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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세이더 킹즈3, 마성의 '중세랜드'가 더 위험해졌다
길용찬 기자 | 승인 2020.09.14 18:07

직접 플레이한 적이 없어도, 명성을 익히 들어 알게 되는 게임들이 있다. 크루세이더 킹즈는 그중에서도 적나라한 마성으로 유명하다.

크루세이더 킹즈는 중세 시대 귀족의 삶을 가장 적나라하게, 역동적으로 표현한 가문 대전략 시리즈다. 죽어도 대를 물려가며 가문의 번영과 생존을 위해 무슨 수단이든 사용해야 한다. 커뮤니티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을 게임 이름만 빼고 보면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며느리의 유혹

중세에 흔히 상상하는 정략결혼이나 파벌싸움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암살, 처형, 고문, 납치, 간통, 근친상간, 존속살해, 협박, 동성애와 거세까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막장 플레이가 존재한다. 정답이 없기 때문에 매 순간 어떤 행동을 할지는 유저 마음에 달렸다. '중세 심즈'로 불리는 이유도 이런 자유도에서 나온다. 물론, 심즈보다는 어렵지만. 

마성의 타임머신이 더욱 진화한 시스템으로 돌아왔다. 조금 바뀐 것처럼 보이지만, 그 조금의 차이는 이 험난한 중세 궁정에서 사소하지 않다. 크루세이더 킹즈3는 이미 2번의 주말을 삭제시켰다.

스트레스, 게임 플레이에 생명력을 불어넣다 

전작은 DLC 구매가 사실상 필수였다. 본편은 기본 시스템과 플레이를 이해하는 수준이고, 조금만 익숙해지면 똑같은 플레이가 반복될 만큼 효율적인 방식이 고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3편은 본편만으로도 매번 다채로운 운영 방식, 그리고 임기응변 막장 수단을 사용하도록 유도한다. 가장 진화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큰 원동력은 스트레스 시스템이다. 자신의 캐릭터가 가진 성격 특성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면 스트레스가 쌓이고, 한계치를 넘을 경우 큰 패널티를 가진 특성이 추가된다. 반복되면 죽을 수도 있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는 긍정적 이벤트가 뜨길 기도하거나, 연회 혹은 사냥을 개최해야 한다.

얼핏 생각하면 플레이 스타일을 제약하는 것 아닌가 싶지만, 반대로 다양한 롤플레잉이 펼쳐지는 결과가 나타난다. 오직 모략만으로 해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캐릭터 특성마다 운영 방침을 다르게 설정하기 때문이다. 지금 캐릭터가 모략을 못 쓴다면 내정과 영토 점령에 힘을 쏟고, 다음 대에서 암살 퍼레이드로 권력 정리를 노리는 큰 그림도 가능하다.

간통왕 주교님

'수백년 단위 개량 프로젝트' 가문 유산 시스템

크루세이더 킹즈 플레이의 본질은 가문 생존게임에 가깝다. 당장 플레이하는 세력의 힘을 키우는 목표도 좋지만, 가문 구성원들의 힘이 강해질수록 더 즐거운 플레이가 가능하다. 예컨대 조선시대는 전주 이씨 가문이 번성할수록 왕권이 강해지는 셈이다.

가문 유산 시스템은 그 본질을 업그레이드했다. 가문에 인구 및 생존자가 늘고 높은 지위에서 활약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명성이 빠르게 오르고, 명성 수치를 지불해 가문 구성원 모두에게 해당되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박학 테크트리처럼 가문 구성원보다 유저의 궁정 운영에 도움을 주는 효과도 존재한다.

태어나자마자 정략결혼을 시키는 시대

이를 통해 긴 미래를 바라보면서 가문 전체를 설계하는 플레이가 더욱 편해졌다. 변수가 엄청나게 많은 게임이기 때문에 내전이나 내분 등 역효과가 생길 위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유저의 거시적 성향에 맞춰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독특한 방향으로 유산을 얻은 다음 콘셉트 플레이를 즐길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단, 혈통 테크트리가 지나치게 강하다는 느낌도 든다. 이후 업데이트나 DLC에서 개편과 추가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앞으로 연구 가치가 무수할 것으로 보인다.

크루세이더 킹즈는 '가문'의 이야기다

'과몰입 Yes', 마음이 시키는 방향이 곧 정답

게임의 시스템과 진행 방식은 전작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조금의 변화만으로 새로운 재미 형태를 이끌어냈다. 시리즈의 기본 틀은 이미 완벽하게 구성됐고, 유저 몰입과 방향성을 보완하자 자연스럽게 풍성한 볼륨이 만들어졌다. 전작의 단점인 UI 역시 매우 편해졌고, 본편부터 몽골과 인도까지 지원되어 세계관도 크다.

전작보다 한결 친절해졌지만, 시리즈 초심자는 여전히 튜토리얼을 끝내면 무엇을 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것이다. 답은 '본능대로 해보는 것'이다. 수백 시간을 플레이해도 처음 겪는 경험을 종종 하는 게임이다. 공략을 찾아가며 가장 효율적인 길만 따라갈 수도 있지만, 그것이 반드시 가장 재미있는 길은 아니다.

어딘가엔 나체주의의 전세계 확산을 위해 힘 쓰는 유저도 있다

결혼만 잘 엮고 다녀도 중간 이상은 할 수 있다. 유전자를 퍼트려가며 전세계에 가문을 퍼트릴수록, 수많은 혈연과 인과관계가 얽혀나가는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선택 하나가 일국의 왕을 변두리에 좌천시킬 수도 있지만, 반대로 자고 일어났더니 왕국 하나가 통채로 내 것인 경우도 생긴다. 

크루세이더 킹즈3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했다. 요지경 속 중세, 그 삶과 흐름에 몸을 맡기는 체험을 해보길 권한다. 게임이기 때문에 가능한 다이나믹 세계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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