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상위권 점유율 90%,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MMORPG가 거두는 성적이다.

현재 플레이스토어 매출 상위 10개 게임에 들어간 MMORPG는 9종이다. 리니지M, 리니지2M, 바람의나라:연, R2M, 뮤 아크엔젤, V4, 기적의검, 라그나로크 오리진, 그리고 A3: 스틸얼라이브까지. 타 장르는 중국 전략게임 라이즈오브킹덤즈가 유일하다.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1년 전까지 매출 상위권에서 MMORPG가 차지하는 비율은 절반 정도였다. 그 정도 현상에도 장르 편중이라는 지적은 계속 따라왔다. 이제는 편중을 넘어서 독식의 개념이 나오기 시작했다.

순위에 오른 게임들은 많은 공통점을 가진다. 첫째로 리니지M을 제외하면 최근 1년 내 출시됐다는 것이다. 중국 게임사 4399가 개발한 기적의검이 이제 1주년을 맞이해 그나마 오래 된 편이고, 9종 중 5종은 반년이 채 넘지 않은 신작이다.

1년 전에도 MMORPG 비중이 과반을 넘었다는 것을 감안할 때, 게임 수명과 교체간격이 매우 짧다는 결론이 나온다. 실제로 검은사막 모바일, 에오스 레드, 로한M 등 작년 중반 최상위권에 위치했던 게임 다수가 현재 3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둘째는 게임성의 공통점이다. 스토리 진행이나 파티보다는 개인 파밍과 사냥을 통한 성자에 초점을 두며, 집단 커뮤니티 형성과 대결을 엔드 콘텐츠로 편성한다. 예외는 자동사냥 제한을 두고 파티콘텐츠 위주로 만들어진 라그나로크 오리진 정도다.

이는 다른 장르에 비교해 높은 연령의 남성 유저층을 대상으로 한다. 평균 구매력이 매우 높고, 특히 최상위권 과금 유저는 지출액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에 이른다. 매출 최고점에 MMORPG가 자리잡은 것도 유저의 게임 수요가 여기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으로 분석된다.

국내에서 모바일 MMORPG 독식이 생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저층이 고령화되고 유입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존재했다. 다른 장르 및 플랫폼과 궤가 다른 게임성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MMORPG들은 기존 게임들의 파이가 줄지 않은 상태에서 매출을 끌어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주변인이나 방송 콘텐츠 등 다양한 통로로 새로운 유저들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최근 출시한 MMORPG들은 세간의 인식과 달리 30대 이상보다는 20대 유저가 가장 비중이 높고, 그중에서도 20대 후반 남성이 주력 유저층"이라고 응답했다. 이어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시간이 부족해진 세대가 자동사냥과 과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임으로 합류하는 듯하다"는 소견을 내놓았다.

반면 '버블'이 꺼질 위험이 항상 도사린다는 우려도 있다. 장르 전체 유저 수가 늘더라도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며, 계속된 경쟁 자극으로 유저 1인당 과금 부담이 끊임없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 부담이 한계를 넘을 경우 단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경향은 자동사냥 중심 RPG에서 더욱 강하다. 유저간 파밍 운이나 과금에 따라 캐릭터의 능력 차이가 극명하게 벌어지고, 강함을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이 최대한 제공된다. 그 경쟁에서 밀려난 유저끼리 신규 서버나 게임에서 다시 경쟁을 벌인다. 이런 내부 순환이 최상위권 게임 대부분에서 벌어지고 있다.

모바일 MMORPG 대형 신작은 앞으로도 쉬지 않고 출시될 예정이다. '3N'만 따져도 세기 어려울 만큼 많다. 블레이드앤소울2, 트릭스터 모바일, 아이온2,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마비노기 모바일, 테일즈위버M, 세븐나이츠2, 제2의나라 등이 올해 혹은 내년에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MMORPG가 매출을 독식하는 만큼 공급 경쟁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출시 후 도태되는 게임 숫자가 많아지는 것도 필연적이다. 게임 수명이 짧아질 위험 역시 많아진다. 서비스 안정성을 담보하지 못할 경우 과금 대비 기대값도 떨어질 수 있다. 

게임 시장의 수익 불균형이 심해진 현상은, 주류 게임들이 조금씩은 변화를 시도해볼 때가 됐다는 의미다. 새로운 형태의 모바일 MMORPG 설계, 고민이 필요해지는 시기다.

저작권자 © 게임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