상반기 뮤 아크엔젤로 급반등에 성공했다. 현재 흐름에서 오랜만에 선보이는 자체개발 신작을 성공시킨다면 기업 역량을 입증할 수 있다.

8월 25일 0시, R2M이 여러 궁금증 속에서 정식출시에 나섰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모험보다 정석을 택한 디자인이다. 모바일 MMORPG의 주류로 자리잡은 시스템을 흡수했고, 리스크를 최대한 줄였다. 한편으로 초반 불안정한 서버 등 내실을 다져나갈 분야도 보인다.

게임에 입장하면 3개 클래스 중 하나를 고르게 된다. 나이트를 선택했다. 유일하게 원작 R2에 존재한 클래스고, R2의 상징이기도 하다. 밸런스 면에서도 나쁜 점이 없었다. 실제로 필드에 만나는 유저 중 대다수가 나이트였고, 아처와 위저드는 가끔씩 보이는 수준이다.

유저 타겟을 명확하게 정하고 들어갔다는 인상이다. 현재 모바일 MMORPG의 주류 고객은 30대 이상 남성 유저층이고, R2 원작에 향수를 느끼는 세대 역시 같다. 그래픽이 최대한 간략화되고 이펙트 역시 단순한 편인데, 주요 유저층의 니즈에 집중한 흔적으로 해석할 수는 있다.

사냥은 빠르고, 성장 구조는 간단하다. UI부터 강화 시스템, 콘텐츠 배치에 이르기까지 최근 흥행 게임들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했다. 유저들의 요구가 간편한 사냥과 득템의 재미, 눈에 보이는 성장에 치중된 장르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판단이다. 

R2 원작의 꽃인 PvP와 공성전에서 기반이 되는 기술은 충돌처리다. 한곳에 뭉쳐서 싸울 수 없기에 진형과 전력분산이 중요하다. 주요 거점이나 길목에 인원을 펼치고 공방을 펼치는 과정에서 전략과 전술이 나온다.

R2M이 충돌처리기술은 완벽하진 않지만, 향후 공성전을 진행하기에 지장은 없어 보인다. 마을에 유저가 지나치게 모일 경우 NPC 방문이 힘들어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장거리에서 말을 걸 수 있도록 만든 배려도 눈에 띈다. 

다만 오토 플레이에서 다른 유저를 지나쳐 이동할 때 버벅이는 경우가 종종 보이는 것은 단점이다. 충돌 박스도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충분히 지나갈 만한 공간인데 통과하지 못하거나, 반대로 보기와 다르게 통과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아재 MMORPG'의 주요 공식을 대부분 따라간 대신, 원작 R2가 가진 정체성은 아직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이 점이 초반 화제몰이에서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는 변수가 많다. 그밖에 음악과 효과음 등 청각 효과가 부실하게 들린다는 점도 아쉽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서버 안정화다. 새벽 출시와 동시에 유저가 몰리며 서버점검이 연달아 발생했고, 낮 시간이 되어서야 플레이가 가능한 수준이 됐다. 이후에도 플레이 도중 서버 렉과 잦은 점검이 이어지고 있다. 개발진이 관련 보상을 전달하는 한편 빠른 안정화를 약속한 만큼 초반 분위기를 결정할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공성전은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출시와 함께 전쟁은 시작됐다. 많은 유저들이 성주를 꿈꾸며 길드를 형성하고 있다. 콜포트 대륙의 연대기가 어떤 방향으로 써질 것인지 궁금해진다.

저작권자 © 게임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