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겟을 추적하는 과정은 새롭다. 하지만 분량과 그래픽, 사운드의 퀄리티는 아쉽다. 콜오브듀티 블랙옵스 콜드워(이하 콜드워)는 현재보다 미래의 모습에 보다 관심이 가는 게임이다.
블랙옵스 시리즈는 콜오브듀티 IP(지식재산권)의 문제작으로 꼽힐 만큼 등장인물의 강렬한 개성과 스토리 전개로 유명하다. 메이슨, 우즈, 허드슨을 둘러싼 1, 2편의 이야기는 IP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연출과 내러티브를 뽑는 설문조사에서 항상 순위권에 머무른다.
그동안 블랙옵스의 행보는 팬들의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이어졌다. 블랙옵스3는 세계관을 전면 개편하고 미래전을 다뤘지만 전작을 뛰어넘지 못했다. 블랙옵스4 또한 캠페인을 빼고 멀티플레이에 집중하는 강수를 뒀음에도 불친절한 스토리텔링으로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배경 아래, 냉전시대를 다룬 콜드워는 올드팬들의 시선을 모았다. 오리지널 캐릭터와 함께 블랙옵스 시리즈의 기반을 다진 각본가, 데이비드 S. 고이어가 복귀했기 때문이다. 콜오브듀티가 월드워2, 모던워페어로 시리즈 리부트를 시작한 상황에서, 블랙옵스의 초심찾기는 화제가 됐다.
콜드워 캠페인은 스토리를 중립의 감성으로 표현하는데 집중한다. 블랙옵스 팀의 여정은 선과 악의 구분이 없다.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고 동료조차 서로를 의심한다. 러시아를 일방적인 악의 축으로 몰아, 비난을 받았던 모던워페어와 다른 기조다.
스토리는 소련의 스파이 페르세우스를 막기 위해 팀에 합류한 요원 ‘벨’의 시점에서 주로 진행된다. 본격적인 게임 시작 전에 벨의 프로필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데, 성격에 따라 부가적인 버프가 주어진다. 탄환 피해량을 증가시키는 폭력성, 재장전 속도를 증가시키는 공격적 행동 등의 성격은 총 14종이다.
이전 시리즈의 주인공들은 조력자 포지션으로 등장한다. 러셀 애들러, 헬렌 파크 등 신규 캐릭터들의 개성은 조연으로 물러선 주요 인물들의 공백을 대신할 만큼 강렬하다. 특히, 이므란 자카예프는 블랙옵스와 모던워페어 리부트 세계관이 통합되었음을 알리는 매개체로 등장한다.
페르세우스를 찾는 과정은 선택의 연속이다. 미션 곳곳에 숨겨진 단서를 안전가옥 상황판에서 조합하면 사건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단서를 찾으려면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거나, 팀원의 부가적인 요청을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 특정 캐릭터의 생사 여부 결정, 메인 목표로 향하는 새로운 루트 발굴 등 선택지 종류는 다양하다.
미션은 전작과 모던워페어 리부트 이상으로 여러 전장을 조명한다. 베트남, 동베를린, KGB 본부를 넘나드는 전장과 대규모 화력전, 요인 암살, 정보 수집, 잠입 등의 공작 활동은 영화적 연출이 가미되어, 극적으로 표현된다.
콜드워는 이전 시리즈에 없던 다양한 시도를 확인할 수 있는 게임이다. 내부를 직접 돌아다닐 수 있는 안전가옥은 블랙옵스 팀의 베이스캠프이자 수많은 비밀을 담고 있는 퍼즐 요소로 꾸며졌으며, 단서를 수집해 사건을 해결하는 콘텐츠도 새로운 즐길 거리로 등장했다.
슈팅게임으로서 퀄리티가 낮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블랙옵스2 출시 이후, 8년이 지났음에도 그래픽을 제외한 타격감, 사운드, 액션은 큰 변화를 찾기 어렵다. 지난해 출시됐던 모던워페어 리부트가 스토리의 긴장감을 그래픽과 사운드로 증폭한 것과 다른 모습이다.
캠페인의 짧은 분량도 선택지의 무게감을 가볍게 만든다. 단서 수집을 건너뛰면 엔딩까지 필요한 플레이 타임은 4시간 안팎으로 줄어든다. 플레이 타임이 짧다 보니, 선택에 따른 결과를 직접 보여주지 않고 대사 처리로 넘기는 경우가 많다.
특히, 모든 선택지는 최후의 선택을 제외하고 엔딩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동료가 사망해도 미션 내용은 바뀌지 않으며, 페르세우스 일당의 전말을 밝히지 못하고 엔딩을 봐도 그저 아쉽다는 상관의 코멘트로 마무리한다. 선택에 따른 변화가 적다 보니, 새로운 시도의 장점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아쉬운 점이 많지만 시리즈의 정체성을 되찾은 점은 후한 평가를 받을만하다. 콜드워 캠페인은 월드워2, 모던워페어에서 다루는 영웅, 전우애, 선과 악의 대립관계와 다른 성질의 이야기를 다룬다. 잠임과 암살, 음모론 등을 흥미롭게 엮은 미션 구성은 블랙옵스의 부활을 알린다.
콜오브듀티의 리부트 행보는 궤도에 올랐다. 액티비전은 월드워2, 모던워페어, 콜드워 3종의 게임으로 시리즈의 장단점과 호불호 포인트를 파악했다. 여기에 워존의 지속적인 상승세는 IP 확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기대치에 부응하는 퀄리티를 유지하면 콜오브듀티 프랜차이즈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