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은 오래전부터 마법과 과학의 중간 경계에서, 대중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주제로 사용됐다. 

허버트 조지 웰즈의 소설 타임머신과 타임로드의 일대기를 그린 닥터 후, 1980년대 최고 흥행작 중 하나인 백 투 더 퓨처 등. 과거와 미래에 떨어진 현대인의 이야기는 일반적인 판타지와 다른 과학적인 재미를 전한다. 

게임이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은 최근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영화, 테넷과 비슷하다. 특수한 방법으로 과거 혹은 미래와 접촉해서 사건의 결과를 바꾸는 것. 이 과정에서 유저는 타임 패러독스와 평행우주 이론 등 다양한 역설과 분기점을 마주하며 끊임없는 선택을 강요받는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 사소해 보이는 선택, 감당할 수 없는 결과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선택을 되돌리고 싶은 생각을 한다. 만약 중요한 순간에 다른 선택을 했다면 좋은 결과를 맞지 않았을까.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는 이러한 고민을 5개의 에피소드로 나눠, 선택에 대한 책임을 조명한다. 

유저는 시간을 과거로 돌릴 수 있는 주인공, 맥스 콜필드 시점에서 수많은 선택과 직면한다. 하이틴 드라마 분위기에서 선생님과 친구 관계를 돈독하게 만드는데 지나지 않던 선택지는 에피소드를 진행할수록 어두워지며 이윽고 캐릭터의 생사를 결정할 정도로 심각해진다. 

시간 조작 능력 또한 가볍게 접근할 수 없다. 대화 중 실수로 뱉은 말을 되돌리거나, 상대방의 약점을 추궁해서 숨겨진 진실을 밝히는데 유용하지만 결국 한 가지 선택을 위해, 다른 가능성을 포기해야 하는 구조는 동일하다. 

내러티브는 고등학생 소녀의 학교생활 이야기치고 상당히 수위 높은 전개로 진행되며, 선택에 따라 친구들이 여럿 다치고, 죽을 수 있다. 게임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시간을 돌려도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다면,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 - 명작에 녹인 시간 요소
17년 만에 페르시아의 이름 모를 왕자님이 리메이크로 돌아온다.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는 유비소프트가 기획한 3부작 중 첫 번째 게임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모래를 둘러싼 왕자의 이야기다. 

원작과 전혀 다른 세계관과 인물이 등장하지만 원작자 조던 메크너 감수 아래, 페르시아의 왕자 특유의 트랩과 미로 요소를 반영했으며 시간의 모래를 활용한 난도 조절과 퍼즐 요소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단검으로 주변 적의 시간을 모두 얼리고 주인공 혼자 시간 액션도 연출 면에서 참신한 발상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액션성은 후속작 페르시아의왕자: 전사의 길에서 더욱 강화되어 등장한다. 

작중 왕자는 시간의모래를 담을 수 있는 시간의단검으로 모래 괴물과 싸우며,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지만 실상은 트롤링에 가까운 행위로 만악의 근원에 가까운 장본인이다. 아버지인 샤라만 왕과 여행하던 도중, 인도를 습격하고 시간의단도를 전공으로 하사받지만 고관에게 속아, 모든 사람들을 모래 괴물로 만든다. 

이러한 배경은 작중 내내 히로인 포지션으로 등장하는 인도의 공주 파라를 완전히 신뢰할 수 없게끔 만든다. 유저는 세이브 포인트마다 미래 모습이 장면처럼 스쳐가는 암시를 볼 수 있는데, 몇몇 장면에서 파라가 왕자를 배신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시간을 돌리는 모래와 믿을 수 없는 히로인과의 관계는 엔딩의 극적인 연출을 한층 더 부각한다. 

퀀텀 브레이크 - 눈이 즐거운 게임, 한 편의 미드(미국 드라마)와 같다 
퀀텀 브레이크는 미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유저라면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으로 손꼽힌다. 맥스 페인과 앨런 웨이크를 제작한 레메디 엔터테인먼트의 게임으로 도미닉 모나한, 에이단 길렌, 숀 애슈모어 등 유명 배우가 성우와 모션 캡처를 직접 맡았으며, 스토리 컷씬 일부분을 배우들의 실사 연기로 채우는 등 참신한 시도가 엿보인다. 

직관적인 내러티브는 배우들의 열연과 다양한 인물관계로 밀도를 높였다. 잭 조이스는 친구 폴 세린의 부탁을 받고 타임머신 실험을 돕는데, 예기치 못한 사고로 시간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자, 시프터로 각성한다. 폴 세린 역시 시프터로 각성하지만 타임머신에 갇혀, 종말을 맞은 미래를 보게 되고 절망에 빠져 잭 조이스와 대립한다. 

퀀텀 브레이크는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처럼 인게임 퍼즐요소와 증거 수집 콘텐츠를 독특한 형태로 풀어냈다. 이미 파괴된 현장의 시간을 돌려, 새로운 발판을 만들거나, 시공간을 일그러뜨려 충격파를 날리고 일정 범위 내의 시간을 동결시키는 등 전략적인 활용이 돋보인다. 

브레이드 - 시간으로 내러티브와 게임성 모두 가져간 명작
명작 인디게임을 꼽는 담론에서 브레이드는 빠질 수 없는 타이틀이다. 브레이드는 개발자 조나단 블로우의 주도 아래 제작된 인디게임으로, 시간 조작 요소를 퍼즐과 스토리에 녹인 게임성이 특징이다. 

첫 인상은 캐주얼한 플랫폼 게임처럼 보일 수 있다. 스토리도 슈퍼 마리오와 비슷하다. 귀여운 2등신 캐릭터 팀은 자신의 실수로 괴물에게 납치당한 공주를 구하러 모험을 떠나고 온갖 장애물과 퍼즐을 시간 되감기 능력으로 넘어선다. 

아기자기한 분위기는 게임이 진행될수록, 잘못된 문장이 섞인 소설처럼 위화감을 드러낸다.  곳곳에 놓여있는 팀의 잃어버린 기억은 충격적인 진실로 이어진다. 월드2부터 시작하는 스테이지와 상황에 맞지 않아 보이는 NPC들의 대사 등 오류처럼 보이던 요소들이 월드1에서 반전으로 돌아온다. 

독특한 스토리 구조와 시간 조작 요소를 녹인 콘셉트, 게임에 담긴 심오한 메시지 등으로 브레이드는 출시 이후 대형 타이틀을 넘는 최고의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타임지는 역대 최고의 비디오 게임 50개 중 하나로 꼽았으며, 노맨스 스카이 공동 제작자인 숀 머레이는 게임을 타임머신으로 비유하며 브레이드를 기점으로 게임 개발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음을 시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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