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온다. 결산의 계절이다. 전세계 미디어와 유저들의 눈은 'GOTY(Game of the Year)'로 향한다. 

올해 최고의 게임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각자 취향에 따라 답은 갈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게임의 질과 작품성을 따지는 일은 의미가 있다. 대결 구도는 조금씩 정립되고 있다.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는 이미 수상 후보를 발표했고, 크고 작은 시상식에서 옥석 가르기를 준비 중이다.

전세계에서 많은 평가를 내린 게임 중, 가능성이 큰 것들을 하나씩 짚어봤다. 모두 올해의 게임에 꼽힐 만한 이유를 가졌고, 쉽사리 꼽히기 어려운 이유도 함께 가졌다. 시상식을 향한 이슈가 여느 때보다 불타오를 전망이다.

분량 관계로 꼽지 못한 게임 중에서도 둠 이터널, 인왕2, 크루세이더 킹즈3 등 시상식 한켠을 차지할 만한 수작들이 대거 나왔다. 오리와 도깨비불, 하데스, 스펠렁키2, 드림즈처럼 작지만 단단한 게임성을 가진 작품들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밖에 용과같이7은 아직 서구권 시장에 출시되지 않아 후보에서 제외했다.

* 모여봐요 동물의숲

희망회로: 최고의 대중성과 흥행
절망회로: 평론가들이 이 장르를 싫어합니다

주제가 '올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게임'이라면 답을 고민할 필요도 없다. 원체 잘 팔리던 시리즈고 코로나19 판데믹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지만, 모여봐요 동물의숲은 사회현상으로 떠오를 만큼 전세계를 폭발시켰다. 출시 열흘여 만에 전세계 판매량 1천만 장을 넘겼고, 닌텐도는 예상 총 판매량을 1개월 만에 뛰어넘는 기염을 토했다.

단, 주제가 올해의 게임으로 넘어가면 입장은 달라진다. 동물의숲 시리즈는 항상 흥행과 호평과 높은 평점에도 불구하고 시상식에서 빛을 본 적이 없었다. 소셜과 커뮤니케이션, 생활 중심 장르는 아무리 잘 만들어도 '메이저 장르'의 수상 뒤로 물러나곤 했다. 모여봐요 동물의숲이 이번에야말로 장르의 설움을 깰 수 있을까.

* 하프라이프 알릭스

희망회로: VR의 혁명
절망회로: VR의 한계

2020년 가장 거대한 혁신을 준 게임이다. 단편적 조작에 머물던 가상현실(VR) 어드벤처가 진정한 상호작용을 통해 진정한 게임성으로 승화됐다는 평을 받았다. 오랜만에 등장한 하프라이프 시리즈 신작이라는 기대감도 초과 충족했다. VR 플랫폼은 하프라이프 알릭스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VR이 가진 물리적 제약은 벗어던지기 어려웠다. 10분만 총을 쏘고 다녀도 몸이 힘들다는 기기의 한계에 더해, 플랫폼이 컨트롤 인식 범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자주 나왔다. 기존 VR의 한계를 뛰어넘었기 때문에, 역으로 '이 정도로 만들어도 VR은 쉽지가 ㅤ않구나'라는 말이 나오는 역설이다.

* 페르소나5 더 로열

희망회로: 완벽하게 완성된 JRPG
절망회로: 아 틀라스형, 상술이 왜 이래

금세기 가장 완전한 JRPG가 나왔다. 기존 페르소나5 역시 최고의 게임 중 하나라는 호평을 받았지만, 거기서 나온 단점들마저 완벽하게 개선했다. 신규 캐릭터와 이야기는 매력이 넘치고, 장점인 연출과 음악은 더욱 풍성해졌다. RPG 명가 아틀라스는 다시 자신의 이름값을 증명했다.

신작이 아니라 보강판이라는 패널티, 기존 유저 대우가 없는 판매 구조는 발목을 잡는다. 조금의 추가 콘텐츠를 위해 풀프라이스 가격으로 120시간 플레이를 처음부터 해야 하고, 아무런 연동 요소가 없다. 반드시 구매할 필요는 없지만 DLC를 지나치게 나눠서 추가 판매한 것도 불만이 흘러나왔다.

*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

희망회로: 역대급 걸작의 성공적 귀환
절망회로: 귀환으로 최고에 꼽힐 수 있을까

기대를 충족하기 어려운 게임이었다. 기대치가 너무나 높았기 때문이다. 파이널판타지7은 1990년대를 수놓은 걸작 중 하나로 불린다. 스퀘어에닉스는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전투를 실시간으로 과감하게 바꾸면서도 원작의 맛을 살렸고, 이야기와 연출 역시 현대적으로 승화시켰다. 분할 판매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볼륨이 충분히 갖춰져서 불만을 상쇄시켰다.

그러나 시상식에서 리메이크는 1순위 후보에 들어가기 어렵다. 작년 바이오하자드2 리메이크가 수많은 GOTY를 수상했지만, 올해 경쟁작 라인업이 조금 더 팍팍한 편이다. 특히 권위 있는 시상으로 꼽히는 세계 5대 시상식에서 어느 정도 선전할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 라스트오브어스 파트2

희망회로: 스토리를 제외하면 역사에 남을 퀄리티
절망회로: 스토리를 포함하면 역사에 남을 논란

올해 콘솔게임계를 정리하면서, 뜨거운 감자였던 이 게임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이 게임을 기대한 이유가 뭐였더라?

최고의 그래픽, 엄청난 상호작용과 연출, 현실에 최대한 근접한 표정과 모션, 숨 막히는 액션까지. 수많은 것들이 최고였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갖추지 못했다. 라스트오브어스가 명작으로 불린 가장 큰 비결은 유저들의 심금을 두드린 인물과 내러티브였다. 파트2는 심금이 아니라 복장을 터트렸다는 평을 받았다. 평론가들의 찬사는 유저들의 폭발을 본 뒤에도 이어질 수 있을까.

* 고스트 오브 쓰시마

희망회로: 모든 면에서 준수하다
절망회로: 모든 면에서 최고는 아니다

게임이 가지는 최우선 가치는 재미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그 사실을 상기시키는 기회였다. 짧지 않은 볼륨에도 액션의 맛을 끝까지 잃지 않았다. 아트워크나 세계관 구성, 콘텐츠도 훌륭했다. 올해 등장한 AAA급 대작 중 호불호가 제일 덜 갈릴 만한 재미를 안정적으로 선사했다.

최고의 게임은 조금 다른 문제다. 올해 좋았던 게임 TOP5, TOP3을 선정하라면 주저 없이 넣을 수 있다. 다만 TOP1은 여러 면을 고려했을 때 조금씩 성에 덜 찬다. 재작년 마블 스파이더맨을 평가했을 때와 비슷한 포지션이다. 하지만, 시상 여부가 크게 중요할까. 두루두루 추천할 만큼 재미있다는 점만으로 소중하다.

* 사이버펑크 2077

희망회로: 예고한 대로만 나와준다면...
절망회로: 아직 안 나왔다

올해 대작들이 어딘가 하나씩 아쉬운 부분이 있는 지금, 사이버펑크 2077에 몰린 관심은 게임 그 이상의 의미다. 위쳐3을 개발한 CDPR이 총력을 기울여 준비한 만큼 게임체인저의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가 현실로 이뤄진다면, GTA5의 아성을 뛰어넘는 오픈월드 라이프가 탄생할지도 모른다.

늦게 출시하는 것이 큰 장벽은 아니다. 2011년 엘더스크롤5: 스카이림은 11월 출시에도 불구하고 GOTY를 쓸어담았고, 작년 데스스트랜딩도 5대 시상식은 무관이었지만 가장 많은 GOTY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보다 불안한 것은 지나치게 높은 기대치를 결과물이 따라오지 못했을 경우 생기는 반작용이다. CDPR은 과연 '우리는 다르다'를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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