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 재미와 이야기 재미, 싱글 턴제 RPG가 갖춰야 할 필수요소다. 닌텐도 스위치에서 만난 세븐나이츠는 메인 퀘스트 2개를 수행해냈다.

세븐나이츠 타임원더러(Time Wanderer)가 다운로드 판매로 5일 출시됐다. 2017년 세븐나이츠 웹툰 '시간의 방랑자'를 기반으로 시나리오가 재구성됐다. 주인공은 원작 인물 바네사. 뒤틀린 시공간으로 빠져든 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시간의 결정을 모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구매 가격은 2만원 내외로 추가 과금은 필요하지 않다. 저렴한 만큼 어설프게 만든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실제 어설픈 부분도 있다. 하지만 20시간이 넘는 플레이타임 동안 확실한 재미를 책임지는 게임이었다.

만듦새가 완전한 것은 아니다. 모델링이나 배경, 사운드 등 상당수 리소스를 원작 세븐나이츠에서 활용한 흔적이 보인다. 이벤트 씬 사이에 사운드나 음악이 뒤섞이는 현상도 잦다. 원작에 비해 비주얼이나 기술에서 극적인 변화를 기대했다면 초반부터 실망할 수 있다.

콘솔 개발 노하우가 부족했다는 사실을 짐작케 한다. 탐험 UI에서 크게 체감된다. 닌텐도 스위치의 조이콘 특성을 이용한 조작은 따로 없고, 중간 메뉴에서 고를 때 요구되는 조작 횟수가 불필요하게 많다.

탐험 도중 자주 누르게 되는 지도 메뉴를 마이너스(-) 버튼으로 설정한 것이 디테일 부족의 예시다. 좌측 조이스틱과 간섭이 일어나는 위치이기 때문에 종종 본의 아닌 이동이 입력된다. 그밖에도 카메라 모드나 아이템 확인이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아 메뉴 사용이 답답해지는 경우가 생긴다.

조작 편의성도 아쉽다. 장비 하나를 바꾸는 데에도 여러 번의 조작으로 캐릭터마다 확인을 해야 하며, 일괄장비나 일괄판매 같은 기능도 없다. 15명 내외 캐릭터의 조합을 자주 바꾸고 위치를 조정하게 되는 시스템 특성상 더 불편하게 다가오는 부분이다.

스킬 연출은 볼 만하다. 좀 길어서 문제지
스킬 연출은 볼 만하다. 좀 길어서 문제지

불편과 단점에도 불구하고 재미를 지켰다. 원동력은 영리하게 기획한 전투 디자인이다.

기본 시스템은 고전 JRPG에서 주로 보여준 턴제 방식이다. 아군 한번, 적군 한번. 번갈아 원하는 스킬을 사용하되, 한 캐릭터의 스킬을 연달아 사용하는 것도 허용된다. 기본 공격 없이 주어진 스킬을 사용하고, 쿨타임을 고려하는 것도 특징이다.

여기에 턴제의 단점인 느린 템포를 보완한 장치들이 돋보인다. 선택은 시간 제한이 존재하고, 고르지 못하면 적에게 턴이 넘어간다. 미리 스킬 하나를 예약에 걸어두고, 변수가 발생하면 빠르게 다음 플랜으로 변경하는 플레이가 요구된다.

캐릭터마다 나뉜 속성과 역할 분담은 무한한 조합을 형성한다. 예컨대 같은 태양 속성이라도 세인은 단일 물리공격, 오를리는 전천후 마법공격, 하영은 회복과 버프로 용도가 나뉜다. 각 스테이지 기믹에 따라 최적의 속성, 공격형태, 역할군을 판단해 조합하게 된다. 전투 안팎으로 자유롭게 머리를 써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캐릭터별 3번째 스킬도 큰 변수다. 일반 스킬을 사용할수록 해당 캐릭터의 SP가 차오르는데, 100%가 채워질 경우 스트라이크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전황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고, 오리지널 연출이라 보는 맛도 쏠쏠하다.

체크포인트에서 모래의 방에 다녀오면 체력이 모두 회복되는 대신 SP가 초기화된다. 자연스럽게 탐험에서도 전략과 계획이 이어지는 시스템이다.

스토리도 엔딩까지 만족스럽다. 메인스토리 풀더빙 작업부터 스토리 표현에 쏟은 정성을 알 수 있다. 초반 챕터별로 분리된 듯한 이야기는 플레이가 이어질수록 매끄럽게 매듭이 지어진다. 에고닉스 콘텐츠를 통해 초월 재료를 주는 동시에 원작 캐릭터들의 사이드 스토리를 표현한 센스도 돋보인다.

원작의 미해결 복선도 부드럽게 이어나간다. 델론즈나 세인 관련 새로운 단서는 의미심장하고, 다음주 출시를 앞둔 세븐나이츠2와 연결되는 암시도 등장한다. 1편과 2편의 연결고리라는 의미를 가지기 위해 출시 시기를 지금으로 잡은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다만, 극적인 장면에서 이벤트 연출의 힘이 조금 달린다는 점은 아쉽다.

질문이 들어올 법하다. 닌텐도 스위치에 입점한 여러 작품 사이에서, 이 게임을 구매할 가치가 있느냐고. 답변은 긍정 쪽으로 조금 더 기울어진다.

원작 세븐나이츠를 긴 시간 플레이했다면, 반드시 구매해야 할 만큼 매력적인 선물이다. 전투는 업그레이드했고 스토리는 풍성하게 보강했다. 특히 바네사의 시점에 따른 캐릭터 재해석이 섬세하다.

세븐나이츠를 잘 몰라도, 고전 턴제 RPG를 좋아한다면 가격 이상의 만족은 얻을 수 있다. 시나리오의 균형을 잘 잡았기 때문이다. 원작의 빈 부분을 채워넣으면서도, 타임원더러 하나만으로 독립된 스토리가 완성된다. 전투는 친숙한 동시에 창의적인 개성이 드러난다. 이 정도 볼륨에서 2만원은 비싼 가격이 아니다.

캐릭터를 꽉 채워 완성된 모험 서사, 준수한 시스템과 부가콘텐츠. 불모지 환경 속에서 넷마블 첫 콘솔게임은 '선방' 타이틀을 받을 만하다. 지금 발걸음을 이어나간 끝에 대작 콘솔게임을 만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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