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개발사 CDPR은 사이버펑크2077 한국어 더빙을 확정하며 게임 커뮤니티를 흔들었습니다. 

함께 공개된 트레일러는 CDPR의 한글화 방향성을 직설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오버워치 겐지의 목소리를 맡았던 김혜성 성우는 주인공 V로 열연하며, 사이버펑크 특유의 기괴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거친 욕설로 표현하죠. 총격전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한 대사는 많은 유저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현지화는 모든 유저가 바라는 요청사항입니다. 원문을 직역하는 경우가 많지만 부족한 결과물은 비난으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유저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게임일수록 기존 초월 번역 사례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블리자드>
블리자드 게임은 수많은 명대사와 아이템 초월 번역으로 유명합니다. 현지화 팀을 거친 번역은 원문과 다른 의미로 번역될 경우가 있는데,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에게 어감과 이해도 측면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죠. 

몇몇은 언뜻 들으면 말장난처럼 들리는데 모든 단어는 수많은 고민과 까다로운 검수를 거쳐 탄생합니다. ‘서리한’(Frostmourne)과 ‘화염구’(Fireball)는 초월 번역의 대표 사례입니다. 직역과 완역을 적절하게 혼용했습니다. 

워크래프트와 디아블로,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서 보여준 블리자드의 현지화 방향성은 오버워치를 기점으로 변화합니다. 원문에 얽매이지 않고 플레이와 재미에 집중한 의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었습니다. 그럼에도 원문의 느낌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궁극기 황야의 무법자는 변화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맥크리는 스킬을 발동한 순간, 상대 유저 전원에게 ‘석양이 진다...’(‘It's High Noon’)라는 예고를 외치죠. 카우보이 복장과 리볼버로 서부시대 총잡이 콘셉트를 드러내고 있는 맥크리 다운 대사입니다. 

‘It's High Noon’는 정오를 뜻합니다. 석양을 떠올리기에 이른 시간이지만 국내 버전의 대사가 초월 번역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서부시대 영화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원문은 맥크리 콘셉트와 프레드 진네만 감독의 서부 영화 ‘하이눈’을 엮어, 필살기 이미지를 강화했습니다. 석양이 진다 역시, 석양의 건맨, 석양의 무법자 등 서부 영화명을 활용해, 영어권 유저가 의미를 받아들이는 과정까지 그대로 전달했습니다. 

<라이엇게임즈>
리그오브레전드의 챔피언 대사량은 AOS게임 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많습니다. 10년간 150종 이상의 챔피언이 등장했고 대사만 편집한 영상은 10분을 넘어설 정도입니다.

여기에 최근 라이엇게임즈가 전개 중인 단편 소설, 애니메이션, 코믹스까지 포함하면, 현지화 팀의 작업물은 큰 폭으로 늘어납니다. 챔피언과 지역 설정을 소설 형태로 엮은 유니버스 발표 당시, 현지화팀은 전문 작가와 협업해, 100종 이상의 이야기를 국내 문학 정서에 맞춰 엮은 바 있습니다. 

유니버스 문체와 코믹스 대사 이외에도 라이엇게임즈의 현지화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은 다양합니다. 특히, 챔피언들의 스킬 명칭은 가볍고 장난스러워 보이지만 나름의 이유와 배경을 기반으로 번역했습니다. 

리그오브레전드 국내 챔피언 스킬명은 활기차고 밝은 성격과 진중하고 어두운 성격의 챔피언으로 나뉩니다. 최근 등장한 챔피언 중 릴리아와 요네만 해도 차이는 직관적으로 드러납니다. 뾰로롱 강타와 필멸의 검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은 다르죠. 

또 다른 특징은 스킬명을 직접 발음했을 때 체감할 수 있습니다. 스킬 대다수는 한 단어로 끝나며, 문장 형태나 2개 이상의 어절로 이뤄졌다 해도 조사가 겹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단순한 스킬명은 쉬운 발음으로 이어지고 이러한 장점은 유저뿐만 아니라, e스포츠 현장에서 활약하는 캐스터와 해설자의 편의성으로 이어집니다. 

그렇다면 라이엇게임즈의 현지화는 블리자드와 어떤 부분에 차이점이 있을까요?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포인트는 있습니다. 바로 인터넷 밈과 패러디 요소의 활용이죠. 

오버워치 영웅의 대사는 현세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자주 등장하는 패러디 요소를 대거 반영했습니다. 맥크리 도박사 스킨의 ‘내 손은 네 눈보다 빠르다’와 디바의 ‘강한 친구, MEKA!’, 솔저76의 ‘들어와, 들어와’ 등은 영화팬과 군필자라면 쉽게 알아차릴만한 밈이죠. 

반면,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들의 대사는 한, 두 개의 예외를 제외하고 밈과 패러디의 존재를 찾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현지화 기조에 대해, 라이엇게임즈 코리아는 “10년 뒤에도 어색하지 않은 대사가 되려면 과도하게 트렌디한 대사는 지양해야 한다”라며 “성우에게도 지금은 유행어지만 6개월 이후에 잠잠해질 단어라면 쓰지 않는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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