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엄한 표정의 전면 차체, 노란 동그라미, 대미를 장식하는 후면 꼬리.

변화 없던 PC 온라인게임에 재미있는 과금모델이 등장했다. 12월 출시를 앞둔 MMORPG 엘리온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바이 투 플레이(B2P) 판매를 내세웠다. 이용권을 한번 구매해 영구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편의성 및 치장 아이템을 추가 구매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사전예약 패키지 3종 가운데, 유저들의 눈을 집중시킨 주인공이 있었다. 스페셜 패키지에 포함된 '라이언 씽씽카'. 카카오게임즈의 농간 아래 불현듯 나타난 탈것 하나가 세계관을 뒤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상당수 유저는 참지 못하고 69,300원을 지불했다. 엄청난 성능이 붙은 것도 아니고, 1만원만 내면 이용권을 얻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글로벌 MMORPG를 양분하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 파이널판타지14는 모두 월정액 모델을 취한다. 유저들은 매달 2만원 가량을 지불하며, 1년 단위로 따지면 24만원이다. 파이널판타지14의 경우 장비 세트와 성장 패키지 등 추가 과금모델도 활발히 출시된다. 12월은 한국형 교복 의상도 출시 예정이다.

반면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월정액 모델은 궤멸 직전에 놓였다. 헤비 유저를 제외하면 비용 지불을 향한 저항감이 높았기 때문이다. 게임계의 잘못도 이유로 꼽힌다. 유저 입장에서 시작부터 비용을 지불하고 접속하기에는 한국 게임을 향한 불신이 오랜 시간 누적된 것이다.

PC 온라인게임 신작이 희귀해진 이유는 단순하다. 그 개발력으로 모바일게임을 만들면 훨씬 많은 돈을 벌기 때문이다. 심지어 개발비용도 훨씬 적게 들어간다. 모든 플레이는 무료로 허용하되 진행 과정에서 최대한 과금 충동을 끌어내는 방향으로 BM이 발달해왔다. 뽑기와 랜덤박스로 대표되는 확률형 아이템이다.

그중에서도 매출의 제왕은 MMORPG다. 비록 차가운 댓글 세례를 받을지언정 압도적으로 많은 매출을 올린다. 경쟁 과열 속에서도 수많은 게임사가 앞다투어 모바일 MMORPG 개발에 뛰어드는 현상은 개연성이 있었다.

"라이언 씽씽카에 담긴 철학을 알겠어요?"

모바일이 당연해진 시대에, PC온라인 엘리온은 끝내 완성됐다. 최소 9,900원의 영구 이용권은 월정액과 부분유료화 사이 절충안으로 읽힌다. 필패 카드가 된 월정액을 피하는 동시에, 게임 운영의 기반을 마련할 여력을 가져가겠다는 그림이다.

세계관 고증 지적도 나왔지만, 인게임 스토리와 관련 없는 추가판매 치장 아이템의 고증을 따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리그오브레전드에서 코르키가 웰시코기를 타고 날아다니거나, 오버워치 라인하르트가 관우의 모습으로 청룡언월도를 휘둘러도 불만이 나오지 않는 것처럼.

스토리 속 인물이 이벤트 영상에서 라이언 씽씽카를 타고 나타나 "이게 내 애마다"라고 이야기하지 않는 이상 충분히 허용 가능한 범위다. 게임 몰입과 치장의 영역은 구분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라이언 씽씽카는 매력적인 치장 모델이다.

라이언 씽씽카를 비롯해 엘리온 과금체계는 '끌리는 만큼 돈을 쓰게 하는' 형태로 요약된다. 카카오프렌즈 소환수 역시 아이템을 주워오는 편의성과 가벼운 버프 제공 역할이고, 인게임에서 얻는 소환수도 비슷한 성능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걸 랜덤박스에 안 넣네"

모바일게임에 긴 시간 조련(?)된 유저들이 놀란 지점이다. 밸런스에 영향이 없는 만큼, 불만을 감수하고 확률형 아이템으로 탈것 메뉴가 나왔다면 엄청난 매출 파괴력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모바일게임 신작들의 월정액 과금도 보통 1만원에 가깝게 형성되는 추세인데, PC 온라인게임의 영구 이용권 1만원이 비쌀 수는 없다. 스팀 플랫폼으로 따지면 대부분의 신작 인디게임보다도 저렴한 가격이다.

문제 소지가 있을 지점은 추가과금의 밸런스다. 우선, 장비나 클래스 및 캐릭터 구매는 없어 보인다. 현재 패키지 구성품에서 드러난 요소는 가방 칸, 경험치 및 드랍율 5%, 활동력 정도다. 그중 활동력이 좌우할 게임 밸런스가 관건인데, 게임 출시 이후 살펴볼 필요는 있다.

시간제한 버프 세피로스의 은총은, 은총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내면의 트라우마를 일깨우게 만들었다. 하지만 내용물을 살펴보면 버프 없이 플레이가 어려울 정도로 중요할지는 미지수다. 활동력 회복 2 증가가 버프 내용의 전부인데, 이것 역시 게임이 출시된 다음 평가될 부분으로 보인다.

"그런데, '별의 축복'은 좀 짚고 넘어갑시다"

엘리온 패키지를 무한 찬양하자는 취지는 아니다. 라이언 씽씽카에서 충만해진 지름의 기운은, 또 다른 내용물에서 주춤하게 된다. 별의 축복은 굳이 넣을 필요가 있는 버프일까.

추가 과금의 3요소는 '게임 재화, 편의성, 치장성'이 꼽힌다. 밸런스를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 매출을 얻기 위한 조건이다. 프리미엄 패키지부터 포함되는 별의 축복 버프는 편의성을 택했다. 공간 확장, 사냥 경험치 증가, 활동력 증가, 루미너스 파견 추가 혜택 등이 주요 효과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다. 기간제한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프리미엄 패키지는 30일, 스페셜 패키지는 60일권이 포함된다. 게임 최초 이용에 비용이 필요한 대신, 혜택 기간에 제약이 적었다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가방 칸 증가 혜택에 기간제가 섞이는 형태는 좋은 반응이 나오기 어렵다.

경험치 및 드랍율 증가의 의미도 모호하다. 자동사냥도 없는 PC 플랫폼에서, 퀘스트를 뺀 순수 사냥 경험치 5%는 플레이 향방을 가를 차이가 아니다. 오히려 라이트유저 입장에서는 경험치 증가 과금이라는 타이틀만 보고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B2P 게임이기 때문에, 추가 과금에 대한 데이터는 신중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엘리온이 얼마나 좋은 게임일지는 아직 모른다. 얼마나 흥행할 게임일지도 출시 이후 유저의 선택을 봐야 알 수 있다. 다만, 엘리온이 내세운 이용권 구매 방식은 무너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월정액은 이미 무너졌고, 프리 투 플레이(F2P)는 추가 과금의 역설에 걸렸다. MMORPG 유저들은 월정액 시절보다 많은 돈을 지불하게 됐고, 게임 속 랭킹은 현실 지갑 차이로 결정되기 시작했다. 이용권 방식이 자리잡으면서 추가과금 유도가 안정화된다면, 옛 PC RPG에서 느꼈던 본연의 재미가 살아날지 모른다.

엘리온은 12월 10일 출시된다. 라이언 씽씽카는 사전예약 패키지에서만 판매된다. 오픈 첫날 필드에 얼마나 많은 라이언의 얼굴이 돌아다닐까. 새로운 구매 모델을 갈망해온 유저들의 호응을 충족하는 게임이 탄생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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