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계단식 마케팅이 성공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트릭스터M 사전예약이 지난 6일 200만을 돌파했다. 9일 만에 거둔 성적이다. 비슷한 시기 경쟁 신작들과 비교해도 기록적이다. 사전예약 발표와 동시에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엔씨와 트릭스터 이름값이 큰 영향을 미쳤지만, 화제성을 끌어올리는 정보 공개 전략이 주효했다. 핵심 개발자들이 게임 캐릭터 분장을 하고 나타나 주요 시스템을 소개하는 한편, 민감할 만한 유저 질문에 직접 대답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밖에 이벤트와 커뮤니케이션, 이야기와 감성을 다루는 솜씨도 감각적이다.

최근 눈에 띄는 점은 원작 세계관과 스토리 총정리다.

원작 트릭스터의 이야기는 미완이었다. 세계관이 뚜렷했지만 업데이트 과정에서 여러 요소가 뒤섞였고, 정립되지 않은 '떡밥'이 해소되지 않은 채 기억 속에 잠들었다. 스토리가 멈춘 지 10년 가량이 흘렀기 때문에 유저간 공유할 만한 기억도 희미해져 있었다.

트릭스터M은 세계관을 총정리하고 시나리오를 하나로 묶기 시작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관계도를 깔끔하게 정리했고, 인게임에서 스토리와 밀접하게 연관될 키아이템을 명시했다. 게임 진행에 몰입감을 더하기 위한 장치다.

과거 이야기의 핵심 축을 이루는 커플, 포르티나와 엔키클라두스에 얽힌 사연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둘은 어릴 적 사랑에 빠져 장래를 약속했고, 엔키클라두스는 성인이 되자 저주로 인해 머리 셋 달린 괴물이 된다. 결국 그가 돌아올 때까지 바닷가에서 기다린 포르티나와 재회하지만, 포르티나를 연모하던 기사 스카와의 악연으로 인해 비극적 운명이 되풀이된다.

슬픈 이야기는 유저가 트릭스터M을 플레이하는 현재 시점과 맞물린다. 트릭스터 원작은 드릴과 귀여운 분위기로 기억되지만, 그 속에는 상상 이상으로 촘촘한 스토리가 숨어 있었다. 과거 흔적에서 현재와 연결되는 비밀을 발견해나가는 재미가 기대된다.

추억 자극도 이루어졌다. 추억은 감성의 영역이지만, 문화콘텐츠이자 엔터테인먼트에서 빠질 수 없는 재산이다. 원작에서 마지막 작별이 아쉬웠기 때문에 추억은 더 진하게 남아 있다.

엔씨는 지난 10월 사이트 오픈과 동시에 '우리가 함께 했던 3,947일의 추억' 영상을 공개했다. 2003년 4월 10일부터 2014년 1월 28일까지, 원작 트릭스터 서비스 과정에서 있었던 주요 이벤트를 52초 분량으로 제작했다. 이후 "추억 그 이상의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트릭스터M의 방향성을 밝혔다.

콘텐츠 비디오 역시 추억과 감성 재해석에 중점을 맞췄다. 인기 NPC 로잘린을 등장시킨 점도 반가움을 더했다. 함께 파티를 이뤄 함정을 헤쳐나가 강력한 보스를 물리치거나, 모닥불에서 서로 교류하는 모습을 강조했다. 그 가운데 날씨로 인해 지형이 변화하는 기술적 요소를 어필했다.

이런 전략이 트릭스터M에서 특히 유용한 이유는 MMORPG 중에서도 유저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한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드릴과 발굴 등 서로 정보나 아이템을 공유할 시스템이 산재했고, 유저간 상호작용할 만한 재미 요소가 게임 중심에 자리잡았다. 유저 니즈를 파악하고 있다는 이미지는 출시 이후에도 큰 재산이 된다.

트릭스터M의 이벤트 템포는 쉬지 않고 이어진다. 사이트를 오픈한 10월 14일부터 지금까지 항상 3~4개 가량의 이벤트가 동시 진행됐고, 사전예약 200만 돌파를 맞이해 200명을 선정하는 3행시 이벤트가 추가로 열렸다.

게임 바깥까지 화제가 된 이벤트도 있었다. 지난달 말 트릭스터의 추억에 얽힌 사연을 공모하고, 10명을 선정해 유명 브랜드의 충전 해머드릴 실물을 지급한 것이다. "오직 트릭스터이기에 가능한 상품", "B사 해머드릴은 인정이지"와 같은 반응이 나오면서 기획 센스를 향한 호평이 주를 이뤘다.

엔씨는 11월 내 미디어 영상 3편을 통해 캐릭터를 중점적으로 다루며, 12월까지 정기적으로 게임 시스템을 공개한다. 지금까지 계단은 예쁘게 밟아올라갔다. 정식출시까지 긴 시간이 남지 않았다. 추억을 딛고 모바일 MMORPG의 정점에 오를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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