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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더빙이 당연한 시대'가 올까?
길용찬 기자 | 승인 2020.12.02 17:13

게임의 한국어 더빙이 갈수록 늘고 있다. 자막을 넘어 음성 현지화다.

2015년, 라이즈 오브 더 툼레이더가 한국어 음성 더빙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콘솔게임 현지화가 급증하기 시작하고, 유저들은 자막 지원만으로도 환호성을 지르는 시기였다. 당시 더빙 소식은 긍정적인 반응과 동시에, 오리지널 음성 옵션을 반드시 수록해달라는 부정적 의견도 함께 나왔다.

5년 사이 분위기는 달라졌다. 해외 싱글플레이 게임의 한국어 더빙은 점차 흔해졌고, 거부감을 표하는 유저는 극소수다. 오래 전부터 현지화에 신경 써온 블리자드는 액티비전과 합병 이후 콜오브듀티 시리즈도 음성 현지화를 실시했다. 모던워페어 리부트부터 최근 콜드워까지, 본래 어감을 살리면서도 분위기에 맞는 더빙 연기는 박수를 받았다.

엑스박스 한국 유저가 적어 큰 화제가 되지 못했지만, 헤일로 시리즈도 오랜 기간 한국어 더빙 사랑을 보여줬다. 첫 타이틀부터 최근까지 모든 본편과 외전을 음성 현지화했고, 항상 최고의 퀄리티를 보장해 명품 더빙으로 인정을 받았다. 이와 같은 노력은 오랜 시간 끝에 한국어 대사가 점차 많아지는 결과로 돌아왔다.

한 배급 관계자는 "대작이라도 더빙에 드는 비용은 세간의 인식보다 크진 않다"고 귀띔했다. 단가 높은 성우는 몇몇 핵심 배역에 소수 섭외되는데, 다른 비용에 비해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라는 것. 

큰 비용 부담이 없는데도 수년 전까지 한국어 더빙이 희소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관계자들은 "불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과거 유저 다수는 원어 음성에 한국어 자막을 선호했고, 가뭄에 콩 나듯 더빙이 발표돼도 환영의 목소리보다 원어 옵션을 넣어주느냐는 문의가 많았다. 수요 없는 공급을 굳이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스팀-콘솔 유저의 절대적 숫자 차이도 크다. PS4 초창기까지는 자막 지원만 해도 희소식일 정도로 현지화에 목마른 시장이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번역본을 기본으로 지참하고 플레이해야 하던 시대도 있었다.

PS2 시절, 남코는 테일즈 오브 데스티니2를 한국에 출시하면서 한국어 자막과 함께 음성 더빙을 지원하는 과감한 시도에 나섰다. 당시 한국 최고의 성우진이 기용됐으나 판매량은 처참했고, 이후 음성 현지화는 없었다. 간혹 발생한 시도가 대부분 실패 사례로 남으면서 한국어 더빙에 소극적인 자세는 계속됐다.

하지만 이제 한국 콘솔게임 구매력은 아시아에서 눈에 띌 만큼 늘었다. 스팀 플랫폼 규모는 전세계 국가 중 10위권에 들어간다. 시장이 급성장한 만큼 해외 게임사의 관심이 커지면서 자막 지원은 기본이고, 음성 지원에 추가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유저들의 시각도 크게 바뀌었다. 인물이 이야기하는 사이에도 직접 조작이 들어가는 게임 특성상, 영화와 달리 한국어로 바로 이해하는 대사 중요성이 올랐다. 특히 끊임없이 운전이나 액션을 해야 하는 오픈월드 게임은 대화 자막을 동시에 읽기 어려워 더빙의 편리함이 강조됐다.

다만 성우의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게임의 경우, 스토리 중심 장르는 원어 유지가 정석이다. 스타 성우를 대거 기용하고, 스크립트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특징이기 때문. 한국에서도 성우팬을 계기로 게임을 시작하는 유저들이 상당수 있어 더빙이 필요 없는 분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 한국어 더빙은 놀라운 소식이 아니다. 에이펙스 레전드나 노맨즈 스카이 등 국내 수요가 많지 않은 게임들도 작업을 마쳤고, 곧 출시될 사이버펑크 2077은 한글날 깜짝 발표로 한국 유저를 매료시켰다. 대작이 아니라도 더빙은 활발해진다. 지구방위군 시리즈나 오네찬바라 등 마니아 타겟 게임 역시 연이어 한국어 음성으로 출시되고 있다. 

TV 외화 더빙이 끊긴 이후 암흑기를 겪었고, 성우업계의 질과 양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존재했다. 하지만 뉴미디어 시대에 인터넷 매체 영향력이 커지면서 성우 공급과 수요는 다시 급증했다. 모바일게임이 대세로 떠오르고 다양한 캐릭터의 더빙이 필요해진 것도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좋은 더빙이 게임 성적을 올리면서 게임계와 성우계의 선순환을 이끌어낼 가능성은 충분하다. 콘솔게임에서 한국어 자막이 당연해진 것은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 머잖은 미래에 한국어 음성이 당연해지는 것도 꿈은 아니다.

길용찬 기자  padak@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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